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너의 이야기 같다면 #1 ]
고3의 시작은 언제부터 일까? 수능이 끝나고 난 고 3들의 그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겨울 가장 추운 날씨의 시작은 항상 수능이었는데..
춥던 말던 수능이 끝난 후 즐거운 고 3들의 표정만큼 홀가분하게..
겹겹이 껴입은 히트텍을 벗고 난 후의 홀가분함처럼
툭툭 털어낸 고3의 분위기는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기는 그대로 그 아래 학년인 고2에게로 전해진다. 수능이 끝난 다음날, 담임 선생님은 어김없이 고 2 학생들에게 이제부터는 정신 차려야 한다는 말로 아침 조회를 시작하고 또 끝을 낸다.
지난 2년이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고 1을 지나, 아무 생각 없이 후루룩 지나버린 고2를 지나 이제 벌써 고 3이라니...
아.. 인생이 고달파 스님이 되어서 난 왜 태어났는지 내 안의 선을 찾고 싶었는데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난다니 , 정말 그건 못할 거 같았다.
준영은 그냥 공부를 하기로 했다. 중학교 때는 꽤나 잘했었는데,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도통 이 많은 과목들을 어떻게 다 공부해내야 하는지 시험 전 날까지도 보지 못한 교과목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위로라 하면 고 1 때 담임이었던 담임이 여기서 꼴찌를 해도 인서울은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쳇.
아~ 앞으로의 일 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터덜터덜 교실로 들어섰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3년 내내 같은 반인 수지가 보인다. 그 외는 모두 잘 모르는 얼굴들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준영이는 무심히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그냥 배경처럼 있는 듯 없는 듯 1년을 보내자 생각했다.
바로 옆 7반은 준영이가 좋아하고 익숙한 친구들로 가득 차 있다. 준영이의 합창부 단짝인 아성이도 있고, AB형 성준이, 성격 좋은 문호, 다음 생엔 니 성격으로 재영이까지..쉬는 시간에 잠시 놀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