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대표의 일기
최근에 팀원 한 명이 슬럼프가 왔다. 매일이 새로울 수 없기에 어느 정도 반복된 업무를 하다 보면 당연히 생기는 현상이지만, 걱정이 됐다. 매분매초 소통을 하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같이 했던 팀원의 에너지레벨 저하는 자칫하면 다른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 팀원이 업무와 관련된 문제로 많은 고초를 겪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팀원들이 즐겁고 재밌게 일하는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지난 주말 내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팀원이 다시금 에너지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단발성의 동기부여나 일시적 칭찬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게 효용이 없을 거 같았다. 그러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만든 게, To do list와 도서 마케팅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아직 인원이 적고,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우리 회사는 실시간 소통에 큰 장점이 있었지만 체계가 부족했다. 그때 그때 융통성 있게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최적이었지만 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빠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리고 그걸 서로가 크로스 체크해주기에는 서로의 업무가 많았다. 그래서 To do list를 만들었다. 형식을 자유롭게 쓰되,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시간을 배분한 뒤, 마지막에 한 번 더 체크하기 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덧붙였다.
‘오늘 내가 업무 외적으로 회사에 도움되기 위해 어떤 것을 했는가?’
‘오늘 내가 업무 외적으로 자기계발하기 위해 어떤 것을 했는가?’
‘현재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3가지는?’
To do list를 만드는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시각화해야했고,
F&R(Freedom&Responsibility)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주인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 나가다 보면 결국 답은 반드시 찾게 되어 있다고 느꼈다.
뿐만 아니라, 도서 마케팅 프레젠테이션을 도입했다. 하나의 책에 대해서 한 명의 팀원이 마케팅 기획을 하고 핸들링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슬럼프가 온 팀원에게 다음주에 출간될 ‘비즈니스 스테로이드’에 대한 마케팅 기획과 방향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다. 처음 해보는 프레젠테이션 요청에 엄청나게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는 역시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당일, 누구보다 멋지게 책에 대한 마케팅 기획과 방향을 다름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준비하시면서 어떤 걸 느끼셨나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는데, 이걸 준비하며 다시 한번 주인 의식을 갖게 됐고, 무엇보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어떤 회사에나 위기는 온다. 하지만 그 위기나 슬럼프를 이겨내고 극복하는 방식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과 그릇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단순히 이겨내고, 극복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보다는, 늘 능동적으로,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위기와 역경, 고난과 좌절이 올 것이다.
도서 판매량이 한 순간에 떨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플랫폼의 이슈로 우리가 마케팅하는 채널이 한 순간에 효율이 0이 될 수도 있다. 계약한 작가님이 계약 파기를 요청할 수도 있고 원고가 안 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개선하며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단단해지고 탄탄해질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