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6일.
전역을 몇 개월 남겨두지 않은 평범한 겨울날이었다. 내무반 TV에서는 김광석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충격이었다. 교양수첩에 떨리는 손으로 '김광석, 의문의 죽음...'이라고 적었다.
자살이라고는 적을 수가 없어서 '의문의 죽음'이라는 비밀스러운 단어를 선택했다. 왜 죽었을까? 지긋지긋했던 군 생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놈도 당시에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신라향가 <제망매가>의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머뭇거리고'라는 문구를 떠올리면서. 그렇게 김광석은 세상을 떠났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퍼서 싫어"... 그래, 그 말도 맞다
▲ 김광석의 생전 모습
군 전역 후, 승용차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물건 '티코'를 타고 다니면서 김광석의 <인생 이야기>라는 라이브 음반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다. 요새 차에는 카세트 데크가 없지만, 지금도 내 차엔 그 테이프가 있다. 아마 수천 번 들었으리라.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중간중간에 읊조리듯 관객과 나누던 그의 대화 내용까지도 다 외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그는 떠났지만, 살아있는 것 같다. 특히 한밤중에 듣는 그의 노래는 가끔 눈시울을 젖게 한다. 그저 그의 노래가 좋고, 그의 목소리가 좋다.
2005년, 백수로 지냈던 어느날 밤. 노트북에 MP3 파일로 저장돼 있던 <혼자 남은 밤>을 이어폰으로 듣다가 몇 시간을 홀로 방에 처박혀 울었다. 펑펑…. 혹시 우는 소리가 건넛방 주무시는 어머니·아버지 귀에 들릴까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백수인 내 상황과 그의 노래가 맞물려 내 눈시울을 자극했다.
그저 그렇게 실컷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누군가는 말한다. "김광석 노래는 슬퍼서 싫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사람들의 아픔과 힘듦과 함께 한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충고나 질책보다는 함께 공유하는 말 없이 들이켠 술잔과 몇 번의 고개 끄덕임이 훨씬 위로가 되고, 아픔을 덜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년 전, 그가 죽었다
2016년 1월 5일 읽은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 어느 시인은 "삶이 김광석에게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광석은 사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라는 책에는 그의 일화가 소개된다. 그는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사람에게 차 안에서 욕을 하기도 했으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하모니카를 불다가 벽에 던지기도 했단다. 그 역시 보통 사람이었고, 보통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노래했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이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2016년 1월 6일은 '가객'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은 내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며, 첫 딸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의 길이 한 길이라는 시답지 않은 말보다 하루하루가 아플 정도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이 생각난다.
<혼자 남은 밤>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술 생각이 간절하다. 누군가 같이 한잔했으면. 하지만 아내는 막내를 재우다 지쳐 잠들었고, 친한 친구들은 모두 고향에 있다. 그냥 슬퍼지면 노래를 부르고, 외롭게 나만 남은 이 공간에 되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가득하다. 빛바랜 사진 속에 내 모습이 더욱더 쓸쓸하다.
아…, 김광석이여….
아…, 김광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