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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열여덟번째. 잘 커줘


- 길었던 여정.

조리원을 나와서 1주일정도 몸을 추스르고 난 후부터는 매일 면회를 갔다. 매일 면회때마다 주치의 선생님이 지난밤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무사히 견뎌냈는지 설명해주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면회가 가능한데 남편은 출근을 해야하니 일주일에 한번만 반차를 내서 같이 면회에 가고, 혼자 면회 가는날은 면회가 끝나자마자 남편과 통화하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잘 해주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울고 웃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 아이들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총 128일 입원해있다가 퇴원했다. 넉달이 넘는 기간을 면회, 유축으로 반복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관문을 거쳐나갔다.


아기들은 처음엔 자가 호흡이 아예 불가능해서 기관 삽관으로 시작했고, 한달이 조금 지난 후 드디어 발관하고 양압기로 교체했다. 그리고 한달 후, 고유량 산소(high-flow)로, 그리고 또 한달 쯤 후엔 일반 콧줄로 바꾸었다. 퇴원할때도 1분에 0.1리터의 산소를 주는 것으로 콧줄을 달고 퇴원했고, 퇴원 후 두달이 조금 넘은, 교정일수로는 80일을 조금 넘긴 지금은 콧줄을 떼고 산소포화도 모니터링만 하고 필요할때만(예를들면 밤에 깊이 잘때나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을때) 주고 있다.


다행히 괴사성 장염은 걸리지 않았다. 열심히 모유를 짜서 나른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 체중을 조금 서둘러 올릴 필요가 있어서 재태주수가 어느정도 지난 후에는 고열량의 미숙아 분유를 모유와 번갈아가면서 수유했다. 처음엔 위관과 연결된 튜브로 수유하다가 아마 넉달쯤 되었을때 구강수유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넉달 반쯤 되었을때는 튜브도 졸업했다. 1cc로 시작했던 수유량도 매일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서 퇴원할땐 65cc까지 늘어났다. 구강수유를 시작하고부터는 아이들이 맛을 알았는지(?) 모유는 잘 안먹으려고 하고 사레가 걸리니 호흡에 문제가 생겨서 퇴원할때는 거의 분유만 먹었고 퇴원후에는 나도 포기하고 단유했다. 분유는 미숙아 분유를 계속 먹다가 이제 일반 분유로 바꾸고 있다.


백일은 집에서 보낼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어려워서 병원에서 조촐하게나마 예쁜 리본을 달고 기념사진을 찍고 백일떡을 나눠먹었다. 이때까지도 아직 체온 조절을 도와주는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뚜껑은 열고 있었다. 그러다 거의 다섯달이 다 되어갈때쯤 드디어 만삭의 신생아들이 누워있는 뚜껑 없는 아기 바구니로 갈아탔다.


두달쯤 됐을때 선둥이가 먼저 1킬로그램을 넘었고 50그람 작게 태어난 후둥이도 일주일정도 후 따라서 1킬로그램을 돌파했다. 그리고 세달이 지났을쯤 체중이 거의 2킬로그램을 왔다갔다 했고 퇴원직전 3.1킬로그램이 되었다.


미숙아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신체구조상 탈장이 잘 나타난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2킬로그램이 넘으면 수술이 가능하다고해서 2킬로그램이 넘자마자 수술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퇴원 후 한달쯤 지나 외래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문제 없이 진료를 마쳤다.


아직까지 마음아픈 것은 산소치료를 오래 받은 이른둥이에게 잘 나타나는 미숙아망막증은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디작은 아이들이 NICU에서 벌써 두가지나 수술을 받았다. 둘다 레이저 수술을 받았는데 후둥이는 퇴원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외래에서도 계속 지켜봐야한다는 소견이 있어서 아직 졸업은 하지 못했다. 졸업을 하더라도 둘다 평생 안과는 계속 다니면서 잘 관리해야한다고 했다. 앞으로 큰 시력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뇌는 병원에 있는 동안 초음파로 계속 관찰했고, 뇌출혈 흔적이 있긴 했는데 당장 무언가 치료를 요할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아서 퇴원 직전에 MRI로 확인을 한 번 했다. 아주 깨끗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발달 과정을 잘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른둥이들은 신장에 결석도 잘 생긴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퇴원전 신장초음파에서 결석이 발견됐고 퇴원 후 두달이 조금 넘어 외래에서 다시 검사하니 다행히 거의 사라졌다. 물혹이 하나 발견되긴 했는데 신장에 점이 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큰 염려는 안해도 된다고, 몇달 후 크기가 커지지 않는지만 추적검사 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동맥관개존증, 스테로이드 치료, 관장, 무호흡 등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거쳤지만 무사히 치료 받았고, 감동스러운 캥거루케어도 했었다.


