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고 공부해야 말도 잘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유튜브로 여러 사부를 모셨다. 설명하는 말하기는 유시민 작가를, 인터뷰 말하기는 유재석 씨를, 강의하는 말하기는 김창옥 씨를 모델로 삼아, 이분들의 말을 듣고 또 들었다. 한 사람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같이 말하게 된다."
강원국 작가는 말을 잘 하게 된 방법 중 하나로 '롤모델'을 꼽았다.
>>>나도 유시민이 롤모델이자 우상이다.
>>>유재석의 인터뷰는 어색함이 없고, 물 흘러가듯이 흘러간다. 인터뷰어 중에서는 인터뷰이를 까고 놀려서 재미를 주는 경우도 많은데, 유재석은 언제나 인터뷰이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말을 진심을 다해 귀를 열고 눈을 인터뷰이에 맞추고 들어준다. 그런데 재미있기까지 해 버리니... 그러니 최고의 MC라는 말을 듣겠지.
>>>나도 한 때는 김창옥을 좋아했다. 강한 인상의 그가 표정과 말과 동작과 눈물로써 무대에서 펼치는 강연은 한 편의 모노드라마였다. 그는 강사가 아니라 연극배우에 가깝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김창옥의 강연을 듣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하지만 머리속에 남는 것은 없었다. 그냥 재미난 SHOW를 본 느낌? 그것 뿐이었다.
내가 뭐 누구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그냥 내 나름대로 시부려 본 것이다. 난 강의하는 말하기의 롤모델로 '김제동'을 꼽는다.
2016년 8원 5일 경북 성주군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 한 그의 연설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 멋지고 훌륭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헌법전문(前文)과 헌법 조항 하나 하나 꼼꼼히 제시하며 사드 반대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그는 어떤 저명한 헌법학 교수보다, 그 어떤 잘 나가는 변호사보다 쉽게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 진짜다.
민주공화국의 의미, 주권재민의 의미, 대한민국의 영토 문제, 국민이 되는 요건,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환경권 등을 헌법 몇 조, 몇 항까지 정확하게 지적하고 사드배치의 불합리함에 대해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험문제로 나오던 그 유명한 기본권 제한 조항인 헌법 제 37조 2항의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경우에도 국민의 본질적 자유와 권리의 내용은 침해되지 아니한다"까지 막힘없이 토해내듯 말하는 그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진짜다.
나는 법학과를 나왔다. 물론 지잡대 짧은 법학 지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히 단언하건대 그 당시 유행했던 김철수, 권영성, 허영 교수의 벽돌책 3권보다 김제동의 이 연설 하나가 백만 배 더 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나 아이들에게 헌법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김제동의 연설만큼 유용한 교재는 없다. 진짜다.
"헌법 제1조 2항에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1조 2항입니다 그 말은 무슨 말이냐. 헌법 전체를 통틀어서 권력이라는 단어는 제1조 2항에 국민에게 있다 딱 한 번만 나오고, 나머지 권력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전부 다 대통령의 권한, 국회의 권한, 행정부의 권한, 사법부의 권한 이렇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권한, 즉 국민이 가진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다."
'권력'이란 말이 대한민국 헌법에 딱 한 번만 나온다는 것을 나는 김제동에게 배웠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권한, 즉 국민이 가진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라는 말에 눈물이 났다. 진짜다.
김제동의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참 씁쓸했다.
아무튼 나의 강의하는 말하기의 롤모델은 '김제동'이다. 물론 그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 그의 독서량, 인간관계, 어리숙해 보이지만 나설 때 나서는 당당함,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며 펼치는 선한 영향력... 말하기의 롤모델 뿐만 아니라 그는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진짜다.
#강원국의책쓰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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