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아직 진행 중이지만) 당연하던 것들, 제한될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명의 위협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겨울 한파보다 더 차가운 매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던 글쓰기수업의 수강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잡혀있던 강의들도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요즘은 식당이나 대중교통에서 기침만 해도,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눈치를 주고
서로가 만나 대화를 하는 것도 온라인 미팅으로 많이 대체되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금방 지나갈 거라 믿었지만,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없을 거다.’라고 얘기한다.
마스크가 일상화될 것이고, 대면 활동보다는 비대면 활동이 압도적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며, 건강에 대한 경각심 없이 그저 즐기러 갔던 해외여행도 이제는 굉장히 조심스러워 질 거라고.
그러나 백신이 나오든, 코로나에 대한 공포나 경각심이 줄어들어 공존을 택하든, 시간은 꽤나 걸리겠지만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시 대면활동을 주로 하며,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행복을 나눌 것이고, 지금은 언감생심이지만 일탈감과 색다름을 주었던 해외여행도 다시금 활발해질 것이며,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날이 올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생명의 위협보다는 일상의 혐오가 아닐까싶다. 눈 가리고 아웅하듯 턱에 마스크를 겨우 걸쳐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쾌함.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했지만,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집단감염되는 사례들을 뉴스에서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감.
모두가 톡 건드리면 빵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위험함을 머금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들도 많다. 당연하듯 즐기고 누릴 수 있었던 자유들이 당연하지 않아졌으니. 억압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그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 이 사태에 대한 책임전가를 하고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다시금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그 때가 올 때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가.
최근 쇼미더머니9에서 원슈타인이라는 가수는 ‘적외선 카메라’라는 노래로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펜데믹 시대, 누군가의 온도를 재고 그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별해주는 무서운 심판관인 적외선 카메라를, 연인들의 사랑의 온도로 빗대어 표현했다.
감미로운 선율에 따라, 아름다운 가사를 들으면 내가 생각했던 차가운 적외선 카메라가 굉장히 친숙해지면서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이런 것 아닐까. 지금 우리 삶 곳곳에 있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불안과 불평, 비난과 비판 요소들을 조금 더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바라보려 노력하는 그런 마음의 여유들. 2020년이 최악의 해로 기억되기보다 사람들의 눈이 유달리 예뻤던 한 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