아이들은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할 기간에 세상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뱃속에서 거쳤어야하는 자기 몸의 탐색이라든가 관절 운동 같은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근긴장도가 높고 뻗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렸을때 어른들이 아기에게 많이 해주던 쭉쭉이 같은 건 절대 해주지 말라고 했다. 대신 뱃속에서의 자세처럼 말아주기를 많이 해주면 좋다고 했다. 퇴원 후 재활의학과 외래에서 몇가지 반사 반응이나 신체 움직임 등을 확인했고, 재활치료실에서 한시간 가량 걸리는 검사를 받았다. 심각한 문제가 당장 있는 건 아니었지만 교정일수로 봤을때 정상 발달 기준의 턱걸이도 아니고 거의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정도여서 매주 재활치료를 예방적으로 받기로 했다. 만삭의 아기들도 스스로 걷기까지는 보통 12개월이 걸리고 어떤 아이들은 몇달 빠르기도, 어떤 아이들은 몇달 느리기도 한데 우리 아이들처럼 이른둥이로 나온 아이들은 12개월보다 넉달 더 긴 16개월 안에 걸으면 정상발달로 본다고 했다. 교정돌까지 한걸음 무사히 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매주 두번씩 재활치료를 다니고 있다.



- 힘내라 힘.

남편과 나는 같이 육아휴직을 내고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둘이서 한 아이씩 데리고 있으면 육아 어렵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콧줄과 산소포화도 모니터를 단 쌍둥이를 육아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부비적거리기 좋아하는 아기들의 코에서 콧줄은 수시로 빠져나오고, 목욕을 할때도 콧줄은 달고 있으니 욕조에서 씻기고 옷갈아입히고 하는 단순한 과정도 복잡해졌다. 아기가 둘이니 산소포화도 모니터, 콧줄, 전원선 네개가 기저귀 갈러 왔다갔다 할때마다 엉켰고 아기들을 데리고 거실에서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덩치 큰 산소발생기가 하루종일 더운 바람을 뿜어내서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놓아도 아기들 피부 여기저기에 울긋불긋한 태열이 올라왔다.

무엇보다도 아기들의 산소포화도가 아직 완전하게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퇴원했기 때문에 산소포화도 모니터가 수시로 울려댔다. 후둥이는 특히 수유할때 매일 한번씩은 청색증이 올 정도로 숨을 쉬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늘 모니터의 숫자를 지켜봐야만 했다.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내려가거나 심박수가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모니터 기계에서 뚜뚜뚜 하고 경보음이 울리는데, 초반에는 88, 89를 왔다갔다 하는 통에 경보음이 계속 울려댔다. 초조해진 우리는 산소량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콧줄 어디가 접혀있나 확인하기도 했다. 자다가 혹시나 소리를 못듣고 필요한 조치를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느라 퇴원하고 몇주간은 밤에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밤낮으로 우릴 괴롭히지만 그래도 안심시켜주는 모니터링 기계

  퇴원하고 초반에는 아기들도 주변 환경이 낯설었는지, 면회시간에는 내내 쿨쿨 자던 아기들이 밤에도 자다 깨기 일쑤였다. 신생아들은 밤낮을 아직 구분하지 못하고 하루에 17시간 이상 잔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우리 아기들은 30분도 못자고 깨어나서 자는 시간을 다 더해보아도 17시간은 안되는 것 같았다. 육아가 처음인 우리는 아기들을 어떻게 잘 재울지 몰라서 무작정 안아주고 흔들흔들 해주거나 토닥거리는게 전부였다. 그래도 퇴원하고 두달이 좀 넘은 지금은 밤 수유텀 사이에는 제법 깨지않고 잘 자는 것 같다(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낮잠은 잘 자지 않아서 내내 안거나 업고 있지만 나름 처음보다는 우리도 아기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시간이 없어서 외출은 커녕 매일 머리감기도 사치인 요즘이지만 1킬로그램도 안되는 조그마한 아기로 태어나 이제는 제법 방긋방긋 웃기도 하는 우리 쌍둥이들을 보면 모든 순간순간을 영상으로 찍어서 남기고 싶을 만큼 놀랍고, 신비롭고, 사랑스럽다.

우리 아가들, 어서 쑥쑥 자라서 엄빠랑 나가서 빗소리도 듣고, 바람도 맞고, 풀냄새도 맡으면서 즐겁게 놀러다니자.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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