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수험생, 노력이 꽃피우길!
지난 주말, 일본에서는 대학입학공통테스트 줄여서 쿄테(共テ)라고 부르는 일본의 수능시험이 있었다. 일본의 대학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한국으로 치면 수시입학전형의 면접관 경험은 매년 있고, 대학원 입시도 경험했기에 대학에서 이뤄지는 입시전형은 익숙한데 이런 전국적인 입시시험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수능감독관이란 건데 고사장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잘 못하면 학생들의 시험점수에 직결되는 거라 입시과가 나눠주는 교과서 만한 감독요강과 오리엔테이션 영상도 꼼꼼히 읽어봤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대학입학에 필요한 시험 즉 입시전형이라 대학에서 관리하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았다. 그래서 시험장도 국공립은 물론이고 사립대학에 설치되고 감독관도 대학교직원이 담당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시험이 있다고 하는데 대학에서 하는 시험이 가장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시험을 이틀에 걸쳐서 보는 점, 우리나라 수능의 언수외탐제2 순서로 보는 것과 다르게 첫날에 사회>국어(일본어)>외국어(영어와 제2외국어 중에 고르는 거였다)>영어 듣기를 보고 다음날에 주로 이과계열 과목을 보는 것 같았다. 시험지 사이즈는 한국보다 작고 필기도구는 본인이 직접 가지고 와서 사용했다.
무엇보다 한국인인 내가 느끼기에 가장 달랐던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매뉴얼. 물론 한국의 수능도 철저한 계획과 준비하에 진행되겠지만 매뉴얼의 나라는 역시 상상을 뛰어넘었다. 준비물 중에 초 단위 확인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지참하라고 쓰여있었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애플워치도 된다고 해서 그대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안된다고 새로 사라고 전 날 전체메일로 연락이 왔다. 초침소리가 안나는, 좋은 손목시계는 가격도 꽤 하고 근무 중이라 사러 갈 시간도 없고 인터넷으로 사도 시간이 걸리기에 왜 이렇게 초침에 집착을 하나, 교실에 시계도 있을 거고 초 단위로 뭘 확인하길래? 하는 생각에 집요하게 연락이 와서 솔직히 짜증이 났다. 그런데 당일 아침 전체미팅을 가니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전파시계를 띄워놓고 이거랑 본인 손목시계 초침을 함께 맞추는 게 업무의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시험장에는 시계가 없었다. 이건 대학원 입시 때도 그랬으니(당연히 시험장에 시계 있을 줄 알았던 한국인)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놀랐던 건 내가 담당했던 시험장은 이 날 시험장 중에 가장 사람이 많아서 180명 정도 큰 강의실에서 시험이 진행되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답안지와 문제지 배부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에 13초? 15초? 정도 늦어졌는데 그걸 일일이 보고하고 종이까지 써서 매교시마다 사무국 같은 곳에 제출을 해야 했다. 왜 13초가 늦었는지 이유도 함께. 그렇다 이것이 일본이다. 시험감독이 어떤 멘트를 해야 할지, 그 시간도 다 적혀있고 멘트를 했는지 체크하는 란도 있고 타임키퍼라는 역할의 사람도 한 명 배치를 해서 59초가 넘어가면 주감독관과 눈빛교환을 하고 멘트를 했어야 했다. 역시 매뉴얼의 나라.
그리고 한국에서는 수능 때 학교 내의 방송으로 전체학생들에게 지금은 뭘 하라는 식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그런 건 없었다. 아마 지진 때문에 전체방송은 없는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이해 가능. 영어 듣기 평가도 개인별로 작은 MP3? 라디오? 같은 기계랑 이어폰, SD카드를 나눠주고 그걸 끼워서 동시에 시작! 하면 재생을 누르고 시작하는 거였다. 한국은 학교방송으로 천장에서 음성이 나오고 그 시간에는 비행기가 안 뜬다니까 오히려 일본센세들이 놀라 했다. 하긴 일본은 땅이 크기도 하고 언제 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그렇다고 해도 기계를 나눠주고 회수하고 단 한 번을 위해 전국의 수험생 숫자만큼 만들고 폐기하고 비용이 꽤 들 것 같은데 누군가의 뒷배를 위한 시험방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핏 본 시험지는 국어인 일본어는 시험지 자체도 오른쪽으로 여는 세로 쓰기 시험지였고, 영어는 질문자체가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토익시험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시험장인 대학교 캠퍼스에 시험과 관계없는 학생들이나 사람들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고 시험이 진행되는 건물에서도 딱히 경비가 삼엄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시기가 되면 수험생 힘내라~ 하는 광고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고3을 응원하는 한국의 으쌰으쌰! 이런 분위기랑은 조금 달랐던 점도 신기했다. 나는 주로 배부하고 순회하는 보조 감독관업무를 했는데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면서 얘들아 잘해!!!라는 마음의 응원을 담아 배부했다. 아 그리고 내가 수능 볼 땐 교실이 남학생과 여학생 교실로 나눠졌던 것 같은데 여긴 다 섞여있었다. 마킹을 컴싸가 아닌 연필로 하는 것도 다른 점 일듯.
물론 한국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교복치마 밑에 체육복 입은 여학생들이 많았고(이건 전철에서도 자주 봄) 시험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시험문제 얘기하는 것도 비슷했다. 그리고 입실하러 가는 길에 고등학교 깃발과 함께 후배와 선생님들이 응원하러 온 풍경도 비슷했다. 한국 같았으면 꽹과리 나왔어야 했지만 조용조용 간바레~ 하면서 인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이번 주말의 시험과 함께 추가로 지망하는 학교별 입시도 치러야 한다. 한국의 고3수험전쟁은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것 같은데 일본도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은 것 같다. 다만 한국보다 추천 입학이나 수시의 종류가 많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의 파이프가 견고한 것 같다. 어느 나라던 수험생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험생들을 하루 종일 지켜보니 옛날 고3 수능날 생각도 나고, 최근에 나는 언제 이렇게까지 몰두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은 벚꽃이 필 무렵 대학입학 합격자 발표가 나고 졸업식이 열린다. 그래서 벚꽃, 즉 사쿠라는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고 헤어짐의 상징이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두가 추운 겨울 열심히 노력한 만큼 봄에 환하게 꽃을 피울 수 있기를!
2026년 1월, 고등학생들에게 큰 울림을 받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