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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08. 2018

'김홍도 얼라이브' 아이와 100배 즐기기

최근 아이가 유치원에서 '단원 김홍도'에 대해 배웠나 봐요. 김홍도와 그의 작품 '씨름'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얘기하더라고요.


마침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김홍도 얼라이브'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가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뭔가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 그와 관련된 체험을 해주는 것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결론부터 얘기하면 '썩 괜찮은 전시였다'고 평가할게요. 나이가 듦에 따라 바뀌는 김홍도의 삶에 대한 태도와 그로 인해 변화하는 작품세계를 다양한 형식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저는 사실 동양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동양화의 매력에 폭! 빠졌답니다. 그리고 김홍도가 진정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고요. 교과서에서만 배운 내용으로 역사를 이해하기는 너무나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더 많은 곳을 다녀야겠다 결심했죠. (ㅎㅎ)            

관람료는 △성인 1만2000원 △학생 9600원 △유아동(~만 12세) 7200원입니다.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더 쌉니다!!!) 대체로 3세 미만은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유아동도 무조건 7200원을 내야 하는 전시는 처음이라 조금 놀랐네요. 가성비가 썩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는 않고 적당하다는 생각이에요.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전시인 것 같아요. 물론 5세 이상이라고 해도 100% 소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남는 게 몇 가지는 있을 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더 많은 걸 남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ㅎㅎ)


전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도슨트 설명을 듣지 않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다 보고 출구로 나오게 될 거예요. 그러면 돈이 너무 아깝겠죠. 그러니 꼬옥!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시길 추천하고요. 시간이 맞지 않다면 오디오 가이드라도 이용해 보세요.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정말 그렇습니다!


하나 더! 아이와 함께 간다면 가기 전에 단원 김홍도에 대한 위인전을 보여주거나 동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물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럼 아이가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특히 김홍도는 정조대왕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인물이니 사전에 같이 익히고 가면 훨~씬 유익한 전시가 될 겁니다.            

전시는 5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어요. 김홍도의 일대기에 따라 △박달나무 언덕ㅣ올려다보다 △궁궐ㅣ살펴보다 △금강산ㅣ굽어보다 △저자거리ㅣ꿰어보다 △단원의 방ㅣ응시하다 의 순으로 이어져요.            

전시장 입구로 들어가면 한쪽 벽에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이, 그 반대편에는 이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이 있어요. 작품명은 '월하취생도'로 단원 김홍도가 젊은 시절 자신을 그린 것으로 해석돼요. 그림 속에는 붓과 벼루, 술병 등이 보이고요. 잘생긴 남자가 악기(생황)를 불고 있어요.


미디어 아트를 보니 뭔가 생동감 있고 인상적이죠? 요즘 아이들은 영상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전시가 의외로 아이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도슨트 설명에 따르면 김홍도는 그림만 잘 그린 게 아니라 음악과 글솜씨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고 해요.            

월하취생도 옆에 있는 '사인초상'이에요. 역시나 김홍도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 그림 속 주인공, 잘 생겼죠? 날카로운 턱 선하며 검은 눈썹, 그리고 매력적인 눈매! 기록에 따르면 김홍도는 실제로 상당한 미남이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그의 많은 작품에서 김홍도의 모습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많이 발견되는데요. 아마도 김홍도는 자기애가 강했던 사람인 것 같네요.


또한 젊은 시절 김흥도는 자존감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여요. 사인초상만 봐도 김홍도는 출신이 중인이었지만 그림 속에 사대부를 의미하는 벼루와 붓 등을 함께 등장시켰죠.            

이제 본격적으로 단원 김홍도의 일생과 예술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 섹션인 △박달나무 언덕ㅣ올려다보다의 입구에서 본 모습이에요. 네모 모양의 독특한 구조물 덕에 김홍도의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매우 이색적이었어요.


안산(박달나무 언덕이 있던 곳) 출신이었던 김홍도는 자신의 집에서 아회(문인들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던 모임)을 베풀기도 했대요. 중인이었던 그는 선비문화를 동경했다고 하는데요. 이 아회를 통해 김홍도는 신분(중인)적 한계와 사회적(화원) 지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이에요. 단원의 시화집 일부의 글귀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인데요.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는 관람객도 있던데 글귀를 읽으며 차근차근 앞으로 가보세요.


'천 이랑의 노을 진 바다. 만 이랑의 푸른 물결. 푸를 때는 푸른색이 사람을 녹이고. 붉을 때는 광채가 반짝반짝하네. 저 절경이 환상 같다 한들 안될 게 뭔가. 숲이며 집들이며 내 책 속에 들어왔으니..'


