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아침이 되면 조용한 곳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엄마 아빠는 하루 24시간을 가족 혹은 직장 동료와 함께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게다가 자주 가질 수 없는 자유의 시간이기에 더욱 절실하죠.
제가 딱 이번 주 초에 딱 그랬거든요. 혼자 멍~ 때릴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찾은 곳이 바로 홍대에 있는 '낮인더무드'였답니다.
낮인더무드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어요. 합정역(2·6호선)과 상수역(6호선) 딱 중간에 있어서 출발지에서 타기 편한 지하철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요. 역에서 내려 서교동 골목을 따라 즐비한 술집들을 지나치다 보면 아주 깔끔하게 칠해진 회색 벽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아치형 창문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바로 그곳이 낮인더무드랍니다.
아쉽게도 주차할 곳은 따로 없어요. 만약 차를 가져갈 거라면 근처 노상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도 '범홍대 지역'인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를 살펴볼 텐데, 분위기가 너무 새롭죠? 저는 나름 핫한 카페를 찾아다니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속하는데요. 이런 인테리어는 또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신선했어요. 요즘 카페 트렌드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치형 창문을 찾아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아치형 창문은 더욱 드물잖아요.
창문이 네 귀퉁이 모두 각지지 않아서 마음이 평온해지는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까지 더해지면서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더라고요. (성당에 온 느낌이 들어서 그런걸까요?ㅎㅎ)
다만 아치형 창문이 있는 바 테이블 뒤쪽으로는 흔히 만날 수 있는 카페 분위기예요. 그래서 창문 앞 바 테이블의 인기가 상당하더라고요. 저는 평일에 찾았던 터라 바 테이블이 그나마(?) 여유로웠는데요. 주말에는 아마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부분이긴 한데요. 바 테이블에 앉으면 의자가 높다 보니 다리가 불편한 경우가 있잖아요. 보통 의자 받침에 걸치긴 하는데 그것도 막 편하지는 않죠. 그런데 여긴 이상하게 다리가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봤더니 테이블 아래쪽에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이 있었어요. 어느 카페에서는 손님이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의자를 두기도 한다는데(?) 이런 세심함이 제 마음을 더 끌어당겼어요.
브런치 카페라서 음료와 브런치 메뉴가 있는데요.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아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이 메뉴만은 자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그리고 가게 규모가 작은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일하는 분이 두 분이었거든요.
메뉴판을 정독한 끝에 브런치플래터를 시켰는데요. 주인장이 "혼자 드시기엔 양이 너무 많을 것 같다"며 갈레트(galette)를 추천하더라고요. 대체로 가게에 가면 판매 메뉴 중 가장 비싼 걸 추천받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양이 많다며 더 저렴한 걸 먹으라고 하니 은근히 감동이었어요. ㅎㅎ
그렇게 해서 나온 갈레트와 아이스라테입니다. 처음 이 비주얼을 보고는 '음? 밀가루에 계란 탁인가?'하고 조금 실망했거든요. 그러고 난 후 한 입 먹고는 '어 이거 괜찮네?'했고요. 가운데 계란이 있는 부분으로 갈수록 '내 입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거 아닌가' 하고 신경 쓰일 만큼 맛있었어요.
단맛의 크레페와 살짝 간이 된 야채와 버섯 베이컨 볶음, 그리고 담백한 계란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고요. 쫄깃한 크레페의 식감에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버섯 베이컨 볶음, 거기에 살살 녹는 계란은 거의 환상의 조합이었어요. 그래서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돋더라고요. 어느새 비워진 접시를 보고 '다음에 아이와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이들도 잘 먹을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브런치플래터도 꼭 먹어보고 싶네요.
커피 맛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갈레트 맛이 너무 강렬해서 커피 맛은 좀 잊히더라고요. 커피는 제가 좋아하는 고소한 맛이 강한 타입이었고요. 갈레트를 먹는 동안 얼음이 녹은 걸 고려해도 아주 진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 입맛에는 맞았지만 말이죠. 다음에는 드립커피로 한 번 마셔봐야겠네요.
결론적으로 한가로운 평일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울 때 혼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힐링할 수 있었던, 마음에 쏙 든 브런치 카페였답니다. 재방문 의사 100%인데요. 물론 다음에 가면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오픈한지 한 달도 안 된 곳이라 아직 사람이 없었던 덕분인 것 같아서 말이죠!
*해당 기사는 관련 카페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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