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메콩 강의 눈물
30 메콩 강의 눈물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풍광, 마음도 함께 달린다. 기진맥진하여 여기가 한계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 오늘이 그렇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몸이 고무공처럼 가볍게 통통 통 튈 때가 있다. 그런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저녁은 푹 쉬어야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
구김살 없고,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의 함박미소가 담긴 사진을 얻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면 아이들은 그만 도망가고 만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저절로 정화되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욕심은 채울 수가 없었다.
가난해도 비굴함과 하늘을 원망하는 듯한 눈동자가 아닌 온화하며 평온한 눈동자의 그 길 위의 사람들, 그 길 위의 여인들. 꾸며도 꾸며도 천박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흙 속에 묻혀있어도 빛나는 자연스런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화장기 대신 먼지를 뒤집어쓴, 강렬한 태양 아래 삶은 어쩔 수 없이 그늘질 수밖에 없지만, 그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울 때면 60이 넘은 사내의 가슴도 요동을 친다. 내 가슴에 밀려오는 감정의 물결은 깊은 신비감이다. 불만과 불행으로 절어 있어야하는 환경에도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표정, 웅숭깊은 눈동자, 풍요로운 벌판의 고요 같은 평온한 미소에 내 가슴은 아직도 철없이 반응한다.
문화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다. 문화에는 열등함도 우월함도 없다. 거기에는 민족적 특성과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흔적만이 깃들어있다. 그것을 사랑과 존경을 담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일종의 예의이다. 예의를 표하는 것이야말로 친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한 나라의 역사와 삶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도 기본자세이다. 그냥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친구가 되기 위한 자세가 아니다.
캄보디아 전통의 나무집이 대부분이다. 캄보디아 전통 집은 나무 기둥을 사용한 2층 집이 대부분이다. 1층은 빈 공간으로 하여 통풍이 잘 되게 하여 더위를 피하고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다. 1층은 휴식공간으로 한쪽에 평상을 놓고 해먹이 걸려있다. 간단한 가재도구와 부뚜막이 있어 부엌 역할도 한다. 사방이 뻥 뚫린 구조라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든다. 2층은 칸막이 없는 큰 방 하나로 되어 있다. 사계절 더운 나라이니 아무 데서나 누우면 잘 수 있는 구조다.
대부분의 집 앞에는 ‘삐엉’이라는 큰 물독이 있는데 건기에는 물이 부족하여 빗물이나 지하수를 담아 놓고 쓰는 것이다.
도로는 지면보다 1-2m 정도 높다. 대지는 저지대여서 논이거나 물이 고여 있다. 물과 나무의 나라 캄보디아에는 자연이 주는 재료로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짓고 산다. 열대기후로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란다. 집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널빤지로 바닥을 깔고 벽을 막았다. 우기에는 이런 가옥의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오른다.
동남아 대부분 지역에서 만나는 수상가옥은 비가 많이 오고 무더운 자연환경과 연관이 있다. 이런 가옥은 홍수를 피할 수 있고, 통풍이 잘되고, 습기를 피할 수 있으며 동물의 공격으로부터도 안전하다. 또한 종교적인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가옥의 아래는 동물이 사는 공간이고 위는 사람이 살고, 그 위는 신의 공간이다. 동남아인의 삶에서 신은 늘 고려의 대상이며 삶의 일부이다.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아! 메콩 강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났다. 이 다리를 넘으면 프놈펜이다. 거기서 보이는 강의 풍광이 좋거나 웅대해서가 아니다. 내가 꼭 만나고 싶은 강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지역이 정치적으로 안정된다면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지가 될 ‘강(江)’으로 주목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5개 국가를 거쳐 흘러오는 메콩 강은 인근국가의 수많은 애환의 역사와 더불어 유구히 말없이 흘러 왔다. 다리 위에는 강바람의 시원함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중국 남부 티베트 고원의 해발 4900m에서 발원한 메콩 강. 이 강이 관통하는 지역은 중국 윈난 성을 시작으로 광시장족자치구를 거쳐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이들 지역은 아직까지 최빈국이 대부분이지만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메콩 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저력을 갖고 있다.
지금 내가 달리는 캄보디아 저지대 중앙에 있는 톤레사프 호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이 호수는 톤레사프 강을 통해 메콩 강으로 연결된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주변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받아들여 저수지 기능을 하고, 물이 불어날 경우에는 다시 톤레사프 강을 통해 메콩 강으로 흘려보낸다.
메콩 강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유역이 좁으며, 중국지역의 강수량이 적으므로 유량은 주로 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의 강수량에 의해 좌우된다.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우기와 건기의 차가 크며, 유량(流量)은 여름부터 가을에 증가한다.
메콩 강 거대한 삼각주는 수많은 작은 물길로 거미줄처럼 이어져있다. 이 물길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물을 거의 1급수로 끌어 올린다. 흙속에는 오염원을 분해하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메콩 강에는 산천어 종류의 어류와 재첩 같은 조개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메콩 강에는 300kg가 넘는 잉어나 메기 가오리 등 대형 어류들이 많다. 그것은 우선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르며 유기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홍수 때마다 많은 유기물들이 유입된다. 고여 있는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신선한 먹거리들이 고기들의 성장을 돕는다.
중국은 풍부한 수량으로 곡식 생산과 물류의 젖줄이 되고 있는 메콩 강을 란찬 강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부터 11개 대형 댐을 만들어 수력발전에 활용하고 있고, 추가로 18개의 댐을 더 지으려고 하고 있다. 11개 댐만으로도 메콩 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서, 비가 조금만 적게 와도 동남아 5개국에 식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댐 건설과 잇따라 라오스와 태국의 댐 건설로 메콩 강 생태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곡창지역인 메콩유역의 농사에도 치명타를 먹이고 있다.
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강은 어떤 이에게는 생업의 터전이다. 농업과 어업 그리고 수력발전의 자원이다. 강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은 시작되었고, 문화가 시작되었고 당연히 역사가 시작되었다. 강을 따라서 길이 났고, 강을 따라 사람과 물류가 오고갔고 문화가 들락거렸다. 그 옛날에는 고속도로와 같은 물류의 이동 공간이었다. 강은 휴식의 공간이고 추억의 공간이고 또한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문명이 발달했고, 강은 국가 흥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의 중요 기능 중 하나는 인간 생활에 필수불가결인 식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특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식수 부족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강의 환경이 파괴되고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깨끗하고 위생적인 식수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강 위에서 삶을 이어가는 수상가옥은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상가옥은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오랜 삶의 지혜이다. 동남아시아는 우기의 영향이 크고 습도가 높고,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때마다 집은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가서 피해를 입는데 수상가옥은 물난리를 피하기 용이하고 집을 짓기에 저렴하다. 어업활동이 편리할 뿐 아니라 강바람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준다.
친환경적 생활공간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강은 사람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가령 댐을 건설하면 주변 환경을 파괴하고 흐르던 물을 가두면 물고기들의 이동을 막고 주변의 동식물들의 식수가 없어지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만 강을 개발하느라 환경이 파괴되어 생태계가 훼손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도 올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다뉴브 강이 있다면, 동남아시아의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흐르는 강이 있다. 바로 메콩 강이다. 메콩 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 윈난 성을 거쳐 동남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국제 하천이다. 메콩 강 유역에 사는 인구는 무려 6천 5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 메콩 강이 동남아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우기의 밀림은 동물들에게는 낙원이다. 새들의 낙원인 씸빵, 멸종 위기 종 사이머스 악어가 살고 있는 프놈 파타오, 자연보호구역 세이마 등 메콩 유역에는 다양한 희귀동물과 생물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