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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다 빠지는 거 아냐?"...
출산 못잖은 탈모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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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출산 후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지만 체중은 믿기 싫을 정도로 불어났고 피부는 수분기 하나 없이 푸석푸석하게 변했다.


더 큰 걱정은 바로 탈모.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진 머리카락이 양손에 한 주먹씩 잡힐 정도였다. 특히 머리 앞쪽이 많이 빠져 남은 머리카락 사이로 두피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 '이러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 민머리가 되는 게 아닐까'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우울해졌다.


더구나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째 되는 날, 가족들과 오랜만에 집에 모여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던 터라 내 모습에 더욱 신경 쓰였다.


난 애를 낳은 것뿐인데 갑작스레 머리털이 한움큼 빠지자 큰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서야 산후 탈모의 존재를 알게됐다. 임산부를 힘들게 하는 큰 신체적 변화 중 하나인데 무려 80%가 넘는 산모들이 겪을 만큼 흔하다.


산후 탈모는 왜 생기는 걸까. 임신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면서 모낭의 성장이 촉진돼 임신 전보다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고 풍성해진다. 출산 이후에는 호르몬 분비가 정상 수치로 줄어든다. 이때 빠지지 않고 있던 모발이 휴지기로 접어들며 대규모 '탈모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며 보통 산후 2~5개월 정도부터 탈모가 시작돼 대개 2~6개월가량 지속되다 자연적으로 중단된다.

849_1708_2926.jpg 출산 후 감은 머리를 말리고 잠이 들 무렵, 한 손에 잔뜩 뽑힌 머리카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론적인 내용은 역시 어렵다.(당시엔 에스트로겐이 뭘 했다는 것인지 관심도 없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 것이란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탈모에서도 통할 줄이야..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와 같은 잘못된 산후조리는 영구적으로 탈모가 생기게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독이다.


아이의 백일 기념 사진을 풍성한 머리로 찍고 싶었기에 나는 산후 탈모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먼저 임신 10개월 동안 참았던 염색, 파마를 잠시 미뤘다. 화학 성분이 두피에 자극을 줘 탈모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일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큰마음 먹고 헤어샵을 예약 했건만. ㅠㅠ (결국 미루고 미루다 모유수유를 끊은 첫 돌 이후 처음 파마를 했다.)


두피를 청결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 이틀에 한 번씩은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두피에 쌓인 노폐물과 비듬, 박테리아 등은 탈모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 인자. 머리를 자주 감아야 하는 만큼 두피에 직접 닿는 샴푸도 중요하다. 샴푸 성분을 비교해 비교적 순하고 안전한 성분의 유기농 샴푸를 골랐으며 머리를 감는데 꽤 많은 시간을 쓸 만큼 꼼꼼히 헹궈냈다. 뜨거운 열은 머리카락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드라이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급하게 드라이기를 사용해야 하면 머리카락과 거리를 두고(약 20~30cm가 좋다고 한다) 말렸다.

849_1709_4633.jpg 출산 후 머리 앞쪽의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두피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탈모 유발의 주된 범인.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산모의 긍정적인 마음, 남편과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 활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하는데 남편 퇴근 전까진 혼자 아기를 보느라 이런 활동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말 못하는 아기를 상대로 수다를 떨거나 틈틈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소리 내 웃었다.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많은 음식은 모발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한다. 해조류와 야채류 등을 고루,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유독 이것만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모유수유를 위해 질리도록(?) 먹고 있던 미역국 식단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지만 아기가 잠든 사이 후다닥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미역국만한 게 없었다.


한 달이 넘게 열심히 두피를 관리한 덕분일까. 조금씩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휑~ 했던 머리 앞쪽에 드디어 기다리던 머리카락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머리카락들이 여기저기 하늘 위로 솟구치면서 흡사 '왕관'을 쓴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백일 기념 사진 속의 나는 미스코리아 왕관보다 더 멋진 왕관을 쓰고 밝게 웃고 있었다. '다시 자라줘서 고마워(feat. 머리카락)'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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