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박5일 정도다. 오랜 기간 입원생활로 고생한 콤콤이 엄마를 위해 큰맘 먹고 1인실을 이용할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내게 분만병동 수간호사는 가뜩이나 병원비도 많이 나올텐데 1인실 대신 6인실을 4인실로 개조한 산부인과 병동 병실을 쓰라고 적극 권했다. 하루에 30만원을 훌쩍 넘는 1인실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넓고 쾌적하다는 설명이었다. 콤콤이 엄마는 혹시 내가 병원비에 부담을 느낄까 1인실이 뭐냐며 4인실이면 충분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난 쿨하지 못하게 결국 4인실을 쓰겠다고 했다..-.-;;
콤콤이 엄마가 분만 후 머무르게 된 대학병원 4인실은 실제로 앞서 커튼감옥을 연상케 했던 여성병원 4인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널찍하고 깔끔했다. 이곳에서 며칠 몸을 추스르고 일찌감치 예약해둔 집 근처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산모의 몸 상태나 수술 경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은 일반적으로 아이를 낳은 후 회복 과정이 자연분만에 비해 힘들고 더디다. 흔하게 이뤄지는 수술이라고는 해도 전신마취 또는 부분마취를 한 뒤 복부와 자궁을 절개해 태아를 분만하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제대로 산후조리를 못하면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콤콤이 엄마는 이미 두 달이나 입원해 있던 터라 다른 산모보다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수술 후 적어도 하루 이틀은 걷기는 커녕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해 보호자 없이 화장실도 가기 어려웠다. 따라서 난 4박5일간 콤콤이 엄마 곁에 찰싹 붙어 손발이 됐다.
수술 후 15시간 남짓 지난 그날 저녁. 이제 죽은 먹어도 된다는 의사의 지시와 더불어 콤콤이 엄마에 대한 '미역국 사육(?)'은 시작됐다. 반찬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죽 또는 흰쌀밥에 커다란 대접에 한가득 담긴 미역국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끼니 때마다 무한 반복됐다.
미역국을 먹는 것 역시 모성애의 힘인 걸까? 미역국이 아무리 최고의 산후조리 음식이라고 해도 내가 산모 입장이라면 매 끼니 때마다는 도저히 못 먹을 듯싶다. 미역국 사육은 이후 조리원과 집으로 이동해서도 두 달간 계속됐다.
산모가 출산 후 몸을 회복하고, 남편이 곁에서 이를 돕는 것만으로도 꽤 벅찬 일이지만 우리 부부에겐 그에 더해 병원 아래층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 입원 중인 콤콤이 걱정까지 더해졌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환자 보호자에겐 매일 오전 11시30분과 오후 7시30분, 2번에 걸쳐 각각 30분씩의 면회시간이 주어지는데 콤콤이 엄마는 당장 거동조차 힘드니 아빠인 내가 엄마 몫까지 아이들 상태를 더 꼼꼼히 보고 전해야 했다.
다행히도 콤콤이는 별 탈 없이 태어난 날 오후부터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 소아과 담당 교수와 간호사들은 콤콤이 엄마가 응급으로 입원했을 당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같이 걱정했었다며 이 정도로 잘 키워서 낳은 엄마가 정말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아무래도 상태가 심각한 산모들이 응급으로 와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입원 후 한 달 넘게 버틴 콤콤이 엄마가 더 대단해 보였을 듯 싶다.
이렇듯 대단한 콤콤이 엄마는 아이들을 보고 싶은 일념에 입원 이틀째 되던 날에는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악착같이 일으켜 면회를 갔다. 막상 콤콤이를 보고선 자신의 뱃속에 2kg이 넘는 아이를 둘이나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 눈치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를 보고 나니 힘이 솟았는지 몸 상태가 허락할 때마다 병원 복도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서 회복에 매진했다.
그렇게 4박5일이 지나가고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한 병원을 떠날 때가 됐다. 앞선 여성병원에서부터 그간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시원한 마음이 들어야 하건만 콤콤이를 두고 떠나려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면서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병실은 달라도 같은 건물 안에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됐는데..
"그래도 우린 지금껏 할 만큼 했어. 아이들은 시련을 스스로 잘 이겨내고 있을거야. 우린 그저 열심히 도우면 돼"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서면서도 자꾸 아이들이 있는 3층 신생아 중환자실을 바라보는 콤콤이 엄마를 꼭 껴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병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상콤아, 달콤아~ 엄마 아빠가 매일 같이 찾아올테니 맘마 잘 먹고 힘내렴. 곧 엄마 아빠 품으로 올테니 무서워하지 말고"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