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짐 줄이기
"웬만한 건 현지에서..."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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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2주일 앞두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른들만 가는 여행이라면 당연히 하루 전날에야 짐을 챙겼겠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는 첫 해외 여행이다 보니 긴장돼 일찍부터 준비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처음 계획한 아이를 위한 주요 해외여행 준비물 리스트는 ‘여벌 옷, 기저귀 2팩, 유모차, 아기띠, 부스터, 이유식, 이유식숟가락, 비상약, 2리터 생수 4병, 거즈손수건, 물티슈, 카시트, 장난감 등’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짐을 어떻게 들고 갔는지 스스로도 놀랍고 대견하다. 역시 부모는 대단하다. ㅋㅋ)


카시트까지 들고 간 것은 (당시 바구니형 카시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혹시나 베시넷에 적응하지 못하면 익숙한 카시트에서 재우는게 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과 (렌터카 업체에서 대여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탔을 카시트에 내 아이를 앉히는 것에 대한 찜찜함이 작용한 결과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카시트는 굳이 챙겨갈 필요 없었다.(들고 간 부스터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일단 기내에서는 베시넷만으로도 충분했다. 들고 간 카시트는 실제로는 잘 사용했지만 렌터카에서 대여하는 카시트도 깨끗했다.


이후 아이와 함께 유럽 여행에서 두 번 카시트를 대여했는데 청결한 것은 물론, 렌터카 직원들은 내가 아이의 체형에 맞지 않는 카시트를 선택했을 때 적절한 것으로 바꿔줬고, 더 좋은 신형이 있으면 값을 더 받지 않고 대여해줬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유럽은 무엇보다도 아이를 우선하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버스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리를 내어줄 정도다.)


짐을 다 챙기고 보니 너무 많아서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기저귀는 반팩으로, 생수는 1개로 줄였다. 아무래도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유아 제품은 더 좋고 저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간 유럽 여행을 통해 체험하기도 했지만 유럽은 지리학적으로 수질이 좋지 않아 예로부터 식수 산업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식수와 관련된 책을 봐도 유럽의 식수는 우리나라 생수보다 몸에 좋다고 한다. 비상사태를 위한 비상용 물을 제외하고는 식수도 현지에서 구매했는데 모두 잘 한 선택이었다. 당시 사용하던 기저귀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현지 마트에서 사용했고, 에비앙도 한국보다 훨씬 쌌다. (아이 덕에 에비앙도 많이 마시고…ㅋㅋ)


로션과 샴푸, 아기 세제 등도 현지에서 구매해서 사용했다. 물론 비상시를 대비해 일회용 증정품을 챙기긴 했지만 역시 현지 가격이 착해 한 두개는 사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바로 사서 사용하는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유식은 처음엔 얼려갈 것도 고민을 했지만 남편이 워낙 냉동 음식에 대한 반대가 심한 편이기도 하고, 어차피 현지인들이 사는 아파트를 빌렸기 때문에 가서 만들어 주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재래시장에서 이름은 같은데 모양과 색깔은 다른 현지 채소와 과일을 흥정해서 덤까지 받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닌 개성 강한 유럽피언이 꾸며 놓은 집에서 만드는 이유식. 똑 같은 일이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아닌 기쁨이 되고 추억이 된다.


이유식을 위해 준비해 간 건 사용하던 이유식 전용 냄비(아주 작은 것)와 쌀이었다. 유럽은 동남아 쌀이(밥을 하면 ‘날리는’) 많아서 혹시나 우리 쌀을 구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소량 챙겨갔다. 이건 잘 한 선택이었다. 실제 한국 쌀을 못 찾기도 했고, (물론 가져온 게 있어서 열심히 안 찾기도 했지만..)나중에 가지고 간 쌀이 떨어져 어른용으로 챙겨간 햇반을 이유식에 사용했는데 상당히 유용했다!!!(깐깐하지 않은 엄마라면 햇반을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98_807_125.jpg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자치지방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에서 찍은 사진. 알함브라의 기하학적인 문양들을 만지며 뚫어져라 보던 태평이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짐 줄이기의 일등 공신은 ‘모유수유’였다. 젖병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큰 짐 뿐만 아니라 여행 내내 편안하게 다녔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추천한다. 해외여행, 국내여행 할 것 없이 밖에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갈 때 너무 욕심을 부리고 철저하게 하다 보면 짐을 싸면서부터 지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라면 웬만하면 가서 해결해도 충분하다. 겁내지 말자.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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