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영의 일상에 대한 전지적 평생학습 시점
우호 : 서로 친하고 사이가 좋음
무관심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끌리는 마음이나 흥미가 없음
간명하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두 단어는 참 안 어울린다. 언뜻 보면 반대말 같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 송정 바닷가 주변 그 어디쯤을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카페 이름이 "우호적 무관심(Cafe WOOMOO)"이다. '부조화 속 조화'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진다. 카페 분위기도 참 좋다. 요즘 말로 감성 돋는 디자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제주도에 있다.
부조화를 보면 불편함을, 조화로운 것을 보면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부조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고인 물은 썩게 되듯이 안정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편안함에 고착되고 변화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헤겔의 '정반합'의 이치를 가져오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일까? ㅎㅎ 아무튼, '부조화 속 조화'는 나의 성향과 딱! 맞아떨어진다. 안정을 추구하되 끊임없이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평생교육사의 삶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면 '우호적 무관심'이 필요함을 많이 느낀다. 과도한 관심이 때론 날카로운 칼이 되어 상대에 위해를 가하는(혹은 그 대상이 스스로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며, 소름 돋기도 하고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밀접한 관계성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자기 방식 대로의 기대감, 더 지나쳐서 자신과의 동일시하는 마음까지, 운명공동체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의 밀도가 그 공간 내 사회적 관계를 결정한다'라고 했다. 일상 공간의 밀도가 낮았던 시절에는 적당한 정도의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었지만, 교통의 발달과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은 공간의 밀도를 극도로 높였기에 내가 원하는 곳을 쉽게 갈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수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인터넷 알고리즘은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자의적 선택이 아닌 보여주는 것을 봐야 하는 타의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고 휘둘리며 객관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그다지 상관없는 그들에 삶에 과도하게 연결 짓고 그릇된 공감은 지나친 간섭 내지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결코 건강한 삶이 아니다. 평생학습을 공부하면서 주요하게 깨달은 것은 시대와 사회를 통찰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긴 생애 사회인 현대사회에서 끝없는 배움은 필수가 되었고, 그 배움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의 출발이 '리터러시(Literacy)'에 있듯 세상을 바르게 읽고 자신의 삶을 보다 (심리적, 사회적, 관계까지) 여유롭게 만들게 되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에게 '우호적 무관심'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4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 롯데 자이언츠 원년팬으로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 야구 경기를 찾아보고 있다. 가을야구와 인연이 별로 없는 팀, 모든 구단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우승이 없는 팀(84년 전후반기로 나뉘었던 시즌에 삼성의 작업(?)으로 후반기 우승 한 적 있지만...)인 롯데 자이언츠를 지금도 여전히 응원하는 힘(?)은 우리 지역팀이라는 이유에서 찾는 것은 무축 군색하다.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우호적 무관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