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X 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
오늘날처럼 거대담론에 파묻히기 쉬운 때가 있을까. ‘뉴 노멀(new-normal)’, 이 뜻도 모를 유행어는 서점가를 장악했고, 방송계 또한 팬데믹을 주제로 한 석학들의 강연을 내보내느라 바쁜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창하기만 하고 공허한 캐치프레이즈는 일상적 삶에 아무런 울림을 주지 않는다.
미국 정치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예외 없이 늘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온갖 매체들이 말하기로는 -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코로나19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백악관과, 미래 미-중 무역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가 중요한 이슈인 것 같기는 한데. 소식들이 뒤죽박죽 섞여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인상만 남고 본질은 어디 간데없다.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가끔은 ‘누가 미국 대선을 가볍고 쉬운 언어로 조목조목 설명해줬으면’, 하는 때도 있다.
해석 없는 정보들의 향연에 지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하시라 권하고 싶다. 현 국립외교원장이자 교단에서 20년 간 국제정치를 가르쳐오신 김준형 교수님의 신간이다.
책의 구성을 단순하게 나누자면 크게 3가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포인트는 2016년과 2020년의 대선 전략 비교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링턴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오늘날의 선거 전략이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나아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2016년 대선을 살펴보는 것은 미국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어떤 점이 트럼프로 하여금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였는지,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다른 조건들이 있는지 등등 분석의 층위가 다양하다. 나아가 코로나19가 변수가 될지 여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이다.
두 번째는 당선 후보에 따른 대내외 정책 전망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경제와 외교에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주목해 본다. 이에 연결해 큰 틀의 한미, 북미 관계, 나아가 미중 관계 분석까지 나아간다.
기존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 구도가 백신 개발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는 오늘,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이 당선되었을 때 과연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생각해봄직하다.
세 번째 포인트는 부록으로 제공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를 가장 유익하게 읽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이 치르는 간접선거의 유형으로, 비교적 단순한 한국의 제도와는 매우 다르고 복잡하다. 분명 이 부록을 통해, 막연하게 느껴졌던 선거 제도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역설적으로, 미국 정치의 본질은 코로나19와 별개로 작동해왔고, 또 바뀌어가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 ‘벼랑 끝에 드러난 미국의 민낯’이라는 표현이 담겼듯, 코로나19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던 사회적 문제들을 폭발하게 한 트리거(trigger)에 가깝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앉은자리에서 한 시간이면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책이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권장할 수 있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