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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Apr 14. 2021

딱 10년전 오늘

세계여행 10주년 기념 추억 돌아보기(1)

10년 전 나는
내 인생 가장 큰 용기를 냈었다.


2011년 4월 14일.

세계일주의 꿈을 안고 배낭하나 메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던, 역사적인 날. 결국엔 세계일주까지는 못했지만(태평양을 못건넘) 1년 3개월을 꼬박 여행을 다니고 돌아왔었다.

10년이나 지나 기억은 많이 휘발되었고 글로 부지런히 남길 여력은 없었어서, 그 길었던 여행은 그저 '내 인생의 가장 좋았던 때' 정도의 희뿌연 기억과 다섯권의 일기장으로 조촐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요즘도 그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나면 늘 그 때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는 걸 보면- 내 구석구석 어딘가에 박힌 강렬한 경험임은 분명하다. 그 친구들과 여행 10주년 기념으로 우리가 만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 시국으로 실현되진 못할 듯 하다.


날이 날이니만큼 오랜만에 일기장을 다시 열어봤다.

첫 여행지는 태국 방콕이었다. 방콕 대표 축제인 '송끄란축제' 기간에 맞추어 일정을 잡았었다.

그런데, 좋기만 했었다고 기억하는 첫날을 다시 되짚어보니 엉망진창이었다.

비행기 티켓의 시간을 잘못 봐서 놓칠뻔 하고, 당시 송끄란축제기간이라 정신없는 방콕에 도착해서는 숙소를 못찾아 우왕좌왕하고, 숙소찾는 걸 도와준 외국인에게 괜히 술을 사겠다고 해서 돈을 다 써버리고, 그렇게 나간 카오산로드에서 또 길을 잃어버리고, 숙소에 간신히 돌아와서는 또 술을 먹고, 술취해서 필름 아웃까지.

다음날 아침, 숙소 도미토리 바닥에서 잔뜩 젖은 옷을 입고(송끄란은 물을 뿌리는 축제다) 잠에서 깨어났다. 숙취와 부끄러움도 잠시, 여행 첫날에 객사할 뻔 했음을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었지.

(여행에 돌아와서 노련한 여행자인척 했던 것이 좀 화끈거린다.)


너무 신나는데 그걸 억눌러야 할 정도로,

두렵고 어설펐지만 설레임이 더 컸던-

30대 초반의 나는 그렇게 긴 여행을 막 시작했다.  

다섯권의 일기장 혹은 용돈기입장ㅋ
일기장 첫권.


*여행 10주년 기념으로 추억팔이 글을 되는대로 가볍게 써보려고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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