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무도 신경 안 써

기절초풍 선데이

by 명란김

남들은 관심 없는 나의 실수

혼자만 낭패라 여기는 나의 심장.

덩달아 쫄리는 간장.


나도 당연히 실수를 싫어한다.

타인의 실수는 나와 무관해서인지 '그럴 수 있다' 무던하게 봐지는데, 내 실수는 끔찍이도 싫다. 원래는 안 그런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면은 ‘으아아악' 머리부터 줴뜯는다. 그러면 좀 나아지느냐? 아늬! 심장은 오히려 더 가만있질 못하고, 그 옆에 있는 간덩이는 심장따라 쿵짝쿵짝 쪼그라들기만 할 뿐이다. 아, 이놈의 성격. 증말 맘에 안 들어.


다름 아닌 어제는 기절초풍 선데이였다.

지난 월요일에 연재하려던 5화 소재가 너무 무거워 고민하던 사이 일주일이 훅 지나왔다. 원고 4 꼭지 분량의 글을 한 회차에 엮으려다 보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타인의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의 정서에 맞게 잘 녹여내고 싶었다. 타인의 애로가 또 다른 타인에게 전달될 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울이 될 만한 글을 연재하고 싶었는데... 소재의 무게만큼 문맥 갈피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아 발행까지 한참이 걸렸다. 그러면서 실수까지 병행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쓴 무겁디무거운 글을 어제서야 발행했다. 하루 더 두었다가 연재 요일인 오늘에 맞춰 발행할까 고민도 했지만, 지난주를 건너뛰었으니 그냥 어제 하자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일찍 발행하고 나니, 출판사에 탈고물 넘기는 작가의 기분이 이런 걸까 싶게 홀가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분은 언제나 그렇듯, 콩닥콩닥… 브런치에 발행하는 모든 글은 초고일 뿐인데도 매번 두근거린다. 특히 남의 이야기를 발행할 때는 더욱 그러는 것 같다.


그 홀가분함으로 발행한 글을 다시 한번 읽으려는데... ‘어?’ 연재 브런치북이 아닌 일반 브런치북에 발행이 돼 있었다. 그 몇 초 사이에 라이킷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금세 라이킷이지? 신기하다. 이렇게 긴 글이 그 몇 초 사이에 다 읽힌다고? 그럴 수가 있나? 내가 느리게 읽는 편인가? 그나저나 이거 어떡하지? 어떡하긴. 생각 그만. 고민 그만. 얼른 취소하고 연재 브런치북에 다시 올리면 되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매우 차분했다.

문제는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 물론 라이킷 눌러준 분들에겐 죄송했다. 귀한 라이킷 숫자도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나는 눈물까지 찔끔 머금고 잘못 올린 브런치북에서 발행을 취소한 뒤, 연재 브런치북으로 다시 발행하기를 눌렀다. “휴…”


우리 집엔 나의 열렬한 팬.

까다로운 구독자 한 분이 함께 거주하신다.


"엄마 이것도 연재한 거야?"

"응."

"아니, 이거. 장서갈등 이렇게 생긴 거를 연재했다고?"

"어? 무슨 말이야?"

"이거. 이런 게 올라왔는데?"

"으아악!!! 그거 아닌데! 그거 아닌데! 그게 왜!!!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봤더니 취소한 글이 아닌, 다음에 발행할 메모 글이 발행돼 있었다. 심지어 다른 글을 쓰면서 수정하고 메모해 둔 글들까지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글이었다. 일단 재빨리 발행 취소부터 눌러봤다. 또 빠르게 삭제하기도 눌러봤다. 하지만 매정한 팝업창은 얄짤없이 거절했다. 연재 브런치북은 발행 취소도, 삭제하기도 안 되는 거라고.


"아니 왜에~!!!! 그럼 어쩌라고~!! 어뜩하라고~!! 어떡하냐고... 내 건데. 내 글인데 왜~!! 왜 안 되는데. 흐앙…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나고~!!!"


그때부터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자, 생각하자. 아, 맞다! 수정하기는 되는 거였다! 일단 안에 있는 내용부터 복사하고 전부 지운 다음 공백으로 다시 발행하자.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혼잣말을 열댓 명과 하는 것처럼 겹겹이 중얼거렸다.


자, 다음은 원래 발행하려던 글을 연재하자.

아까 발행 취소했던 글을 찾아, 브런치북을 선택했다.

그런데 또! 잘못 선택했던 그 브런치북을 또다시 선택할 뻔했다. "야 잇!!! 너 진짜 왜 그르냐... 정신 차려엇~!!" 정신을 가다듬은 뒤, 드디어 제대로 된 6화를 발행했다. “퓨…“


찜찜함은 여전했다.

누군가 뒤죽박죽 했던 그 내용을 봤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만 잊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내용도 없는 5회 차에 라이킷이 계속 눌리고 있었다. 라이킷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누르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 홀로 대환장 쌩쑈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어제 우리 쁨이는 그런 나를 보며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하하하!!! 살아 있길 잘했네. 엄마가 실수하는 걸 다 보고! 괜찮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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