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후 보통 때와 같이 수돗물에 씻기기만 해도 되나요? 성분이 순하니 괜찮겠죠?"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아이도 선크림을 발랐다면 어른과 같이 이중세안(클렌징 워터나 크림 제품으로 선크림을 1차로 제거한 후 비누나 클렌징 폼으로 잔여 불순문을 씻어 내는 것)을 해야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해요.
특히 피부 겉에 방어막을 만들어서 빛을 튕겨내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나 혼합자차(무기 자외선 차단제+유기 자외선 차단제)일 경우 더욱 세안에 신경써야 합니다. (☞관련기사 무기자차? 혼합자차? '동안 유지 필수품' 선크림에 대한 모든 것)
실제로 유아 전용 선크림을 사용한 후 클렌징 워터로 1차 세안을 하면 선크림이 씻겨 나오면서 수돗물이 뿌옇게 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착한 유아 클렌징 워터는 어떤 제품일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기준 클렌징 워터 판매순위 톱10에서 엄마 아빠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5개 제품을 비교군으로 꼽았습니다. △그린핑거 퓨어 클렌징 워터 △무스텔라 노-린스 클렌징 워터 △바이오더마 ABC덤H2O 클렌징 워터 △아토엔오투 클렌징 워터 △아토팜마일드 클렌징 워터(가나다 순) 이고요.
안전성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의 성분 위험도와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도서에서 제시한 가장 피해야 할 20가지 성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관련기사 4대 인기 유아 선크림 성분비교..아토팜 '합격' vs 그린핑거 '불합격')
그 결과 아토팜마일드 클렌징 워터의 성분이 가장 순했고요. 아토엔오투 클렌징 워터 역시 거의 순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바이오더마 ABC덤H2O 클렌징 워터, 무스텔라 노-린스 클렌징 워터, 그린핑거 퓨어 클렌징 워터 순이었습니다.
◇그린핑거, 가격 싸지만 성분은 '헉'
그린핑거는 많은 부모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착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브랜드죠. 실제로 퓨어 클렌징 워터는 다나와 기준 가장 저렴한 판매 가격이 6700원(300㎖)으로 타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상당히 착했어요.
하지만 성분이 착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EWG 기준 높은 위험도 성분이 1가지(향료)가 들어 있고요. 주의 성분은 4가지(향료, 피이지-8, 피이지-7글리세릴코코에이트, 피이지-40하이드로제네이티드캐스터오일)나 포함돼 있어요. 비교군 중 최다입니다.
△향료
향을 유발하는 성분을 통칭하는 것으로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인데요. 대체로 향료에 부작용을 보이는 사람에게선 두통과 현기증, 발진, 색소침착, 기관지자극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이지-8, 피이지-7글리세릴코코에이트
피이지(PEG) 계열의 성분으로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유화제입니다. 일반적으로 PEG는 화학적 공정으로 만든 합성계면활성제 중 하나로 'PEG-숫자' 형식으로 표기해요. 계면활성제는 섞이지 않는 두 성분을 강제로 섞이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계면활성제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는데요. 피부에 쉽게 흡수된 뒤 심장과 간, 폐, 뇌에 일정 수준 머물러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요. 또 접촉성 피부염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스텔라, 의외로 유해성분 많네? '실망'
프랑스 브랜드인 무스텔라는 유아용품 성분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걸로 잘 알려져 있어요. 저 역시 그런 믿음(?)때문에 쓰고 있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분이 착하지 않아 살짝 놀랐습니다. 주의 성분은 향료와 피이지-40하이드로제네이티드캐스터오일 등 2가지였습니다. 이 중 향료는 EWG 기준 높은 위험도 성분이기도 하죠. EWG 기준 중간위험도 성분도 5가지나 들어있고요. 등급미정인 성분도 포함돼 있어요! 향료와 피이지는 위에서 알아봤으니 EWG 기준 중간위험도에 속한 소듐벤조에이트를 볼게요.
