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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머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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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은 언니



어릴 적 학교 가는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뒤를 살금살금 밟다가
들켜 터벅터벅 돌아왔다

내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입학할 때 언니는 하얀 카라 교복을 입고
중학생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 볼 수 있었다

내가 중학생이 되고
마을에 버스가 다니게 되었는데
언니는 서울로 떠났다
알밤이 빠지는  추석하고
목화솜 눈이 내리는 설날에만 집에 왔다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짝은 언니
너를 업어 키워 키가 자라지 않았다고
울다 잠든 너를 업고 집으로 가는 길은
무릎이 땅에 닿을 것 같았다고

언니야
이순이 넘고 고희가 되어
검은 머리 파뿌리 팔순 할매가 되어도
이제는 내가 손잡아주고 업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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