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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ssun Jul 20. 2017

맥주 한캔  

I'm hesitate 

이런 날이 내게도 오게 될 줄은 몰랐어

혼자서 카스 500cc를 하고 있다. 사실은 몇 캔 더 사오고 싶은 심정이야. 

내가 이런 기분을 이해하게 될 줄은 몰랐어. 혼자서 술을 ... 엊그제는 500 3캔 마셨지... 공원에서 먼 산을 바라보면서 그 예전 궁상맞다 처다보던 어떤 아저씨마냥.. 


이런 기분을 이해할 줄은 정말 몰랐어. 

좋아하는 고구마형 그리고 왕소라형 과자와. 


나는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있었다. 

특히 혼밥은.. 혼자서 횟집에 가서 매운탕까지 한 코스 하는 언닌데... 


술은 하지 않았어. 부끄러워서가 아니고, 한창 술맛을 안답시고 진창 술을 마시고 다니던 대학생 시절을 지나서는 술이 그닥 땡기지도 좋지도 않았으니까. 특히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은. 


예전에 직장 선배들이 집에 캔맥주를 한 박스씩 들여놓고 자기 전에 한 캔씩 들이킨다고 하면 나는 그러냐 싶으면서도... 그닥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 다음날 업무 스케쥴에... 바쁜 일상에 ...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퉁퉁 부울 얼굴까지... 그닥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 무엇보다도 난 그들이 아니니까.. 


그러던 내가 맥주 한캔을 꿀꺽꿀꺽 들이키고 있다.  그리고 이 한캔은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는 것. 그건 그냥 단지 지식의 이해가 아니라 그 기분을 이해하게 되는 것. 고로...


 나이를 먹고 있다. 

 

 어린시절에 술맛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건 아마도 새빨간 거짓말. 

 하지만 더 큰 거짓말은 인생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그래서 뭐든 시도할 수 있었고, 도전할 수 있었고, 반항할 수 있었지. 내가 옳았으니까.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된 지금은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모르겠다. 뭐가 맞는지. 

내가 한 선택이 정말 옳았던 건지. 

이대로 가는 것이 정말 맞는 건지. 

이제와서 


I'm hesitate. 


 너무 열씸히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는. 왜 바보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부터였을까. 

어쨌거나 20대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열씸히만 살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어느 덧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을때 그랬던 내게 남는 것이 허무함 뿐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래서 더 이상 전진할 여력을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하고 싶은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시간 이어진 결과가 이렇다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제 든다는 것이. 그리나 쉴래야 쉴 수 없는 빈털터리라는 것이.  

그것도 모르고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나 야속해. 


 I'm hesitate. 


부모님은 얼마나 그 많은  그런 시간들이 지나왔을까.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까. 

그래서 아버지는 그렇게 늦은 밤에 술 한잔을 들이켰을까. 

감사하고 미안한데. 그래도. 

부모님과 내 의견은 달라. 당연히 달라. 가족이라도 달라.  난 그들이 아니니까. 난 나니까. 


 I'm hesitate.


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힘들 땐 어김없이 도움받는 이런 병.  


I'm hesitate. 이런 바보. 못난이. 


I'm hesitate,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몰라. 지나간 시간들은 너무나 아깝고, 

 다가올 미래는 너무나 두려워. 

 그 어떤 어린 날보다. 


 I'm hesitate 


 나가야겠다, 한 캔 아니 두 캔 더 사러. 내가 좋아하는 왕소라랑 다른 손엔 꼬마젤리. 

 지금은 이게 위안이 되네 

 꿈꾸던 세계여행은 갈 수 없어도 잠시 어디론가 나를 도망가게 해주니. 

 위안이 되네. 


I'm hesitate. 삶의 어두운 시간을 지나갈 때. 


I'm hesitate. 알 수 없는 두터운 물결을 넘어갈 때 


I'm hesitate.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의 벽보다 더 큰 내 마음속 벽이 무너질 때. 


I'm hesitate. 


I'm hesitate.    I'm hesitate... 



위안이 되네...   위로가 되네 


I'm hesi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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