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모유수유의 끝, 금단현상의 시작

옆집언니 육아일기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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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하다. 먹먹하다. 아쉽다. 허전하다.. 뭔가 뺏긴 것 같은 이 감정은 대체 뭐지? 혹시 말로만 듣던 그 모유수유 금단 현상?'


태평이를 낳고 썼던 육아일기 중 단유에 성공한 날 쓴 글이다. 나는 태평이를 품고 있었던 10개월과 모유수유 기간 12개월 총 22개월, 2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참았다. 아이를 품고 낳은 여자는 다 하는 일이니 당연한 거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본능에 충실한 편인 내 입장에선 참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임신과 모유 수유기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구에 사로잡히는 순간엔 울적해 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내는 시기가 오기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나는 젖몸살이 아주 심했고 모유량도 적어 나름 수유로 고생을 했던 엄마였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예쁜 원피스, MSG 듬뿍 들어간 인스턴트 음식, 카페인이 가득 든 더블샷 라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지난 2년간 이 악물고 참아야 했던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고대하던 그 날이 왔건만 내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마치 학창시절의 모든 노력이 하루의 시험으로 끝나는 '수능 당일' 같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2054_6090_850.jpg 쭈쭈와 빠이빠이 하고 금방 빨대컵에 적응해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던 태평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울적했던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태평이가 생각보다 쉽게 젖(쭈쭈)을 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모유수유 아이들은 쉽게 쭈쭈를 놔주지 않아 엄마가 고생하는데 태평이는 굉장히 스무~드하게 쭈쭈와 빠이빠이했다.


어떻게 그리 쉬웠냐고 하면 선배맘들의 노하우를 따라 했을 뿐 별다른 건 없었다. 돌 전후로 아이가 엄마 쭈쭈를 가지고 놀려고 시작하는 때가 바로 단유 시기라고 들었다. 태평이는 생후 11개월 즈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였다. 이전엔 그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쭈쭈를 먹었다면 이제는 뭔가 알고 쭈쭈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몇 번 포착하곤 단유를 결심했다.


태평이가 이유식을 잘 먹은 것도 단유 결심에 한몫했다. 이미 '이유식 후 모유' 패턴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이유식 양을 더 늘렸다. 또 모유수유를 하기 전에 빨대컵에 담은 생우유를 마시게 유도했다. 아이 입장에선 쭈쭈와 이별하는 게 워낙 큰일이라고 해서 욕심부리진 않았다.


욕심을 내거나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생각보다 태평이는 쭈쭈를 달라고 보채거나 울지 않았다. 짜증을 조금 내긴 했지만 생우유를 주거나 달래면 이내 잠잠해졌다. 그렇게 3~4일이 지난 후부턴 완전히 쭈쭈를 찾지 않았다.

'쿨한 녀석. 내 품에 안겨 참새처럼 오물오물 쭈주를 먹으며 세상엔 엄마 밖에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아마 시집갈 때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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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를 시작으로 나에게서 더 많은 독립을 해 나갈 태평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할 수 있길 기도했다.


허탈한 마음을 예쁜 원피스로 달래보려고 드레스룸에서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으려는 순간,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좌절했다. 도대체 거울에 비친 이 액체 괴물처럼 흘러내릴듯한 저것은 무엇인가! OTL!!!!! 아마 충격적인 보디(body)가 내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참고로 이 액체 괴물 재건 사업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지만 아무래도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할 듯하다. 흑)


그렇게 나의 육체와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던 모유 수유기가 끝났다. 그리고 태평이는 단유를 시작으로 나에게서 더 많은 독립을 해나가고 있다. 그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모유 수유기, 나와 태평이의 인생에 있어 찰나에 불과할 그 순간은 우리 둘만의 달콤 쌉싸름한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될 거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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