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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07. 2017

직접 해본 '처음학교로'.."또 유치원 입학전쟁 나겠네

유치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어머님, 이달 24일부터 원서접수인데요. 직접 유치원으로 오셔야 해요.

원서 접수 기간을 묻는 말에 한 사립 유치원 교사가 이처럼 답했다. 지난 1일부터 전국적으로 유치원 온라인 입학 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시행됐음에도 해당 사립 유치원의 입학 정보는 볼 수 없다. '왜' 일까.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 신청부터 추첨, 등록을 모두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도입한 시스템이다. 지난해 서울, 충청북도, 세종에서 시범 운영을 거치고 올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을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던 차라 냉큼 처음학교로 사이트에 들어갔다. 매년 11~12월은 유치원 입학 전쟁 시즌인 점을 고려해 서둘러 가입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개별 유치원의 일정을 체크하고 일일이 방문해 원서를 접수해야 했다. 유치원 한 곳에만 원서를 넣었다가 추첨에서 떨어지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인근 모든 유치원에 접수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 추첨 결과. 아깝게 합격하지 못한 아이들은 입학 정원 자리가 생길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유치원 접수 기간은 대부분 평일 낮. 워킹맘인 내가 여러 유치원을 매번 시간 내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유치원 추첨일과 시각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양가 어른들까지 대동해 움직여야 했다.


그나마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는 추첨이라 다행이었다. 선착순으로 입학을 결정짓던 첫째 아이 때에는 유치원 앞에서 전날부터 텐트까지 치고 줄 선 가족들도 있었다. (유치원 추첨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던 뉴스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이왕이면 내 아이가 평가 좋은 유치원에 다니게 하고 싶어 몸이 고생하더라도 입학 '당첨'을 손에 넣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기 때문이다.


전쟁 같았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이제는 이런 고생 안하고 온라인으로 바로 신청할 수 있구나. 참 세상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이미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아이사랑보육포털'을 통해 간편하게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학교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엇? 우리 지역에 접수 가능한 사립 유치원이 없잖아

아무리 찾아봐도 국공립 유치원 정보밖에 없다. 아직 원서 접수 기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저소득층 등 우선모집대상자 원서 모집은 오는 6~8일 진행하며 13일 추첨 후 14일 결과를 발표한다. 일반 원서 모집은 오는 22~28일이고 29일 결과를 공개한다.


궁금한 마음에 처음학교로 상담 센터인 '0079에듀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오전 10시에 전화를 걸었는데 무려 47명이 대기 중이다. 처음학교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구나. 홈페이지에 게재된 30여장에 달하는 학부모용 사용설명서가 절차만 번듯하게 써놓은 형식적인 서류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참을 기다리다 15분 만에 어렵게 연결이 된 상담사는 "이미 사이트 내 유치원 등록 신청이 끝났어요. 고객님이 접수하려는 유치원은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네요" 라고 말했다.


"올해 더 등록이 안 되니까. 지금 사이트에서 확인이 안 되는 유치원에 대한 정보는 업데이트될 일이 없다는 거죠?"라는 나의 질문에 상담사는 "네"라고 답했다.


유치원 알리미 기준(11월6일) 사립 유치원의 수는 4512곳(전체 유치원 9429곳)에 달한다. 그중 처음학교로에 참여한 사립 유치원 수는 116곳(2.6%)에 불과하다. 국공립 유치원을 제외하곤 상당수 사립 유치원 접수가 불가능한 셈이다.

처음학교로 홈페이지 캡쳐

인근 사립 유치원에 연락했다. 교사로부터 원서 접수, 추첨 일정과 더불어 처음학교로에선 접수가 안되고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답만 들었다. 처음학교로 시스템이 시행됐는데도 결국 학부모는 사이트와 유치원을 이중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만 늘었다.


'반쪽'으로 시작된 처음학교로. 그나마 국공립 유치원을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야 할까. 결국 나는 사립 유치원 원서 접수 기간, 추첨일에 양가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을지 체크해야 한다. 올해도 유치원 입학 전쟁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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