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끝났다, 전쟁이 시작됐다.

분명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결혼한 거였는데..

아내를 처음 알게 된 건,

내 직장동료이자 술친구였던 친한 형이

“야, 너랑 진짜 잘 맞을 것 같은 대학 후배가 하나 있어”

하며 소개팅을 주선했을 때였다.


첫인상은, 뭐랄까.

별생각 없이 봤다가 예상치도 못하게 빠져버린 느낌?

밝고, 잘 웃고, 티 없이 쾌활한 모습에 금세 호감이 생겼고

두 번째 만남에 연인이 되었고,

세 번째 만남에선 벌써 결혼 이야기가 오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빠르긴 했다.


그렇게 우리는 1년 남짓의 짧다면 짧은 연애를 마치고 뜨거운 축하 속에 부부가 되었다.

둘 다 장난기 많고, 유쾌한 성격 탓에

주변사람들 또한

"너희 둘 보면 진짜 재밌게 살 것 같다."라는 말들을 하였고,

우리 부부 역시 설탕 가득 부은 커피처럼 매일이 달콤할 줄 알았다.


아침에 같이 눈 떠 같은 식탁에서 서로 마주 보고 밥 먹고,

퇴근 후 치킨에 맥주와 함께 그날의 소소한 일들을 함께 나누고,

밤이면 서로 등 쓰다듬으며 같이 잠들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현실은?


"가스불 다 썼고 밸브를 왜 안 잠 궈? 불나면 어쩌려고 그래?"
"물건 쓰고 제자리에 놔야지. 왜 아무렇게나 놔?"
"화장실 좀 깨끗하게 쓸 수 없어? 진짜 지저분해!"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지금 싸우자는 거야?"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까지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서로 마주 보며 웃던 시간은 어디 가고,

짜증과 화로 상대를 마주 보았다.

짜증엔 짜증으로,

분노엔 분노로,

서로의 가슴에 대못 같은 말뚝을 박아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누구 하나 억울함과 속상함에 눈물이 터져 나와야

우리의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고,

'비 온 뒤 갠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우린 서로의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것조차 서툴렀고 달랐다.


아내의 상처는 시간이 필요했고,

나의 상처는 대화가 필요했다.


"너는 뭘 그렇게 잘했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그만 얘기하자고. 무슨 얘기를 더해. 그냥 말하지 마."


세상 행복할 줄 알았던 우리는 그렇게 매일을 승자 없는 전쟁을 해야만 했다.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서로의 존재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게 우리가 마주한 신혼의 현실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