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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어요 '디뮤지엄 Weather'

by 올리브노트
1978_5148_422.jpg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 전경


서울 한남동의 명물 '디뮤지엄'. 디뮤지엄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모여있는 문화복합공간입니다.


최근 '사운즈 한남'(☞힙스터 줄 선다는 사운즈한남..'주차비 폭탄+그저 그런 맛') 등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디뮤지엄의 인기가 살짝 식긴 했는데요. 지난달 막을 연 전시회 'Weather'가 호평을 받으면서 다시 많은 이들이 디뮤지엄을 찾고 있습니다.


지인이 아이와 함께 'Weather'를 보고 왔는데 실내라서 시원하고 전시도 괜찮았다고 해서 저도 관람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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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후기를 쓰기 전에 이번 전시는 적어도 다섯 살 이상의 아동이 관람하기에 적절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내봅니다. 유모차나 아기띠를 하고 오는 돌 전의 아기는 모르겠지만 막 걷거나 뛰기 시작한 아이가 보기에는 지겨울 수 있어요. 전시장의 길이도 꽤 길더라고요(대충 봐도 20분 정도?).


적어도 날씨라는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5살 이상의 아이와 가볼 만한 전시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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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한 표는 '온라인 티켓'인데요. 온라인 티켓은 휴대폰에 디뮤지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회원가입을 하면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표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집에서 앱 다운로드와 회원가입까지 끝내고 가세요. 그래야 티켓 구매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가입자 1명당 1장의 표만 할인됩니다.


만약 대림미술관(입장권 6000원)에도 갈 예정이거나 아메리카노(5000원)를 마시고 뮤지엄 숍(10% 할인)에서 기념품까지 살 계획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스페셜 티켓'을 사는 게 좋겠네요. 위 사진에 나오듯 정가 1만7000원짜리 패키지 표를 40% 할인받은 1만원에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시 기간(2018년 10월28일까지) 중 구매했던 표를 들고 디뮤지엄을 찾으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재관람할 수 있습니다! 요즘 소규모 전시들은 이렇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관람객이 느끼는 표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최 측의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뽕을 뽑기 위해서라도 표를 꼭~ 들고 다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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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는 전시장 입구의 멤버십 데스크에서 등록하면 1시간 무료입니다. 디뮤지엄은 주차 공간이 아~주 협소하기 때문에 오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만차 사태'가 일어나요. 그래서 주말에 자가용으로 가려면 반.드.시 아주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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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의 대형 조형물입니다. 해 질 녁 하늘에 글씨를 쓴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죠?


이번 전시회는 입구부터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주제가 '날씨'라서 그런 걸까요? 입구에 있는 이 대형 구조물부터 사진 찍는 관람객들로 붐벼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주말보단 평일 늦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을 권해요. 요즘 청년들은 주말에 문화 활동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Weather'에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요소인 햇살, 눈, 비, 안개, 뇌우 등을 매개로 작업해 온 세계적인 아티스트 20명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170여 점의 사진과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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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챕터 1, 2, 3으로 구분돼 있고요. 챕터 1은 '날씨가 말을 걸다' 입니다. 이곳엔 수십 장의 사진이 있는데요.


우리는 대체로 사진을 볼 때 사진 속 인물이나 대상에 집중하죠. 그런데 그 배경으로 시선을 조금 옮겨보면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표정이나 풍경의 분위기 등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마 이런 이유로 챕터 1의 제목을 '날씨가 말을 걸다'로 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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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눈이 내리는데도 따뜻한 느낌이 들죠? 저는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제가 따뜻한 방 안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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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설치작품도 있는데요. 두 사람이 한 손씩 잡고 남은 한 손은 양쪽 벽에 댑니다. 그럼 번개가 번쩍번쩍해요! 신기하게 어떤 사람들은 손을 잡고 있으면 잠시 후 번개가 치는데 어떤 사람들은 번개가 안쳐요. 번개가 안 치면 인연이 아닌 걸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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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층 전시장을 둘러볼까요.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머리 위에 떠 있어요. 베스트 포토존이라 계단이 어찌나 밀리는지.(ㅋㅋ 마치 퇴근시간 강변북로 같았답니다. 그래도 뭐라 할 수 있나요? 인생샷 찍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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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는 '날씨와 대화하다'입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시각과 촉각, 청각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면서 날씨를 보고 듣고 느낍니다.


우리의 감각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날씨를 경험했으니 이 작품들을 보면 각자 경험했던 비슷한 날씨가 떠오르고 그 당시의 느낌도 되살아나겠죠?


우선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날씨를 느껴 봐요~ 파란 바다, 파란 수영장의 물! 저는 이 그림을 봤더니 최근 다녀온 한 호텔 수영장이 떠오르며 가슴이 쿵쾅거렸답니다!


'그래 그땐 참 여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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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어두운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뿌연 안개와 함께 빗소리가 들려요. 청각을 통해 날씨를 느끼는 거죠. 저는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어요. 어두운 공간을 완전히 빠져나올 즈음 보이는 글귀는 제 가슴을 '탁!' 치더군요.

'더이상 젖지 않은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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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있는 설치작품인데요. 조명이 장미꽃을 비추고 이 장미꽃의 그림자가 흰 벽에 집니다. 꽃과 꽃잎을 봐서일까요. 방금 전 숙연해졌던 기분이 다시 좋아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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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3은 '날씨는 기억하다'입니다. 작품에 여실히 들어 있는 날씨는 익숙함에 무심코 지나쳤던 나만의 날씨, 나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요. 저는 이 작품들을 보니까 여행을 갔을 때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작품 배경이 다 해외라서 그랬던 걸까요? (급 떠나고 싶네요ㅜㅜ)


제가 찍은 사진은 전시회의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가서 작품을 감상하며 함께 했던 추억 속의 '날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 놓고 혼자 감상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잠시라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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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비용이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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