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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같은하루 Sep 30. 2015

<아름답거나>#22

#22. 천사같이 생긴 여자

#22. 천사같이 생긴 여자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엄마가 어디서 보았는지 뜬금없이 클래식 기타를 배우러 다니자고 했다.

엄마 혼자 배우러 가기에는 쑥스러워 그렇다는 걸 알았지만 그 무렵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그런 엄마의 속사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엄마가 사 준 옷 봉지를 들고 클래식 기타 학원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사춘기 소녀의 '옷에 대한 열망'을 잘 이용했다)

지금은 어떤 옷인지도 기억 안 나는 천조각에 클래식 기타의 '도레미파솔'도 못 들어봤으면서 

엄마 따라 클래식 기타 줄에 손을 얹었다. 내 기억에 엄마는 한 달도 안되어 그만뒀고

나만 홀로 3년 정도 클래식 기타를 배웠다. 클래식 기타에 열성적이진 않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둥글고도 중후한 클래식 기타만의 고급스러운 음색으로 혼자 방에서 기타를 품에 안고 내가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공기의 진동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학원을 다니던 중에 내가 특기생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보고(아마도 선생님과 엄마에 의해) 내가 아무 부담 없이 좋아하게 된 것이 대학 갈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싫어서 보란 듯이 그만 뒀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걸어왔다. 

하얗고 다정하게 생긴 한 여자가 클래식 기타를 치고 있었다.

기타를 치면서 지나가던 휠체어를 탄 남자와 따뜻한 얼굴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점심 먹을 돈도 마땅치 않았지만 50센트를 기타 케이스에 살짝 넣어주고 사진을 찍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050514 Sat

레겐스부르크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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