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먼지로 자유롭고 싶은 날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편안함 속에 흘려보낸 후에

by 묘연한삶

터널을 빠져나온 이후의 자유, 그리고 현실 직면 후의 방황 일기


지난하고도 지루한 날들이 계속되는 터널 속에서 모든 일들이 언젠가는 끝이 나고, 언젠가는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끝은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오지도 않을뿐더러. 그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초대처럼 다가올 것이기에. 지루해 보이지만 반드시 그리워할 날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저장해 놓을 필요가 있는 거겠지. 그때에도 마냥 즐겁고 행복했겠냐만은 사진 속에서만큼은 환하게 우리 모두 웃고 있으니.


깊은 우울과 불안을 경험한 이후로 세상은 나의 관점 하나로 두려움이 되곤 한다. 기대가 아닌 고통의 연장선으로 매일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또다시 나에게 오고, 그 모든 날들을 즐기고 나의 생각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나아간다.


두 갈래의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음이었을지 모른다. 모든 순간에 선택지가 있고, 그건 결코 두 갈래가 아니다. 마치 매 순간 까치발을 들고 걷는 듯 세상과 몇 센티의 간격을 떨어진 상공에 둥둥 떠 살면서, 누구를 어디서 만날까 정도의 가까운 미래의 계획조차 해내지 못함은 내 선택이 후회가 될까 봐 그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거겠지.


나의 마음이 편한 곳만을 찾아 사는 게 습관이 된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나의 쓸모를 증빙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회사에서는 팀장은커녕 일반 직원으로서의 실무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집에서 엄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큰일이다. 묘연한 삶을 원했던 난, 사실은 묘연하고 싶지 않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


맨 처음에는 회사의 프로젝트 사업 전략이라는 큰 미션을 받아서인 줄 알았다. 그다음엔 덮어두었던 경제적 문제를 직면한 후의 불안감 때문인 줄 알았다. 어? 이것도 안되네? 어라 이것도 못하네? 큰 문제들을 점점 쪼개어 갈수록 내가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정하는 것, 오늘 뭘 먹을지 결정하고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나 없음은 덤이다.


가면 뭐 해. 어차피 기억도 못할걸. 의미 없다.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면 인지, 판단 능력은 물론이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그와더불어,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조차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말도 되지 않게 느려진 어색함을 느낀다.


한 번도 관심이 없었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단하게 들려오고, 또 반대로 그들이 그 뒤에서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고 살고 있는지도 눈으로 보게 되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아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더욱 열심히 산다. 나는 내가 벌려놓은 일들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 '그렇게도 살았는데 내가 뭐든 해서 못 살아낼까'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이 모든 좌절감도 기억하라고 남기는 일기

(2023.08.24)

그 모든 것이 흘러가고, 현재의 시점에서 이 글을 발행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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