저도 처음엔 글귀를 새겨 보지 않았는데 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이가 띄엄띄엄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길래 뒤따라 걸으며 봤더니 참 예쁜 글이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와 보세요. 글 그림자까지도 예술적이더라고요. 아마 이 역시 작가의 의도겠죠? ㅎㅎ            

이제 △궁궐ㅣ살펴보다로 들어갑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김홍도를 얘기할 때 정조대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혹자는 김홍도를 두고 '정조의 남자'라고도 하죠. 정조는 그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가까이에 뒀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 후손들은 화성능행도(위 사진)와 김홍도필 금강산화첩 등의 작품을 지금 볼 수 있는 거겠죠.            

화성능행도를 가까이에서 찍은 건데요. 실제 눈으로 보면 그 섬세함에 화들짝! 놀랄 거예요. 새끼손톱보다 작은 인물의 표정까지 다 보이고요. 화관에 있는 꽃장식도 하나하나 다 그렸더라고요. 대박!


지난가을 유치원에서 정조대왕과 수원화성, 거중기에 대해 배운 아이의 뜻에 따라 수원화성에 갔다가 우연히 혜경궁홍씨 환갑잔치 행사를 봤는데요. 그때 봤던 장면이 화성능행도에 나오자 아이가 아주 신나하더군요. (수원화성 박물관 근처에도 아이와 가 볼 곳이 많아요!)            

다음은 반차도 중 장용영이 행차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인데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이 그림을 뜯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움직이는 영상이라 아이가 더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여기서 퀴즈! 오른쪽 끝에 보면 '어좌마'라는 한자가 보이죠? 임금이 타는 말이라는 뜻인데 왜 정조는 보이지 않을까요? 정답은 전시회에서 확인하세요! (ㅎㅎ)            

다음은 △금강산ㅣ굽어보다 섹션이에요. 우리나라 진경산수화의 백미로 꼽히는 김홍도필 금강산화첩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김홍도가 그린 금강산은 지금 눈으로 본 것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하죠. 저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하며 멀리 보이는 초가집, 주상절리의 결까지 정말 사람이 그렸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세하게 그렸더라고요.


김홍도필 금강산화첩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는데요. 높은 곳에 올라가 이 영상을 보고 있으니 헬기를 타고 금강산을 둘러보는 기분이었어요. 함께 보시겠어요?            

멋지죠? 이 작품을 본 아이는 자기도 새가 되어 금강산 위를 날아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저자거리ㅣ꿰어보다 예요. 색감이 너~무 좋아 한참동안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작품만 보고 있었던 공간이에요. 김홍도 하면 떠오르는 '풍속화'를 곱씹을 수 있는 곳인데요. 몇몇 작품은 조선시대의 세태를 풍자한 그림이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아마도 김홍도의 '일반 백성들에 대한 정'이 그림에 투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단원의 방ㅣ응시하다 섹션입니다. 사진 속 왼쪽 그림은 '김홍도필 추성부도'인데요.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순조 5년, 1805년) 그린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요. 중국 송나라의 문학가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를 보고 그림으로 떠올려낸 것이라고 하는데요.


뭔가 그림에서 쓸쓸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실제로 구양수의 추성부는 노년의 비애를 노래한 시라고 하는데요. 단원 역시 이 그림을 통해 죽음을 앞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에 보물 제1393호로 지정됐다고 하고요.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돼 있다고 하네요.            

단원의 방에서 나오면 기념품 숍이 있어요. 그리 크지 않고 파는 물품도 많이 없어서 아이가 떼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ㅎㅎ 아이가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고 싶다고 해서 몇 장 구입했네요.            

전쟁기념관이다보니 이렇게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조형물도 많이 보이는데요. 날이 그리 춥지 않다면 전쟁기념관 야외에 전시된 장갑차와 전투기 등도 둘러보면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참고로 김홍도 얼라이브는 내년 2월24일까지 계속되고요. 주차는 2시간에 3000원인데 전시회 매표소에 얘기하면 3000원에 3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줍니다. 지하철역은 4호선과 6호선과 가까워요!


◇아이와 '김홍도 얼라이브' 100배 즐기기 팁

·평일에 가면 주차와 전시 관람까지 훨씬 편해요!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깊게 느낍니다!

·김홍도 선생에 대한 위인전이나 동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에 알고 가면 더 좋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상 깊었던 작품 등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대화를 나누세요!

·매표소에 김홍도 선생의 작품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준비돼 있어요. 집에 가서 아이가 직접 색칠할 수 있게 하며 전시회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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