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와이프가 문제라
두 번째 날이 되어 그는 코이트 타워와 시청을 데려가줬다.
도시 전망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코이트 타워를 선택한 것 같은데 나는 이상하리만큼 문화 충격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멜버른이 그리웠고 서울이 그리웠다.
시청은 베를린 돔보다 인상 적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있었는데 “Do you wanna marry with me?” 나랑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얼버무렸지만 나중에 갑자기 시청은 좋았냐고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우린 페인티드 레이디스에 갔고 그리고 재팬타운에 가서 라멘과 재패니스 스타일 공차를 마셨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내가 돈이 있다면 파이브 가이즈를 한국으로 수입해 오는 것처럼 수입을 해야겠다고 그에게 말했더니 그렇냐는 듯이 다시 한번 먹어보라고 다운타운에 있는 핑크핑크 매장을 알려줬다.
그는 나를 미션으로 데려가줬는데 미션은 그래비티로 가득한 동네였는데 이미 호시어 레인을 봤던 나로서는 충격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미국에 충격을 받아서 내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반문을 했다.
하지만 마약을 많이 한다는 돌레로스 공원은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걷다가 상점들을 구경하고 그러고 나서 나는 고양이 그림이 있는 귀여운 스티커를 샀다. 캐리어에 붙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로컬 찐 맛집 같은 곳에서 브리또를 먹었다. 너무 허름해서 굳이 이런 곳에만 데려와야 하나 싶었으나 맛은 있어서 또 먹고 싶었다. 알파스트로라는 고기라는데 돼지고기를 파인애플과 함께 구운 거라고 한다.
하루에 3만보를 걸을 만큼 힘든 여행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나눴다.
다음날이 밝자 나는 그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를 향했다. 아이스 펌킨 차이 라테와 아이스커피를 포장해 오는 길이였는데 갑자기 내 앞을 걸어가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뒤를 돌더니 나에게 오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무 예뻐서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여기서 지내요? “ ”아 감사합니다. 전 여행 온 거예요. 남자친구도 있고요. “ ”잠깐 걸으실래요? “ 그는 파이낸스에 일한다고 했고 내가 good shape을 가져서 예쁘다고 계속 말하였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커피를 가져다줘야지 네가 왜 딜리버리를 해주냐고 좋은 남자친구는 아닌 것 같다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고 그는 젠틀하게 떠났다.
나는 미국에 와서 캣콜링이 아닌 hit on을 당해서 기분이 좋았다.
마이클한테 말했더니 당연히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는 듯이 얘기를 해서 허무했다.
우린 botanical garden에 갔는데 서울 식물원이 훨씬 예뻐서 너무 별로여서 나는 지루해했다. 그는 또 혼란스럽게 여기서 야외 결혼을 많이 한다며 내 사진을 찍어줬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금문교를 보러 갔는데 나는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생각보다 놀랬던 건 그가 나를 위해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는 것이다. 인생샷을 남겨 줄 정도로.
문제는 우리가 싸우게 되었단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6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의 친구 와이프가 계속해서 연락을 그에게 하고 그의 행동도 의심스러웠다.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을 간다거나, 내가 화면을 들여다보면 급하게 다른 앱으로 화면 전환을 한다거나.
친구 와이프는 우리에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줬는데 미스터리 쇼퍼로서 먹을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폼을 작성해서 그 여자에게 가져다줬다고 한다. 나중엔 사진만 보냈다고 말하고 보여줬지만 나는 그 둘이 따로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마이클도 말을 만났다 아니다 왔다 갔다 해서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음식은 맛있었는데 100,000원 정도의 음식이 비싸다고 느끼는 나로선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분위기를 내주게 한 그 여자한테 고마우면서도 얄밉고 질투가 났다. 엄마 말대로 네가 끌려다니지 말고 남자를 요리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남자를 잘 요리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결혼을 한 거겠지.
목요일 아침이 밝고 그는 일을 하러 가서 혼자이나쿨 브리스 공원에 갔다가 블루 보틀에 갔는데 커피가 맛이 없었다. 그리고 바리스타도 불친절했다. 다만 잘생긴 사람들이 있어서 눈 호강을 했다고 해야 하나.
블루보틀로 지나가는 길에 엘렌 긴즈버그의 에코백을 파는 곳이 있어서 잽싸게 들어가 스티커와 엽서 그리거 에코백을 샀다.
그러고 나서 SF MOMA에 가서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보았다. 모마에서도 에코백과 수첩을 샀지만. 그러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엄마에게 엽서를 쓰고 낮잠을 자다가 마이클을 만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과학 박물관을 갔는데 묘하게 그가 나를 디스하고 날카로웠다.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랄까. 과학 박물관 세션 중에 파트너의 거짓말을 맞춰보세요 라는 게임을 했는데 에이스가 있는지 없는지 맞추는 거였는데 4번 중에 3번을 맞춘 나는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받았고 나 혼자 박물관을 빠져나갔다.
미국에서 혼자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나로서는 그가 필요해서 전화를 걸었다. 뻔뻔하게 어디냐고 묻더니 카메라 관점 세션을 보지 않았다며 다시 돌아오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화가 잔뜩 난 상태였고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 있으니 어떤 남자가 “쟤 누가 데려가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피자를 먹으러 갔는데 운이 안 좋게도 프라이빗 예약 때문에 레스토랑이 딱 하루 일찍 닫았고 얼마인지도 모르는 5달러도 안 하는 피자를 먹게 되었다.
오너는 남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보이는 한국인을 위해 갑자기 페기구 노래를 틀어주었다.
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아서 밤 11시에 차이나 타운에서부터 호텔까지 걷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지 우주의 보호인지 화가 나서 새벽 4시에도 밖으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노숙자도 보지 않았다.
그와 같이 살게 된다면 자주 싸울 테니 각자의 방이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걷고 노래를 듣고 오니 기분이 풀려서 그에게 돌아와 안기니 어디를 갔다 왔냐고 해서 “공원에 갔다 왔어.”라고 하니 위험하니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그가 약간 화가 난 채로 언질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