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80% 지급..주당 15~30시간 근무시간 조정
#7살 딸을 키우는 워킹맘 A씨는 최근 아이 취학통지서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1만5000여 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를 그만두자니 경력단절이 문제, 근로시간 단축을 하자니 회사 눈치 볼 게 걱정"이라며 "내년부터 단축 급여가 인상된다던데 나와는 딴 세상 얘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새해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가 인상될 예정입니다. 일정기간 일하지 않는 육아휴직과 달리 근무시간만 줄이고 계속해서 근무 할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맞벌이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죠. 육아휴직보다 소득 감소 폭이 적다는 것 역시 장점인데요. 얼핏 부모를 위한 정부의 복지 혜택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딘 듯 보이지만 막상 이용은 쉽지 않은 탓에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여전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였을 때 임금이 감소하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해주는 제도인데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신청자 수가 2642명으로 2014년(1115명)에 비해 137%나 증가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현재는 단축된 근로시간에 비례해 통상임금의 60%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새해부터는 20%포인트(p) 인상된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50만원)를 지급받을 수 있어 신청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단축 기간에는 주당 15~3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니 시간을 잘 쪼개면 맞벌이 부부에겐 황금같은 육아 시간이 생기는 셈이죠.
지금은 총 1년 범위 내에서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다수는 육아휴직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1년 이내 육아휴직을 할 경우 남은 기간의 2배를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용 가능하게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죠.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만 청구할 때에는 2년, 육아휴직을 6개월 했다면 남은 기간의 2배인 1년간 근로시간 단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근로시간 단축, 엄마 아빠는 좋지만..회사 내 눈칫밥 '걱정'
법으로 인정받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좋은 제도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문제는 제도를 이용하고 싶어도 '을'인 근로자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점이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공직내 육아휴직자 및 유연근무자 인사상 차별실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근로자들에게 가장 적게 활용된 제도로 '근로시간 단축제(시간제 근무, 1.6%)'가 꼽혔습니다.
실제 인터뷰 참석자들은 시간제 근무 선택 후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하기도 했죠. 단축 근무를 하면 한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시간제 근무를 쓰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유무형의 불이익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조사를 맡은 김정훈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리서치팀장은 "일반적으로 복지 혜택이 좋다고 평가 받는 정부부처에서도 시간제 근무의 사용률이 저조했다"며 "이는 시간제 근무로 인한 승진, 보직 배치, 성과급, 인사평가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시간제 근무 사용 시 부서 내 동료직원에게 업무가 떠넘겨지는 모습을 보고 사용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신청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동일한 자녀에 대해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인 경우 △고용센터에 구인 신청을 하고 대체 인력 채용을 위해 14일 이상 노력했으나 채용을 하지 못한 경우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을 분할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사업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을 권한이 있습니다.
이를 악용하면 자녀를 둔 여성 근로자를 채용할 때 편법으로 근로계약을 10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할 가능성도 있고, 대체 인력 채용을 고의로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을 분할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사업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기준이 상당히 모호합니다. 못된 회사가 정당하게 보이는(?) 이유를 들어 근로자의 신청을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죠.
한 노무사는 "사업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 사유는 그 가짓수가 방대해 유보시켜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입증책임이 사업주에 있기 때문에 거부 이유가 입증이 되지 않아 근로자가 노동부에 진정 제기를 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경우, 500만원이하의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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