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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n 22. 2018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어요 '디뮤지엄 Weather'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 전경


서울 한남동의 명물 '디뮤지엄'. 디뮤지엄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모여있는 문화복합공간입니다.


최근 '사운즈 한남'(☞힙스터 줄 선다는 사운즈한남..'주차비 폭탄+그저 그런 맛') 등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디뮤지엄의 인기가 살짝 식긴 했는데요. 지난달 막을 연 전시회 'Weather'가 호평을 받으면서 다시 많은 이들이 디뮤지엄을 찾고 있습니다.


지인이 아이와 함께 'Weather'를 보고 왔는데 실내라서 시원하고 전시도 괜찮았다고 해서 저도 관람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후기를 쓰기 전에 이번 전시는 적어도 다섯 살 이상의 아동이 관람하기에 적절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내봅니다. 유모차나 아기띠를 하고 오는 돌 전의 아기는 모르겠지만 막 걷거나 뛰기 시작한 아이가 보기에는 지겨울 수 있어요. 전시장의 길이도 꽤 길더라고요(대충 봐도 20분 정도?).


적어도 날씨라는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5살 이상의 아이와 가볼 만한 전시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순 있어요!

가장 저렴한 표는 '온라인 티켓'인데요. 온라인 티켓은 휴대폰에 디뮤지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회원가입을 하면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표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집에서 앱 다운로드와 회원가입까지 끝내고 가세요. 그래야 티켓 구매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가입자 1명당 1장의 표만 할인됩니다.


만약 대림미술관(입장권 6000원)에도 갈 예정이거나 아메리카노(5000원)를 마시고 뮤지엄 숍(10% 할인)에서 기념품까지 살 계획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스페셜 티켓'을 사는 게 좋겠네요. 위 사진에 나오듯 정가 1만7000원짜리 패키지 표를 40% 할인받은 1만원에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시 기간(2018년 10월28일까지) 중 구매했던 표를 들고 디뮤지엄을 찾으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재관람할 수 있습니다! 요즘 소규모 전시들은 이렇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관람객이 느끼는 표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최 측의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뽕을 뽑기 위해서라도 표를 꼭~ 들고 다녀야겠어요.

주차는 전시장 입구의 멤버십 데스크에서 등록하면 1시간 무료입니다. 디뮤지엄은 주차 공간이 아~주 협소하기 때문에 오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만차 사태'가 일어나요. 그래서 주말에 자가용으로 가려면 반.드.시 아주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전시장 입구의 대형 조형물입니다. 해 질 녁 하늘에 글씨를 쓴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죠?


이번 전시회는 입구부터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주제가 '날씨'라서 그런 걸까요? 입구에 있는 이 대형 구조물부터 사진 찍는 관람객들로 붐벼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주말보단 평일 늦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을 권해요. 요즘 청년들은 주말에 문화 활동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Weather'에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요소인 햇살, 눈, 비, 안개, 뇌우 등을 매개로 작업해 온 세계적인 아티스트 20명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170여 점의 사진과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는 챕터 1, 2, 3으로 구분돼 있고요. 챕터 1은 '날씨가 말을 걸다' 입니다. 이곳엔 수십 장의 사진이 있는데요.


우리는 대체로 사진을 볼 때 사진 속 인물이나 대상에 집중하죠. 그런데 그 배경으로 시선을 조금 옮겨보면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표정이나 풍경의 분위기 등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마 이런 이유로 챕터 1의 제목을 '날씨가 말을 걸다'로 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눈이 내리는데도 따뜻한 느낌이 들죠? 저는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제가 따뜻한 방 안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설치작품도 있는데요. 두 사람이 한 손씩 잡고 남은 한 손은 양쪽 벽에 댑니다. 그럼 번개가 번쩍번쩍해요! 신기하게 어떤 사람들은 손을 잡고 있으면 잠시 후 번개가 치는데 어떤 사람들은 번개가 안쳐요. 번개가 안 치면 인연이 아닌 걸까요? (ㅋㅋ)

이제 2층 전시장을 둘러볼까요.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머리 위에 떠 있어요. 베스트 포토존이라 계단이 어찌나 밀리는지.(ㅋㅋ 마치 퇴근시간 강변북로 같았답니다. 그래도 뭐라 할 수 있나요? 인생샷 찍겠다는데!)

챕터 2는 '날씨와 대화하다'입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시각과 촉각, 청각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면서 날씨를 보고 듣고 느낍니다.


우리의 감각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날씨를 경험했으니 이 작품들을 보면 각자 경험했던 비슷한 날씨가 떠오르고 그 당시의 느낌도 되살아나겠죠?


우선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날씨를 느껴 봐요~ 파란 바다, 파란 수영장의 물! 저는 이 그림을 봤더니 최근 다녀온 한 호텔 수영장이 떠오르며 가슴이 쿵쾅거렸답니다!


'그래 그땐 참 여유 있었지..'

다음으로 어두운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뿌연 안개와 함께 빗소리가 들려요. 청각을 통해 날씨를 느끼는 거죠. 저는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어요. 어두운 공간을 완전히 빠져나올 즈음 보이는 글귀는 제 가슴을 '탁!' 치더군요.

'더이상 젖지 않은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있는 설치작품인데요. 조명이 장미꽃을 비추고 이 장미꽃의 그림자가 흰 벽에 집니다. 꽃과 꽃잎을 봐서일까요. 방금 전 숙연해졌던 기분이 다시 좋아지더라고요.

챕터 3은 '날씨는 기억하다'입니다. 작품에 여실히 들어 있는 날씨는 익숙함에 무심코 지나쳤던 나만의 날씨, 나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요. 저는 이 작품들을 보니까 여행을 갔을 때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작품 배경이 다 해외라서 그랬던 걸까요? (급 떠나고 싶네요ㅜㅜ)


제가 찍은 사진은 전시회의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가서 작품을 감상하며 함께 했던 추억 속의 '날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 놓고 혼자 감상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잠시라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비용이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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