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st Your Bounce Back!!!
평화로운 주말, 다가올 일주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복권 한 장을 지갑 속에 부적처럼 모셔놓고 다음주 행운의 당첨자가 되는 상상을 하며 에너지를 끌어 올리는 사람도 있고, 교회·성당·절 등 성스러운 공간에서 속세의 죄를 씻어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한 주 운세는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경기 결과에 좌우되곤 한다. 사실, 팀의 성적에 바이오리듬을 맡기는 건 리스크가 높은 일이다.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든, 방구석에서 온갖 샤머니즘에 기대어 기도하든 팀의 승패를 결정하는 건 결국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팀이 승승장구할 때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긍정 필터 콩깍지가 저절로 씌워지지만, 부진의 늪에 빠진 팀이 패하는 모습을 보는 날에는 바닥인 줄 알았던 나의 기분이 바닥 밑 지하, 그 밑에 또 지하로 추락해버린다.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에 붙는 가속도는 충격을 배로 늘린다. 몇 년 만에 올라간 카라바오컵 준결승전에서 탈락, 사흘 뒤 또 다른 토너먼트 FA컵에서 무력하게 탈락. 후폭풍은 거셌다. 영국 현지에서는 분노한 팬들이 구단주 나가라, 감독 잘라라, 주장 갈아치우라고 외치며 온오프라인으로 선 넘는 말들도 서슴지 않고 쏟아냈다. 리그에서 연패를 기록하며 강등권 코앞까지 순위가 떨어진 상황에서 믿었던 건 그나마 단판 승부 컵대회였는데, 반등은커녕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열혈 팬들은 한마디로 카오스 상태다.
팀 역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빽빽한 다음 일정과 선수들 체력 안배를 고려한 경기 운영은 불가능했다. 중앙에서 뛰어야 할 미드필더가 어제는 센터백, 오늘은 풀백 자리를 땜빵하며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게 팀의 현실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주전선수들은 전 경기를 뛰다 체력이 바닥났고, 급하게 투입된 18~21세 유망주 선수들은 경험 부족이 드러낸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안 좋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나쁜 상황에 처했는데, 매스컴과 여론은 온종일 비난과 조롱으로 팀을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운동장에 들어가 바닥난 체력과 탈탈 털린 멘탈을 부여잡고 경기를 치러내는 선수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나 싶을 때가 있다.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상황, 엎친 데 덮치고 덮쳐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싶을 때 말이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된다고 다 놓아버릴 수도 있겠지만, 도망치듯 포기를 선택해 버리면 편해지기는커녕 찝찝함만 가득 남는다. 그렇다고 답답하니 내가 다 해결하겠다며 마음만 앞서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다. 노력은 가상하나 그렇게 해결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풀렸다.
암흑구간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회복탄력성(reselience)". 빛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언제 올지 모를 비를 기다리며 기우제를 지내는 어리석은 모습이라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놓지 않는 우직함은 악재를 버티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하는 힘, 회복탄력성을 발휘하여 도약하는 경험이 쌓고 나면, 다음에 만나게 될 위기 앞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근거가 붙는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갖는 힘은 꽤 강력하다.
두 개의 컵 대회에서 탈락한 지 한 주가 지났고 오랜만에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시작하기도 전에 멸망전이라 조롱받고 강등권 싸움이라는 놀림거리가 붙은 상태지만, 오늘도 나는 한 주의 운세를 우리 팀에 맡길 것이다. 이기면 행복하게, 지면 회복탄력성을 기르며 일주일을 보내면 되니까.
비기면? 비기기를 기대하며 보기 시작하는 리그 경기는 없다. 승리 요정이 우리 편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