△소듐벤조에이트(벤조산나트륨=안식향나트륨)
소듐벤조에이트는 파라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자 화장품 업체에서 그 대체제로 사용하고 있는 성분인데요. 파라벤과 같이 미생물의 증식을 지연시켜 제품의 변질과 부패를 방지하는 '보존제(방부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물티슈 성분 논란 당시 적정량 이상 함유돼 있어 문제가 됐었어요.
하지만 물질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죠. 실제로 이 성분은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ECO CERT)에서 안전성을 확인받았고 미국 식품의약국안전처(FDA)에선 음식에 사용하는 것도 인정하고 있어요.
그래도 '방부제의 일종'이다 보니 기준치보다 많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겨요. 소듐벤조에이트에 과다 노출되면 코와 목 등이 자극을 받아 기침을 할 수 있고요. 두드러기나 혈관신경의 부종을 악화되고 식욕을 떨어질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국내 화장품 법 규정상 전체 용량의 0.5% 미만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요. 미국에선 음식 전체 용량의 0.1% 미만만 함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바이오더마, 비싼데 성분도 착하지 않네?
바이오더마 ABC덤H2O 클렌징 워터 역시 의외로 성분이 착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요. 100㎖에 1만원입니다. 아마 많은 소비자들이 비싸지만 성분이 좋을 거라는 기대감에 이 제품을 구매할 텐데요. 역시 꼼꼼히 따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성분을 살펴보면 향료와 피이지-6카프릴릭/카프릭글리세라이트가 신경 쓰입니다. 향료는 앞서도 설명했듯 EWG 기준 높은 위험도 성분이면서 20가지 주의성분에 포함되죠. 유럽 사람들은 향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나 봐요. 안 좋다고 하는데도 대부분의 화장품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요. 이 제품은 무스텔라와 마찬가지로 피이지 계열의 성분도 들어가 있네요.
다만 EWG 기준 중간 이상 위험도 성분의 수가 다른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건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선 EWG 기준 위험도 '중간'이고 20가지 주의 성분도 아니지만 눈에 살짝 거슬리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을 살펴볼게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이 성분은 지난 2014년 물티슈 논란 때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가 살균제 성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는데요. 물론 당시 정부가 "조사 결과 물티슈에 기준치 이하로 사용됐다.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어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양이온성의 계면활성제로 세균이나 진균류를 없애는데 효과적인 살균제로 꼽혀요. 또 정전기 방지제, 유연제 등으로 사용돼요. 살균제이기 때문에 안전기준 상 화장품 전체 용량의 0.1% 이하로만 사용할 수 있답니다. 과도하게 노출되면 중추신경계가 억제돼 흥분과 발작을 초래할 수 있고 호흡근육 마비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토엔오투, 린덴꽃추출물만 없었어도!
아토엔오투의 베이비 클렌징 워터는 등급미정인 '린덴꽃추출물'만 빼면 모든 성분이 EWG 기준 '위험성 낮음'에 속하며 20가지 주의성분도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EWG는 각 성분에 대한 유해성을 연구한 보고 자료 수에 따라 안전성을 판단해요. 즉, 각 성분의 유해성 보고 자료가 많을수록 숫자가 커지고 적을수록 숫자가 작아져요. 이 중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 성분에 대해선 '등급미정'으로 분류합니다. 우리 몸 깊숙한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성분이라는 의미죠. 린덴꽃추출물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린덴꽃추출물
린덴은 유럽피나무로도 불려요. 린덴꽃나무의 잎과 꽃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데요.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제와 점액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 상처나거나 예민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천연화장품 중 클렌징 제품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EWG·20가지 주의성분 기준에 맞춘 만든 듯 순~한 '아토팜'
저는 아토팜 마일드 클렌징 워터의 전성분을 살펴보면서 'EWG 성분 위험도와 20가지 주의 성분 기준에 맞춰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품에 들어간 12가지 성분이 모두 EWG기준 낮은 위험도에 해당됐고요. 등급미정 성분도 없었습니다. 20가지 주의 성분 역시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어요.
유아 선크림에 이어 클렌징 워터에서도 최상의 등급을 차지한 '아토팜'.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로 유명한 유럽 브랜드들보다 더 착한 성분으로 만들었으니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만 하네요.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들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해 사용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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