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심삼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딩굴딩굴공작소 Apr 03. 2024

[작심(作心)3일] 25편. '한마디'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한마디, 애정의 깊이와 감정의 진폭

전하영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다툼이 잦아졌다. 커진 덩치만큼이나 고집도 세지고 주장도 강해졌다. 성장기 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듯해 뿌듯함도 있지만 ‘남의 자식’이 아니다 보니 불쑥 감정이 올라온다.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말다툼이 되고, 다투다 보면 다소 심한 말도 툭툭 내던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면 꼭! 후회한다.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한마디는 꼭 해줬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후회하고 미안해하면서도 또다시 다툴 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 섞인 모진 표현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래서 ‘자기 자식’은 키우기 힘들고 가르치기 힘든 것이겠지. 물론 나 또한 아이의 거친 말에 상처받기도 한다. 감정을 잘 조절하며 이야기하다가도 뾰족함이 담긴 그 말 한마디에 ‘욱’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한마디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을 심하게 찌르는 듯하다. 반면에, 가끔 해맑게 웃으며 툭 던지는 말 한마디는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질 듯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요즘은 이런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하하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는 마음과 감정이라니? 깃털처럼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말 한마디가 주는 무게감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나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별것도 아닌 한마디에도 쉽게 마음이 왔다갔다 하며 실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애정의 깊이만큼 감정의 진동이 심해지는 것이다.         

 

센스 있는 한마디, 촌철살인의 한마디, 힘이 되어주는 한마디, 빛이 되어주는 한마디 등 수많은 좋은 한마디가 존재한다. 가능하면 이 좋은 한마디를 외우자. 감정보다 말이 앞설 수 있도록 하면 분명 좋은 감정도 신나게 따라올 것이다. 애정의 깊이만큼 많이 외우자. 좋은 한마디들을.




세상을 짝사랑한 사람

한성근     


요즘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돌연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떠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떠남이 아쉬운 것은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거나, 좀 더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다.    

 

괜찮은 사람은 누굴까? 개념이 있다. 방향성이 있다. 일을 잘한다. 도덕성이 있다. 정직하다. 현장을 사랑한다. 늘 성찰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판단력과 실천력을 가졌다.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 서로를 인정한다. 등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괜찮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내게 살맛 나는 세상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개념과 방향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일을 잘한다는 건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도덕성, 정직, 사랑, 가능성, 능력, 소중함, 인정 등은 부족함과 적당함 그리고 넘침 그 어디쯤으로 나타날 수 있다.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다.     


누군가 나와 함께 있는 것으로 족하다. 괜찮음은 내 마음에 달린 것이다. 모두를 사랑하기로 하자. 그러다 보면 내 주변엔 모두가 괜찮은 사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세상을 사는 방법으로 짝사랑을 하기로 했다. 짝사랑은 대상이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내가 사랑하기로 했을 뿐이다.      


‘세상을 짝사랑한 남자 나는 한성근이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 처음 살아보는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의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이 한마디로 답하고 싶다. 이렇게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나를 지지하는 응원의 한마디          

권창숙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홀로서기를 잘해야 한다.’ ‘정서적, 물리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하고 이를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등의 내용의 책이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20세의 청년들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지 한참이나 된 중년, 노년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실제 사람은 의존적이고, 결정이나 선택을 어려워하는 존재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쉽게는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등 교통수단 정하기에서부터 진로 문제라든지, 여러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선택이 두렵기까지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지나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상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단지 처음엔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두드렸던 것이었지만,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따로 배움을 구했다. 그때 내가 배우고 있던 분은 교류분석상담 부산지부를 운영하셨던 교수님이셨다. 꽤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함께 공부하던 분들이 있던 자리에서 교수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공부를 더 하라고.      


“선생님은 무조건 대학원에 가서 석사를 하세요.”     


이 말씀은 그 당시의 나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다.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말하며 한 발 한 발을 내딛고 있었지만,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며,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정말 도달할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다. 그랬기에 교수님의 말씀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교수님은 믿고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 말씀을 들은 그 순간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이후 그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셨을 때 나는 움직였다. 지금 생각하니 원서 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때여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교수님의 한마디는 나에게는 지지자의 응원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사람의 말이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며 공감하게 된다. 교사로 있을 당시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걸 느끼며 선생님의 자리가 얼마나 책임감이 따르고 무거운 자리인지 체감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도 내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내뱉고자 하는 노력의 원천이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지지의 한마디를 할 수 있는 나(我)이고 싶다.    

 


        

한마디, 그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최정연


나에게는 강의실에서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던지는 준비된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서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오면서 든 생각과 느낌을 묻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소개를 짧게 요청하기도 한다. 단, 여기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구구절절한 사연 대신 반드시 하나의 키워드로 제시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이 질문이 던져지면 참여자들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는데 그때 재빨리 한 마디를 더한다. ‘대신, 생각하실 시간은 단 1분밖에 못 드리니 깊게 생각 말고 떠오르는 단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시간이 길어지면 할 말을 정리해야 하고 그것을 다시 한 단어로 말하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은 접어도 된다는 나름의 배려인 셈이다. 비록 키워드뿐인 발표지만 한 사람씩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우리의 호기심은 더 커져만 간다.     


키워드(keyword)는 검색이나 광고, 내용 요약,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사용하는 핵심 단어를 말하는데 주로 한 단어나 짧은 구로 표현된다. 겉보기엔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어떠한 상황이나 사연, 사람을 하나의 키워드로 콕 집어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책과 영화도 매력적인 키워드가 없으면 관심받지 못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가사가 맘에 끌리지 않아도 기가 막힌 제목 하나로 사랑받는 노래도 많다. 또 누군가는 해마다 우리 사회를 풀이하는 키워드를 발표하고 그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기도 하니 키워드는 수많은 사연과 배경, 사람이 어우러져 함축된 위대한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짧은 글을 써내는 「작심 3일」에서도 내가 가장 고민하는 시간은 제목을 정할 때이다. 전체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너무 뻔하지 않아야 하고 무슨 내용 일지를 상상하게 하는 한마디를 잡아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오늘까지 무려 스물다섯 편의 글과 제목을 만들었다. 단 한 번도 마감일 전에 여유롭게 제출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렇듯 제목 칸은 비운 채로 꾸역꾸역 글을 채우고 있지만 나름 뿌듯하다. 종이 한 장에 채워낼 이야기를 구상하고 그 이야기를 함축할 한마디를 만드는 일은 내용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감각적인 시선으로 특징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하는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멈추지 않고 해 냄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비록 시대와 사회를 읽고 촌철살인으로 표현하는 능력까진 아니어도 한 사람으로서의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습은 포기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 속에 숨겨진 누군가의 우주에 관심 가지며 여전히 참여자들에게 그 어려운 질문을 이어가고 싶다. 한마디를 계기로 서로 관심을 나누고 함께할 수도 있는 우리는, 그 어려운 걸 또 해내는 사람이니까.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심(作心)3일] 30편. '공동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