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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빵떡 Aug 05. 2024

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열아홉번째. 못다한 이야기들

- 내가 느낀 모유수유의 장단점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에서 느낀 장단점이다.


장점:

아기가 배고프다고 하면 분유 탈 필요없이 그냥 물리면 된다.

젖병 설거지를 안해도 된다.

외출할 때 준비물이 필요없다. 큰 덮개 정도?

분윳값/젖병 구매비용이 안든다.

아기와 피부가 맞닿은 채 수유하는 경험 그 자체.


단점:

수유를 꼭 엄마가 해야한다.

먹는 것을 가려야 한다.

피부와 가슴의 통증이 상당하다.

수유에 편한 복장만 입어야한다. (티셔츠같은 원피스 절대 불가. 단추 달린 옷 필수)

외출에 제한이 있다. (3시간 간격으로 유축or, 수유해야하니 유축기를 챙기거나 수유실이 있는곳만 외출 가능)

젖이 흘러서 옷을 뚫고 나온다.


나는 유축해서 먹일 수 밖에 없어서 모유수유의 장점을 누릴 수 없었다. 유축기 깔대기, 모유 모음병 설거지도 해야하고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이려면 중탕하고, 깨끗한 젖병에 담아 수유해야하니 분유수유만큼 번거롭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직수>분유수유>유축수유>혼합수유 순으로 직수가 제일 좋고 혼합수유가 최악인 것 같다.



-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비용

128일을 입원해있는 동안 두 아기의 입원비용은 총 1,800만원 가량 나왔다.

건강보험이 없다면 3억을 냈어야한다.

건강보험 만세!



- 환급이가 떠나야했던 이유

환급이를 떠나보내면서 연구를 위한 뇌 기증을 하고 태아부검을 의뢰했었다. 나중에 왜 환급이가 떠나야만 했는가 그 원인을 물어보았는데 선천성폐렴과 7번 염색체의 문제, 또 몇가지가 있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가 그 원인까지는 알 수 없다.

우린 환급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한달후쯤 환급이를 묻은 곳에 갔었다. 이름을 새겨 자리를 만들어주는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갈때마다 마음이 아릴거고 그래서 더 자주 볼 자신도 없었다. 한군데 묶이지 말고 훨훨 날아서 다시 만나자는 마음으로 자리는 만들지 않았다.  

환급이를 묻은 곳. 엄마아빠가 선물한 꽃 들고 잘 가! 언젠가 다시 만나자!


- 위로의 방식

혹시 누군가 주변에서 이른둥이를 낳아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있다고 하면, 힘들겠다고, 얼른 괜찮아져서 퇴원하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위로해주길 바란다.

언제 퇴원하냐고, 누구도 인큐베이터에 있었다던데 하면서 가벼이 여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퇴원 언제 하는지는 엄마 아빠가 제일 궁금하지만 모른다. 답해줄 수가 없는 질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생존의 기로에서의 치열한 싸움인데, 마치 건강검진 받으러 입원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상처받는다.

물론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은 안다. 상처주려고 하는 말이 아닌것도 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라 남의 생각을 헤아릴 겨를이 없다.

나는 아직도 만삭의 임산부를 보거나 자유롭게 산책하는 아기와 엄마아빠를 보면 많이 부럽다. 하지만 누군가는 우리를 보며 부러워하리라. 고통과 아픔엔 네가 더 힘드네 내가 더 힘드네 하는 정도의 차이가 무의미할 것이다. 함부로 나와 남의 아픔을 저울질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 신의 영역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임신과 출산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생명의 발생과 탄생에 대한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조산을 한 많은 산모들은 아마 자기 스스로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생각하며 머릿속 필름을 수십, 수백번 돌려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최소한 술, 담배, 마약만 안했다면 그건 우리 탓이 아니다. 그러니 자책은 그만하자.

아직 조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밝혀진 원인이 많지 않다고 한다. 현재 원인으로 알려져있는것들도 분만한 후에 임상적으로 추정한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해도 임산부와 태아로 실험, 연구를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사후에 통계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생명에 대한 부분은 갈 길이 먼 영역인가보다.



- 끝으로...

뒤늦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기억과 사진을 더듬어 긴 글을 썼는데, 나의 포스팅으로 누군가는 걱정을 덜고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이곳에 그동안 쌓아놨던 감정들은 모두 깨끗하게 털어내고, 아기들이 평범하게 커 나가는 것이 이렇게 특별한 축복이라는 걸 하루하루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여러분, 힘내요. 우리 잘못이 아니예요. 그리고 아기들은 생각보다 강해요. 아기들을 믿어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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