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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언니 육아일기]미세먼지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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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은 미세먼지가 어때?"


요즘 태평이는 눈뜨자마자 이렇게 오늘의 미세먼지 수치부터 묻는다. 결과에 따라 아이의 기분도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린이집에서 바깥 놀이를 못하고 하원 후에 잠깐 들르는 놀이터에도 갈 수 없다. 그러면 태평이 기분도 울적해진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긋지긋한 겨울을 겨우 떠나보냈더니 이번엔 '미세먼지'가 태평이의 바깥 놀이 가는 길을 막아선 거다.


미세먼지가 달갑지 않은 건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쌓여 있는 에너지를 기준점 이하까지 방출해 줘야 한 두 끼는 굶은 듯 잘 먹고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든다. 그래야 잘 크고 아프지도 않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반대로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날엔? 그야말로 'OMG(오 마이 갓)'다. 저녁도 영 신통치 않게 먹고 잠들 때도 그야말로 진상 중의 상 진상이 된다. 누웠다가도 일어나길 몇 번, 해달라는 건 어찌나 많은지.. 속으로 몇 번을 '욱. 욱' 하지만 나는 엄마니까 솟구치는 '욱'을 꾸역꾸역 눌러 담으며 태평이를 다독인다.


'하다 하다 미세먼지까지 내 육아에 걸림돌이 될 줄이야 ㅡㅡ;;'(아이를 다독이는 건지 나를 다독이는 건지...)

집에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이상 '층간 소음'을 신경 쓰다 보면 에너지 방출은 쉽지 않다.

1590_3907_3122.jpg 미세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시야. 이 공기를 내 아이가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화창한 하늘 아래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이 많길 바라고 또 바란다.

사실 뭐 이 정도는 엄마가 된 이상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아이를 아프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건 정말이지 속상하다. 태평이를 낳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하나의 기도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다.


그런데 이건 뭐 기본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작된 태평이의 충혈된 눈과 가래 낀 목소리는 아직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에 노출된 아이가 어른이 돼 어떤 질환을 앓을지 예측할 수조차 없다는 건 나를 더 두려움에 떨게 한다.


그나마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유아기마저도 이렇게 미세먼지 때문에 반강제로 감금 돼 있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돌게 될 게 뻔하다. 갑자기 태평이가 안쓰러워진다.

1590_3906_1926.jpg 며칠 전 오랜만에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을 나타낸 덕에 친구와 놀이터로 향한 태평이. 뒷모습으로도 충분히 '신남'을 표현하고 있다.

"태평아, 오늘은 피아노 가지 말고 놀이터로 가자!"


"정말?? 오예!!!! 놀이터에서 논다! 오예!!!!!!!!!!"


오랜만에 놀이터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문득 작년 날 좋은 그때 하원 후 2시간은 거뜬히 놀이터에서 놀던 태평이를 보며 혼자 심드렁하게 '놀이터 신세 좀 면하고 싶다'고 내뱉었던 것이 마음이 쓰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기가 조금이라도 더 좋을 때 더 많이 놀게 할걸.. 그래, 오늘은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게 내버려 둬야겠다. 언제 또다시 올지 모르는 미세먼지 '좋음'이니까.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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