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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수십억 수백억을 줄게

너를 보러 한국에 온 거야

by 묘운

그가 온 지 일주일 가량이 되었다. 권태롭기보다는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녁을 먹고 난 뒤에 그의 폭탄 발언에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


“한국에 있을 땐 지루하고 미국에 가면 네가 그리워.”


“뭐라고?”


“여기에서는 뭔가를 고칠 수도 없고 그저 밥을 먹고 너랑 카페를 가고 미술관을 가는 것뿐이야. 나는 매일 이렇게 지낼 순 없어.”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나는 벙쩌있었다.


그의 폭탄 발언에 강릉, 제주도, 에버랜드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얘기해 보았지만 졸린 그에게는 들리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다만 6일 동안 그의 곁에서 머물고 요리를 해주고 같이 사랑을 나눴던 나의 노력에 비하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그가 어이없고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와 함께 어느 날 카페를 가서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기 시작했다. 내 저축과 핸드폰 요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와 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학생비자라고? 회사를 그만두고 가는데 학생비자? 결혼비자가 아니고? 넌 장난하니? 그만두고 가는 거에 대한 개런티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그에게 따지자


“개런티로 너에게 수십억 수백억을 줄게. 비자를 받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이면 비자받기가 쉬울 거야. 내가 너 통장에 넣어주면 그 돈은 나한테 빌리는 게 아니라 니 돈이야”라며 폭탄 발언을 하는 것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몇십 개 몇백 개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지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가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인생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로또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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