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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때 옆에서 신문만 본 남편..아직도 화가 나요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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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첫째를 출산하고 산후조리 중인 34살 초산모입니다. 분만실에서의 남편의 어이없는 태도 때문에 화가 나서 사연을 보냅니다. 전 20시간 가까운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는데요. 첫아이인만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터라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의지하려고 일부러 가족분만실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제가 장시간 진통하는 동안 함께 고통을 나누기는커녕 신문을 보고 스마트폰을 하는 등 시간 때우기에만 여념이 없었습니다. 출산한 지 3주 가까이 돼 가지만 아직도 당시 남편의 행동이 떠올라서 주먹을 불끈불끈 쥐게 되네요.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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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쟁이 딸내미 엄마=첫째를 출산한지 12개월 된 엄마입니다. 초산이었고요. 유도분만이어서 병원에 전날 저녁에 들어가서 입원했어요. 그러다가 자연 진통이와서 출산한 케이스예요. 드라마에서 보면 남편이 같이 호흡해주는 장면이 무척 감동적인 것처럼 나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남편이 미워요. 딴짓해도 밉고 옆에 있어도 미워요.


저는 첫아이치고는 진통을 짧게 했는데 진통이 오고 나서는 너무 아파서 남편이 진짜 미웠어요. 뭘 해도 밉더라고요. 같이 라마즈 호흡법을 했는데 호흡을 제 코에 대고 해서 저리 가라고 화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해보면 저와 어떻게든 고통을 나누려 노력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희 남편은 제가 무통주사를 맞고 진정되기 전까지 같이 밤을 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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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키우는 워킹맘=출산 당일 아침 7시에 병원 도착해 남편은 출근시켰어요. 오후에 병원으로 온 남편은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ㅋㅋㅋ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을 때 남편은 옆에서 같이 호흡해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줬어요.


아기가 태어날 때 뭘 해줄까 하고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당황해 아무것도 못하고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한 우리 남편!! 둘 다 처음 겪는 일이라 준비를 한다 해도 생각한 것처럼 행동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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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에서 아들 하나 키우는 엄마=애 낳을 때 얼마나 힘들고 아픈데 남편을 진짜 혼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자연주의 출산에 도전했다가 남편도 같이 생고생했네요. 이틀 내내 진통했는데 남편도 함께 했다는.. 남편이 잠을 못 자다 보니 이틀째 되는 날에는 본인이 거의 실신을 ㅋㅋㅋ 어쨌든 옆에서 제 손잡아 주고 한 게 힘이 많이 됐어요.


물론 진통이 최고조에 이를 때는 남편이 옆에 있는 것도 짜증이 나죠. 그 짜증을 다 받아주는 것도 남편의 몫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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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두돌 될 딸아이 기르는 전업맘=저희 신랑은 "나는 울 아기 가슴으로 낳았어!"라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더라고요. 2박3일 진통하는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 파도가 오고 가는 순간에 힘을 주려 했지만 막상 저는 그 손길이며 목소리마저 귀찮아서 "나 건들지 마!" 빽 소리 질렀던 기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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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딸내미 키우는 워킹맘=출산할 때 남편이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건 사실이지만 보이는 앞에서 딴짓을 했다는 건 당사자가 아닌 제가 생각해도 화가 나네요. 남편분이 잘못하신 게 맞네요.


아이는 부부 둘이 사랑해서 낳는 건데 마치 남의 일인 것 마냥;;; 제 경우엔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길까 봐 힘주기 할 때는 아예 제 병실에 가 있으라고 했어요. 어차피 옆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원초적인 제 모습을 그대로 다 보여주고 싶지도 않아서요. 주변에선 그래도 '함께'하지 그랬냐고 하지만, 글쎄요 남편이 옆에 있으면 더 신경 쓰일 것 같았어요. (물론 제 옆엔 간호사인 친구가 있긴 했지만..)


출산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제가 제가 진통을 느끼는 것도 봤고 병실 밖에서도 들었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충분히 아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 육아를 너무 잘하고 있어서 고마울 뿐입니다. 님의 남편분도 앞으로 육아를 도맡아서 잘 하면 기분 나빴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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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두 자매 키우는 엄마=사실 아이를 낳을 때 겪는 고통의 짐은 엄마가 질 수밖에 없다고 이미 체념(?)한 상태에서 병원을 갔던 지라 남편의 행동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남편이 제 옆에서 뭘 했는지 그다지 기억나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지독한 진통을 경험했던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남편한테 고마웠던 기억만 있네요. 첫 아이를 낳기 위해 23시간 진통을 하는 동안 남편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옆에서 계속 응원해줬던 기억이 나요.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행복할 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간을 버텼던 것 같아요. 둘째 아이를 낳을 땐 "네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 좀 있으면 한다. 얼른 낳고 같이 재밌게 보자"며 응원해줬어요. 남들이 들으면 어이없을 상황이지만 단순한 제 성격에 맞춘 최고의 응원이었죠.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남편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출산 후엔 저에게 일부로 져줄 때가 많아요. 전 가끔 이런 걸 이용해서(?) 심부름도 시키고 그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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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딸, 둘째 아들 출산 앞둔 아빠=둘째 출산 2주 전 아빠입니다. 출산 관련된 것은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수입 소고기로 미역국 만들려고 했더니 아내가 안 먹겠다고 하던 게 생각나네요.


예민한 남성분들은 출산 장면을 보면 더는 부부관계를 이어가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합니다. 그만큼 와이프가 힘들게 출산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겠지요. 물론 출산하는 엄마가 제일 힘들겠지만 그 고통을 공감하고 나누는 방법이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산으로 몸이 매우 힘든 상황에서 옆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남편이 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티는 안 나도 서툰 손으로 아이와 와이프를 위해 뭔가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옆에서 보며 가장으로서 앞이 안 보이는 앞날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남편을 위해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어떨까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다시 잠 못 잘 생각하니 막막하긴 하네요.... 순산 축하드립니다. 힘내세요^^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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