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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Oct 24. 2021

부하직원에게 존경받는 상사께 드리는 편지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냐고 물으신다면, 생각나는 상사가 있습니다.

바로 상무님의 리더십입니다.


조직 개편된 신규 상사와 동료가 투입되어 마음이 축 쳐져서 일하고 있을 때, 옆에 다가와서 따뜻한 말투로 업무에 대해 물어보고, 상세하게 지시해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행히 상무님이 저에게 물어본 것이 제가 잘 아는 것이라 안도했었습니다. 상무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제가 전문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셨습니다. 한 주 동안 풀죽었는데, 조금 기분이 좋았습니다.


컨퍼런스콜로 회의하는데 저의 힘듦을 신규 상사에게 대변해 주심에 감동받았습니다. 농담처럼 새로운 상사에게 "새로 온 파트장 때문에 '아는 언니' 선임이 힘든지 안 힘든지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네. (하하하) 이런 공개회의상에서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하하하)."라는 농담 한마디에 제가 표현할 수 없었던 어려움을 그는 이미 알고 있고 대변해주셨다는 배려가 느껴져서 정말 화장실 가서 펑펑 울었습니다.


일을 할 때 상사에게 '본인의 잘못이라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것도 상무님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상무님께서 지시한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갔는데, 그것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고는 "죄송합니다. 제가 상무님 지시사항을 이해를 잘 못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는 언니' 선임의 탓이 아닙니다.
제가 잘못 설명을 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지시하지 못한 탓입니다.
미안합니다.

너무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제가 제 후배에게 일을 시킬 때, 그가 이해하고 일하도록 정확하게 지시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 배려에 감사했고, 느끼는 바가 참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상사와 일할 수 있음에 감동받았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실 상사와 일할 때 힘든가, 할만한가를 정하는 여부는 부하직원의 보상심리와 인정 욕구를 잘 다룰 줄 아는가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회사에서 아등바등 일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이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보람되던 날들이었습니다. 상무님은 그 부분을 정확히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곳에서 결과와 성취만으로 판단하는 곳에서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격려해주셨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한 명의 구성원도 의미 있음을 일깨워주는 인정의 말과 태도를 보여주셨기에 모두의 존경을 받고 계시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상무님이 가끔 고층 빌딩에서 창밖 아래를 물끄러미 쳐다보실 때가 있었습니다. 업무상 타 부서의 공격을 많이 받을 때였습니다. 왠지 아래를 내려다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실 까 싶어서 오지랖 넓게 걱정을 하곤 했습니다.


회사가 힘들거나 조직이 공격받는 불리한 상황일 때, 이 위기를 '나는 피해 가야겠다.'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하는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무님의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모습을 볼 때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잘해서 지금의 위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게 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사탕발림이 아니라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상사이십니다. 제가 일을 열심히 해서 이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되고 싶게 만들어주는 분, 함께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싶게 만들어준 묵직하고 존경스러운 상사의 존재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유형의 상사를 만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초겨울,

매 순간 퇴사 안 한 게 기적이라 생각하는 아는 언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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