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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열여섯번째. 첫만남

- 우리가족 첫 면회.

이틀간의 1인실 호사를 끝내고 퇴원하는 날. 나도 첫 면회를 준비했다. 어젯밤에 모유를 전달하러 신생아중환자실 앞에 갔을때, 아기 침상에 달아줄 수 있는 작은 메시지 카드 용지가 있었다. 몇장 챙겨와서 마음을 담아 하고싶은 말을 적었다.

사랑하는 연말이, 정산이. 여기까지만 적었는데도 눈물이 쏟아졌다. 뭐라고 말해줘야 우리 연말이와 정산이가 우리 사랑을 먹고 힘을 내줄까. 일찍 낳아서 미안하다는 말 같은 건 접어두고, 엄마 뱃속처럼 생각하고 정신 바짝 차려달라고 남겼다. 힘내서 우리 어서 같이 집에 가자고.

NICU1의 면회시간은 10시 30분부터 딱 30분이다. 원래 보호자 한명씩만 들어갈 수 있어서 아이가 하나인 경우엔 15분씩 교대로 들어가야하는데, 우리는 쌍둥이라서 둘이 한번에 들어가서 각자 한 아기씩 만나고 중간에 교대를 하면 된다. 면회가 끝난 직후에 짐 정리를 해서 퇴원하기로 하고  환자복을 입은채로 신생아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아기들은 엄마이름이 아기들 자리에 붙어있어서 연말이와 정산이가 있는 자리에는 내이름1아기, 2아기라고 적혀있었다. 위치를 확인하고 짧은 복도를 지나 아기들의 병상이 나란히 놓인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직 얼굴을 보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펑펑나서 꺼이꺼이 울고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연말이와 정산이는 너무나 작았다. 그도 그럴것이, 만삭으로 태어나서 3킬로그램이 넘는 아기들도 직접 보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드는데 1킬로그램도 안되는 우리 아기들은 오죽할까.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작은 우리 연말이와 정산이는 그 작은 몸 여기저기에 거즈, 붕대, 반창고, 주사바늘, 이름표, 안대, 심박 센서 같은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있었다. 아직 숨을 혼자 쉴 수 없어서 기관지까지 튜브가 연결되어있었는데 가느다란 튜브임에도 작디 작은 아기의 입에는 커보였다.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싶었지만 체온 유지때문에 덮어놓은 투명한 비닐이 습기로 살짝 뿌옇게 되어있어서 선명하게 찍히진 않았다. 그래도 많이 찍어줘야지. 나중에 건강하게 자란 후 너희들이 이렇게 힘든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다 보여줘야지.



- 모든게 작아.

아기들은 너무 작고 연약해서 특별히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 몇가지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기저귀. 시중에 판매되는 신생아용 기저귀는 가장 작은 사이즈가 3~4.5kg아기용이고, 그보다 작은 사이즈는 이른둥이용 소형, 중형이 있는데 가장 작은 이른둥이용 소형도 2.2kg까지 사용하는 크기여서 우리 연말이, 정산이에게는 너무 크다. 해서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장 작은 사이즈, 손바닥에 올리면 손 하나도 가득 차지 않을 정도로 작은 800g이하 아기용 초미숙아 기저귀를 구해야했다. 다행히 검색해보니 며칠안에 배송되는 기저귀가 있었다. 이른둥이를 위한 물품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필요한 것들을 주문했다.

아기들을 위한 반창고도 필요했는데, 한번 사면 아주 작게 잘라서 쓰기 때문에 한번만 사서 NICU에 주면 된다고 했다. 혹여나 잘못 주문해서 아기들에게 불편하거나 아예 못쓰는 걸 갖다주게 될까봐 홈페이지를 캡쳐해서 NICU 간호사선생님에게 확인받고 구매를 완료했다. 아기들에게 필요한게 있다고 하면 그게 뭐든 열심히 사다 날라야지.



- 산후조리원.

퇴원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가기전에 몇가지 짐들을 챙기러 집으로 갔다. 보통 만삭으로 출산하는 산모들은 출산예정일에 임박하기 전에 출산가방을 미리 챙겨놨다가 퇴원과 동시에 신생아와 같이 산후조리원으로 가는데, 우리는 예고없이 입원, 출산하는 바람에 출산가방을 준비할 틈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당장 필요한 물건 몇가지를 주문해놓고 집에 있는 것들을 챙겼다.

몇주만에 집에 오니 반갑고, 어색했다. 크리스마스, 생일, 등등 특별한 날에 여행을 가거나 한 적은 있어도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은 집에서 맞이한다는 나만의 규칙이 있었는데 이번엔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네. 그렇게 새해가 되었다는 기분을 만끽하지 못해서인가 해가 바뀌었다는 실감도 잘 나지 않았다. 올해는 정말 모든게 낯선 시작을 하게되었네.

반가운 기분을 뒤로하고 조리원으로 출발했다. 원래 2주를 계획하고 임신 4개월쯤 되었을때 예약을 했었는데 1주일만 있기로 하고 예약한 조리원에 들어갔다. 나름 배려해준건지 신생아실에서 가장 먼 복도 끝 방으로 배정되어있었다. 남편과 함께 들어가서 짐을 정리하고 엄청 편한 조리원복으로 갈아입었다. 병원에서 입던 환자복도 편하긴 했는데 이건 진짜 편하네. 들어가자마자 남편과 먹으라고 차려준 점심 밥상이 화려했다. 일주일 머무는 동안 야무지게 잘 먹고 나가야지.



- 출생신고.

아기들을 병원에 맡기고 퇴원하면서 솔직히 우리는 우리 연말이와 정산이가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각자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 혹시나,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빨리 출생신고를 해주고 싶었다. 원래 남편쪽 돌림자가 있다고 했는데 그 글자를 넣으면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세쌍둥이일때부터 ‘대한,민국,만세’ 쌍둥이처럼 연속되면서 의미있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낳게되는 바람에 이름을 더 고민해볼 시간은 없었다. 남편은 하루동안 꼬박 검색해가며 돌림자를 넣은 여러가지 한자와 조합을 찾아보았다. 태명에서 초성을 하나씩 가져올까도 했는데 연말이의 ‘ㅇ’이나 ‘ㅁ’으로 지을만한 이름이 마땅치 않아서 그것도 포기했다. 그래도 나름 뜻도 좋고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랐다. 너무 요즘 이름같지 않으면서 괜찮은 것 같았다. 이제 많이 불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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