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만들기 준비물로 부모님 사진과 가족사진 가져오기
큰 아이 유치원 가정통신문에 적힌 준비물을 보고 난 사진을 모아둔 컴퓨터 파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많이 찍어뒀지만 그놈의 '게으름병' 때문에 인화는 커녕 컴퓨터에도 뒤죽박죽 저장돼 있다.
아빠 사진은 이걸로 하고, 보영이 사진은 이걸로 하고..
역시 가족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사는 게 바빠 사진을 찍기만 하고 저장한 뒤 한 번도 보지 않은 카메라 파일. 그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씩 골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진을 넘기고 넘겨도 내 사진만 없다.
'카메라는 무거워서 밖에 잘 안 들고 나갔으니. 휴대폰에 내 사진이 들어있겠지.'
휴대폰 사진첩을 열고 한 장, 한 장 앞으로 넘겼다. 큰 아이 한 컷, 작은 아이 한 컷.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찍은 사진도 한 컷. 희한하다. 비만 오지 않으면 주말마다 근교 공원에라도 나들이를 나갔는데 그 많은 사진 속에 아빠와 아이들만 있고 엄마는 없다.
물론 엄마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밥 먹이고 있는 모습이나 남편과 대화하고 있는 도중 찍힌 모습, 집안일을 하는 모습 등이 사진으로 남았다. 짐을 잔뜩 들고 걸어가는 뒷모습은 보너스샷. 풍경이 아름다운 여행지도 참 많이 놀러 갔는데 내가 예쁘게 나온 사진이 한 장도 없다니..ㅠㅠ
반면 아이들과 남편은 인생샷이 넘쳐난다. 물론 내가 전문가처럼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름 사진 속에 당시의 모든 기록을 담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장소, 아이와 남편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 느껴지는 기분까지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설명을 적어놓지 않아도 '여긴 어디' '아, 이때 이걸 했었지' 떠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인생샷 한 컷을 위해 나는 가족들 앞에 마주 서 수백 번 셔터를 누른다. 누가 사진을 찍기만 하라고 시킨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우리 가족의 모든 순간을 저장해놓고 싶기 때문이다.
보영이 엄마도 앞에 가서 서 봐. 이번엔 내가 찍어줄게.
혼자만 아이들과 사진 찍힌 것이 미안한지 남편은 자주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참 신기한 것이 남편이 찍은 사진을 보면 배경은 없고 사람만 있다. 나와 아이들만 클로즈업해서 찍는다. 예컨대 여기가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인지, 동네 놀이터인지 알 수 없게 사람만 찍는다. 더 큰 문제(?)는 자신도 나의 인생샷을 찍어주겠다며 사진 찍는 방법에 대해 질문도 많이 하고 여러 각도로 열심히 찍는다는 것이다.
가족사진은 어떨까. 우리는 외출할 때마다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아 셀카봉을 자주 들고 다니는 편인데 항상 사진을 찍는 건 나다. 온 식구가 셀카봉으로 찍는 카메라 화면에 나오기 위해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가 선봉에 서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은 저 뒤에 있고 늘 내 머리가 가장 크게 찍힌다. 4인 가족 덩치에 가려지면 배경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더 재밌는 것은 내가 카메라 화면 한쪽 귀퉁이에 서면 남편과 아이들이 그 뒤로 줄을 선 것마냥 쪼르르 몰려든다. 엄마를 따르는 새끼 오리처럼 줄지은 모습으로 가족사진을 찍으면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니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샷'이 따로 있나 싶다. 아이들과 웃다가 카메라가 흔들리는 순간 찍힌 사진, 아이들 잡으러 뛰어가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 우리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바로 이런 한 컷이 인생샷 아닐까. 이왕이면 아이 아빠가 사진을 더 잘 찍게 되면 좋겠지만 말이다.ㅋ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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