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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Nov 22. 2022

내가 미쳤다는 증거

나는 오늘도 하나씩 분노하고 미쳐간다


또 사소한 것에 집착하면서 분노한다.


1. 시바 1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서 또 분노 거리를 찾았다. 내 앞에 빌려 간 사람이 책날개를 책갈피로 사용하면서 불룩하게 구겨 놓았다. 한참을 곱게 펴서 다시 원상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예전에는 대출한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은 흔적들이 있어 1시간 가까이 땀을 흘려가며 지우개로 지운 적이 있다.


"시바, 자기 책도 아닌 책에 왜 이 지랄이람?"



2. 시바 2


병원에 아버지 약을 타러 갔다. 오늘따라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주차할 곳을 찾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데 검은색 구형 그랜저가 차량들이 회전하는 반경 안에 주차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 차를 피해 회전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전진, 후진을 해도 회전각이 안 나왔다. 시바! 갑자기 욱했다.


“아줌마! 거기 주차를 하시면 회전 반경이 안 나오잖아요. 뭐 하세요? 지금…”


아줌마는 내 목구멍에서 터져나가는 쇳소리에 놀라 급히 차를 빼서 달아났다.



3. 시바 3


사무실이 위치한 상가 입구에 주차를 하는데 또 담배꽁초와 커피와 가래침이 섞인 종이컵이 놓여있다. 시바시바하면서 청소를 했다. 사무실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워드를 쳤다. 기분 같아서는 쌍욕을 하며 협박조의 경고문을 쓰고 싶었지만 “관세음보살 인샬라 아멘”을 외치며 최대한 성난 마음을 죽이고 붓글씨를 쓰듯 타자를 쳤다.


“부탁드립니다. 담배를 태우시고 침을 뱉거나 꽁초, 음료수 병 등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혼자 책을 보고,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글을 쓴다. 혼자에 익숙해지니 내가 정한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내 공간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해 분노하기 일쑤다. 도시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간에는 나의 추억을 떠올리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나와 산책을 한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시바, 한마디로 미쳤다는 증거다.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며 붓글씨를 쓰듯 타자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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