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지난 주말 나는 냉장고 안을 다 뒤집어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끄집어냈다. 계획에도 없던 '요리 놀이'를 갑자기 하게 됐기 때문이다. 본래 첫째 아이의 동갑내기 친구를 포함해 총 3명의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갈 생각이었는데 오전부터 내리는 비로 인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엄마, 그냥 집에서 피자 만들기 하자. 내가 요리사 할래!
첫째 아이의 제안에 아이들은 앞다퉈 즐거운 괴성(?)을 지르며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찾기 시작했다. '날도 춥고 비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심란한 데 잘됐다. 길가에 버려진 나무토막처럼 온종일 누워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내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급조된 이날의 메뉴는 토르티야 피자. 이 피자의 최대 장점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요리라는 것. 토핑이 끝난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거나 오븐으로 구워내면 끝이다.
◇재료 세팅 완료= 토르티야(식빵도 좋다), 토마토소스, 소시지, 파프리카, 고구마, 양파, 칵테일새우, 옥수수, 방울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전날에 장을 봐 뒀으니 다행이지. 재료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손질할 수 있도록 개인 도마와 빵 칼(일반 칼보단 덜 위험한..) 세팅을 완료했다. '어머!' 아이 셋이 모이니 식탁이 너무 비좁다. 칼과 도마를 사용하는 만큼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커다란 손님용 교자상까지 등판했다. ㅋㅋ
피자 토핑을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칼질을 시작한 아이들. 자신이 만든 피자가 이 중 제일 맛있을 거라며 경쟁에 돌입했다. '얘들아, 똑같은 재료를 같이 쓰는데 맛이 다를 리 없지 않니..'
토핑이 끝난 피자는 바로 오븐 행. 오븐은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220˚C로 예열하고 피자를 넣은 뒤 약 5분간 구워내면 완성이다.
각자 만든 피자를 받은 아이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맛있게 먹었다. 재료 손질부터 토핑까지 완벽하게 스스로 해내서인지 아이들은 종일 요리 놀이를 얘기할 만큼 뿌듯해했다.
그럼 아이들이 아닌 엄마에게 요리 놀이는 어땠을까. '아이들과 요리하기'는 시작도 하기 전,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힘든 게 사실이다.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부터 손에 음식을 쥐고 장난치는 아이 모습이 상상되기 시작하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사실.
그러나 토르티야 피자 만들기는 오븐을 사용할 때 외엔 모두 아이들이 알아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도우미 역할 외에 도와줄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완성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토핑 손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크기가 크거나 모양도 제멋대로다. 엄마가 보기엔 어설퍼 보여도 아이는 최선을 다해 만든 요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 혼자서 요리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모든 과정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자신감을 고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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