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쿠키 하나 샀을 뿐인데...

'두쫀쿠'에 대한 별 쓸데없는 생각

by 조통달

*이 글은 2026년 1월 22일 오마이뉴스에 투고하여 기사로 채택된 글입니다.

https://omn.kr/2gs0d


지난 주말 통영에 가족여행을 갔다. 중앙시장 근처 어느 제과점 앞을 지나는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긴 줄이 있으면 당연히 궁금증이 발동하는 법. 무슨 일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가 하나에 5000원씩, 4개 세트로 2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내 손을 잡고 긴 줄의 끝을 향하며 나에게 말했다.


"아빠, 여기 진짜 싸다! 사줘!"


말로만 듣던 두쫀쿠를 영접할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인절미만한 쿠키 네 개가 2만 원인데 '싸다'니.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SNS에서 본 다른 곳은 개당 7천 원, 심지어 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이건 단순한 디저트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 기준이 유행에 따라 때론 무감각해진다는 것을.


IE003573420_STD.jpg ▲두쫀쿠 사진통영에 여행가서 '두쫀쿠' 실물을 영접했다. 가격은 4개 2만 원. 그래도 이게 싼 가격이란다

SNS 타고 번진 두쫀쿠 열풍


작년 상반기부터 일부 매장에서 등장한 두바이 쫀득 쿠키는 하반기 들어 SNS를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배달의민족에서 '두바이 쫀득쿠키' 검색량은 10월 대비 17배, '두쫀쿠'라는 줄임말 검색량은 무려 1500배나 치솟았다.


핫한 연예인 장원영이 SNS에 두쫀쿠 사진을 올렸다. 김세정도 올렸다. 라이즈 성찬은 라이브 방송에서 먹방을 했다. 그러자 연예인들이 들렀던 디저트 같은 가게 앞에는 웨이팅이 줄을 섰고, 1인당 구매 수량 제한까지 생겼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식감, 이국적인 '두바이'라는 이름, 그리고 처음 보는 화려한 단면 사진. SNS에는 똑같은 각도로 찍은 두쫀쿠 인증샷이 넘쳐난다.


두쫀쿠 열풍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동네 작은 베이커리들도 두쫀쿠를 내놓으며 매출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두쫀쿠 열풍과 그에 따른 SNS 덕분에 실력 있는 소상공인들이 빛을 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두쫀쿠는 오래 일한 하루를 보상하는 작은 위로일 수 있고, 유행 디저트를 즐긴다고 해서 누군가를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유행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유행하는 디저트 하나 때문에 왜 또 진지모드를 가동하냐라고 욕할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말해야겠다. 비싸다. 그것도 너무 비싸다.


그렇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반 매장에서 두쫀쿠는 개당 5000~8000원대, 최대 1만 2000원까지 간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은 3개에 2만 5000원, 개당 8300원이다. 심지어 30만 원짜리 대왕 두쫀쿠까지 등장했다.


김치찌개백반 1인분이 9000원, 칼국수 한 그릇이 1만 원 하는 세상이다. 한 끼 식사 값과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디저트가 과연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소소한 사치'일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달 용돈을 아껴야 겨우 맛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최저임금(2025년 1만 30원)을 떠올려 보면, 이 쿠키 한 개의 가격은 누군가에게 '그냥 간식'이 아니라 '한 시간 알바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은 디저트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가벼운 소비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꽤 큰 결심이 필요한 지출이다.


분명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솔직히 부담된다. 쿠키 하나에 경제적 격차까지 언급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두쫀쿠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아직 못 먹어봤어"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그냥 사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SNS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인증샷들을 보면 나도 그 시류에 편승해야 마음이 놓인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걸 부담이나 차별로 느끼는 건 아니다. 그냥 "비싸네" 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소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부담을 느끼는 사람 사이에 조용히 선이 그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유행이 굴러가는 방식 자체가 때로 의도치 않은 배제를 만들어낸다.

image.png ▲SNS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바이 쫀득 쿠키. ⓒ 오마이뉴스


"먹어봤어?" 이 질문이 만드는 온도차


SNS에서는 반으로 자른 두쫀쿠의 단면을 찍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보여주기 위한 소비'의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시각적 전시 문화가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이를 향유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트렌드에서 뒤처진 사람'처럼 느끼게 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소비에 필요한 건 돈만이 아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도 구매까지 50분이 걸린다. 어떤 매장이 품절되지 않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한 '두쫀쿠 지도'까지 등장했다. 주말을 이용해 줄을 설 수도 있지만, 평일 낮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분명 기회의 차이가 생긴다. SNS에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정보의 격차가 소비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친구들이 두쫀쿠 맛집 이야기를 한다. "거기 진짜 맛있더라", "나는 피스타치오 크림이 최고야", "장원영이 간 곳 가봤어?"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저 듣고 있다.


물론 이건 예전부터 있던 일이다. 비싼 옷, 최신 스마트폰, 유명 맛집. 소비력의 차이는 늘 존재했다. 하지만 SNS 시대에는 이런 차이가 더 자주, 더 선명하게 가시화된다. '두바이'라는 지역명이 주는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한몫한다. 두쫀쿠를 알고 즐기는 것이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세련된 감각'의 증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건 단순한 음식 취향의 차이를 넘어 정서적 온도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감. 화려한 디저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화 공동체에서 한 발 물러난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이다.


두쫀쿠를 먹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된다. 나도 통영에서 아이들에게 사줬고,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작은 상자 하나가 그날의 여행을 더 달콤하게 만들었다. 그 장면만 놓고 보면, 아무 문제도 없다.


다만 마음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쿠키는 맛으로 끝나지 않고, 때로는 '경험'이 되고 '자격'이 된다. "나도 먹어봤다"는 안도감이 되고, "너는 아직이야?"라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유행은 늘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재미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같은 디저트를 마주하고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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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


나는 두쫀쿠를 탓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쿠키가 아니라 그 주변에 생겨나는 공기다. 비싼 가격표와 반짝이는 포장, SNS 속 사진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한 사람의 취향을 넘어, '따라야 하는 것'처럼 굳어질 때다. 소비는 어느새 선택이 아니라 기준이 되고, 기준은 조용히 선을 긋는다. 가진 쪽과 못 가진 쪽 사이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얇은 선 하나가 생긴다.


그래서 필요한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아주 작은 태도일지 모른다. "두쫀쿠 먹어봤어?"라는 질문 대신 "요즘 어때?"를 먼저 꺼내는 것. 인증샷을 올리기 전에, 그 사진이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으로 닿을지 잠깐 생각해 보는 것. 혼자 먹는 즐거움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같이 나눠 먹는 편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기억하는 것. 유행을 거부하는 삶이 아니라, 유행이 사람을 밀어내지 않게 하는 삶이다.


두쫀쿠 열풍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늘 그랬듯, 다른 유행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하지만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서 남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는 어떤 소비로 서로를 이어 붙이고, 또 어떤 소비로 서로를 멀어지게 만드는가. 그리고 그 틈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나는 무엇을 덜 말하고, 무엇을 더 살필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말하겠지.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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