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심해. 뭐 재미있는 거 없어? 심심해! 심심하다고!
저녁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아이는 심심하다고 난리입니다. 설거지하는 동안만 기다려 달라고 얘기한 후 손으로는 빠르게 설거지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뭘 하고 놀아줄지 생각합니다.
문득 어린 시절 오빠와 자주 하던 '두뇌게임'이 떠오릅니다. 다들 어린 시절 이 게임을 했던 추억이 있으실 텐데요. 트럼프 카드 뒷면이 보이도록 늘어놓은 다음 한 번씩 돌아가며 카드 두 장을 뒤집어 같은 그림을 찾는 겁니다. 같은 모양의 카드를 맞춘 사람은 계속해서 카드 두 장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다음 순번 사람으로 넘어갑니다. 기억력이 좋을수록 더 많은 카드를 맞출 수 있죠.
아이디어는 좋은데 생각해보니 집에 카드가 없다는 게 함정! 포기하려던 찰나 '내가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거지를 마무리하면서 "엄마랑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할 텐데. 같이 만들면 더욱 재미있을 거야"라고 말하고선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풀, 가위, 색연필, 사인펜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합니다.(굽신굽신~)
도구가 모두 준비되고 나면 이제 역할 분담을 하는데요. 먼저 역할을 나눠야 아이가 중간에 자기가 하겠다고 떼쓰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종이 접고 가위로 오리고 밑그림 그리는 건 엄마가, 색칠하고 풀로 붙이는 건 네가 하는 거야. 그래야 빨리 만들 수 있어. 우리 둘은 콤비야! 잘 할 수 있지?" (우리 둘은 콤비라고 인식 시켜 주는 게 중요합니다~)
카드를 만들기 위해 우선 스케치북 두 장을 자릅니다. 가로로 한 번 길게 접고 세로로 4등분이 되도록 접습니다. 그리고 가위로 잘라주는 거죠.
처음엔 스케치북 한 장으로 대충 만들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왕 만드는 거 몇 번은 써야 하지 않나 싶어 다 쓴 스케치북 커버를 잘라 아까 만든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카드 뒷면에 덧댈 부분을 만듭니다. 그러면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조금 더 카드 느낌이 나겠죠? (처음엔 진짜 카드처럼 코팅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집에 있는 재료로 최선을 다 하는 걸로..ㅎㅎ)
저는 밑그림을 그립니다. 아이에게 무슨 모양이 좋은 지 물어보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아이는 처음엔 삼각형, 네모, 별, 막대사탕 등 간단한 모양을 주문하더니 갈수록 뿔소라, 거북이 등 난이도가 높은 걸 요구하네요. (^^;;;) 그래도 전 아이보다 30년 더 산 연륜이 있는 엄마죠. 거북이와 뿔소라 모형을 가지고 와서 덧대 그립니다. (ㅋㅋㅋ)
다 그린 밑그림은 아이에게 전달합니다. 같은 밑그림이 그려진 두 장의 카드를 원하는 색으로 칠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당연히 같은 밑그림은 동일한 색으로 칠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기본은 '같은 그림 찾기'니까요.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퇴근 후 집에 들어오네요. 씻고 난 후 옆에 앉더니 같이 만들기 시작합니다. 둘이서 놀고 있으니 재미있어 보이나보죠?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 만들면 더 행복한 추억이 됩니다)
색칠까지 다 한 카드에 만들어 둔 스케치북 커버를 하나씩 붙여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카드 뒷장이 될 부분이 모두 같은 모양이거나 아예 모양이 없는 민무늬어야 합니다. 카드를 예쁘게 하겠다고 뒷장 모양을 제각각으로 만들면 이 모양을 보고 카드 안쪽 그림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래서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 커버의 안쪽(흰색)을 카드 뒷장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 앞쪽에 풀칠을 하고 그림이 그려진 카드 뒷부분과 붙이면 되겠죠?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싶으면 흰 스케치북 두장을 붙여 빳빳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도 됩니다.
이제 카드 앞장과 뒷장을 풀칠로 붙이면 카드 만들기 끝~!
이제 그림이 보이도록 바닥에 쭉~ 늘어놓습니다. 아이가 거북이 다리를 각기 다른 색으로 칠했네요~ 이런 건 애교로 봐줍니다. (다시 만들기 귀찮기 때문이라는 건 비밀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 생각보다 아이가 잘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저도 질 수 없죠. 봐주기는 없다! 그러자 아이도 오기를 가지고 두뇌를 풀가동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늘 그렇듯 아빠가 꼴등! 아이와 저는 공동 1등입니다.
이제 같은 그림 카드 두 장 맞추기는 너무 쉽다는 아이. 조만간 같은 그림 카드 한 장씩 더 만들어 '같은 카드 3장 맞추기'에 도전해야겠습니다.
카드 만드는데 20분, 게임하는데 40분 총 한 시간 정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추워도 너무 추운 올겨울, 집에서 아이가 심심함을 외친다면 아이와 함께 두뇌게임 한 판! 어떨까요?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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