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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묘슬 Dec 28. 2023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다

모태신앙이지만 아무것도 못해요

나는 모태신앙 기독교인이다. 정통기독교 교단에만 40년 이상 출석했고 안 해본 봉사 없이 이것저것 많이 해보았다.

 말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교회학교 때, 청년 때, 결혼을 하고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수많은 목사님과 교인들을 만났다.

교인은 경건해야 하고 모범적이어야 하고 잘살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 그런 교인은 없다.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아무것도 못한다.

기도 못해, 찬양 못해, 전도 못해, 다 못해. 그래서 부끄러운 모태신앙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중고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을 때 어느 날 고2던 우리 반 여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온 시각은 밤 10시였다.

'무슨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기도하면 정말로 하나님이 다 이루어주시나요"

목소리 잠겨있었고 운 것 같았다.

"기도한다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시진 않아.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며 한걸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또 다른 예배란다. 응답이나 기적을 바라는 기도는 옳지 않아"

나는 이렇게 대답해줬어야 했지만......

"그럼~ 다 이루어주시지. 우리 ㅇㅇ가 기도하면 뭐든 다 들어주실 거야"

혼자 고민하다 절박한 마음으로 화했을 그 마음을 짐작했던 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은 재차 되묻더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었다. 그 학생에게 뭔가 어렵고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그것이 최선이지만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아 곧바로 회개를 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어떤 사람은 실컷 울  있는 곳이 예배당밖에 없다고 찾아와서 엉엉 울다가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교회를 사업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이성을 만나기 위해,  재능과 끼를 맘껏 펼치기 위해 교회를 찾기도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십니다' 

'축복받으세요'

'부자 되세요' 

'위대하게 쓰임 받는 일꾼 되세요'


교회에서 전도를 위해 하는 이러한 말들에 사람들은 쉽게 현혹된다. 인간은 나약하여 누구나 위로와 사랑이 필요하고 누구나 위대해지기 원하니까.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을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잘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남들 앞에서는 말도 한마디 못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고 우리 집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모님들의 부부싸움으로 세간살이들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웃집으로 피신다.

주일이면 아버지는 양복을 입고 엄마를 때리던 오른손으로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가면 그 뒤로 엄마가 동생을 업고 나와 오빠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그때는 그게 이상하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내가 철이 들기 전에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고 누워계시던 그의 마지막 눈물을 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입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던 죄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나 혼자만 죄인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것이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상관없이 하나님 앞에선 모두가 죄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바라본 교회는 그렇지 않았다.


교회에 나와 쓰레기를 줍는 어르신이 계셨다. 매일 새벽마다 나와서 말끔히 청소를 하셨고 아무도 손대지 않는 분리수거를 혼자 하셨다.

그분 덕분에 교회는 항상 깨끗했지만 아무도 몰랐다. 아니 모른척했다. 존재감 없는 노인이 하는 하찮은 일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나는 그분을 보면서 진짜 빛나는 헌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대에서 유창하게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은 예배나 행사 때마다 상을 받고 박수를 받았다

헌금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목사님의 사랑을 받았다.

목사님의 설교는 신변 잡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성도에게 선물을 받았다. 누가 헌금을 많이 했다. 또 어떤 학생은 1등을 했는데.......

목사님께 선물을 드릴 형편이 안 되는 사람,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이 말씀하신 잘난 사람들은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해서 복 받은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두 열심히 기도해서 저들처럼 응답받읍시다"


교회에는 엔터테이너들이 많다. 실제로 그들이 교회를 다 이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들이 하나님이 주신 은사라 말하며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노래를 더 잘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믿음이 없다 말한다.

왜 더 열심히 기도하지 않냐고 말한다.

교회에서는 믿음이 권력이다. 말 잘하는 사람, 전도를 잘하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똑똑한 사람 등등 모두 특별히 더 많은 은사를 받았다 자랑한다.

잘난 모습들을 하나님이 주신 거라고 떵떵거린다.

더 이상 교회는 죄인들과 고아와 과부와 가정이 깨어지고 실패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잘난 사람들이 모인 잘난 교회가 되어가고 있다

상한 심령들이 떠나가고 관계가 깨어진 사람들이 회복하지 못하고 나간다.


'교회에 사람 보러 가니? 하나님 보러 가지?'

그 말은 반은 맞고 또 반은 틀렸다. 우리는 사람을 보러 교회에 간다. 사람을 통해 치유받고 은혜도 받는다. 은혜로운 사람을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진다.

세상은 아름답고 잘난 사람들이 빛나야 하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빛나야 한다. 그들이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교회가 많이 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가장 빛나는 헌신은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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