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솔로 부대원이 가뭄에 콩 나듯 연애를 하면 일어나는 일 2
흔하디 흔한 토요일이 이렇게도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분명 나 만큼이나 무미건조하게 자리 잡은 사무실 달력 안의 한낱 토요일일 뿐인데. 바쁘게 일을 하던 와중에도 조그마한 빨간색 동그라미 옷을 입은 그 토요일에 눈길이 잠시 머무르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뛰는 심장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입가에 실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겨우 추슬러 넣어보지만 이내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얼굴을 푹 숙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최선이겠지.
일주일에 한 번은 있는( 게다가 매주 돌아오는), 분명 여태 지내온 내 인생의 모든 토요일과 다를 날이 없는 같은 날일 뿐인데. 당신이란 사람을 끼워 넣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달력 안의 무뚝뚝한 숫자와 요일은 오롯이 나만 알아챌 수 있는 빛을 발하며 나의 시선을 또 한 번 훔치려 노력한다.
옷장 안에 들어갈 기세로 옷장을 엎어봐도 입을 옷은 마땅치 않고.
그 와중에 이놈의 팔뚝은 왜 이리도 두꺼운지 알 길은 없고.
애꿎은 피부에 분칠을 해 봐도 우스꽝스러울 뿐이고.
미리미리 좀 배워 놓을걸. 미리미리 준비 좀 할 걸.이라는 후회를 잔뜩 묻힌 내 몸을 침대에 던지기를 백만 번을 보아도, 너를 만날 생각 단 한 번만에 나는 그저 고장 난 인형처럼 헤벌쭉 웃어댄다.
너무 좋아 날뛰는 모습을 보이면 질려서 도망갈까 봐,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해 보아도 이미 내 귓가 가득 들리는 것은 내 심장이 뛰는 소리뿐. 혹시라도 이런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걸 겨우 달래며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이 바보는 그저 하염없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뿐이다.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당신을 보며, 나는 당신과 똑 닮은 사람 백만 명을 데려다 놓아도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서로의 앞에 선 두 사람이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만큼이나 붉어진 상대방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일 밖엔 없는 바보이면서도.
머뭇거리며 겨우 내 곁에 선 당신과 함께.
앞으로 험난하고 머나먼 여정이 될 당신과의 연애의 첫 포문을 여는 오늘의 데이트의 첫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