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낯선 빌딩 위에 서 있었다.
며칠 동안 찾아 헤맨 끝에 오래전 공사가 중단되어 버려진 건물을 찾았다. 드론을 유인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정부에서는 몇 달 전부터 모든 빌딩의 옥상 출입을 차단했다.
지하철뿐 아니라 지정도로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고 강이나 호수가 있는 지역은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졌다. 고층빌딩과 아파트는 비상계단을 잠가버렸다.
그제야 사람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말들은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매체에서는 자살률이 줄어들고 있으며 드론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대한민국은 날마다 끔찍해져 갔다.
마치 전염병에 걸린 듯 사람들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가을날의 낙엽처럼 힘없이 추락했다.
드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스스로 미끼가 되는 것이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바뀌었다.
옥상 난간에 올라서서 초연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나지막이 '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커지는 소리에 눈을 뜨자 드론 수십대가 붉은색 불빛을 반짝이며 어느새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도 잠시 몰려드는 드론의 숫자가 점점 많아졌다.
'겨우 나 하나 때문에?'
아찔해진 정신을 차렸을 때 남자는 차가운 땅에 누워 있었다. 마치 부서지듯 온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에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바닥에는 흥건한 피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의식이 꺼져갈 때쯤 흐릿한 시야로 뭔가가 보였다.
사람의 손, 머리카락, 피...... 2미터쯤 떨어진 곳에 사람이 누워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끔찍한 재앙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남자는 2년 전 발생했던 사건을 기억했다.
'죽은 여자는 배우였는데 이름이 뭐였지 오.... 선화?'
그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