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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Oct 12. 2016

그림으로 말해요! 아이 그림 속 숨은 심리 찾기

월간 폴라리스 1월호 '아이의 마음'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그림은 언어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솔직한 수단이다. 부모에 대한 감정과 자아상,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도화지 위에 고스란히 담긴다. 때문에 그림은 아이의 마음을 해석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다. 아이들의 그림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과 해석 방법을 알아봤다.

그림 분석에 앞서 알아야 할 것들

그림을 통한 심리 분석은 만 4세 이후부터
그림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의 그림 발달 단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만 2~4세는 손이 움직이는 대로 선을 긋는 그림, 즉 난화를 그리는 시기다. 그러다가 인지 능력과 소근육이 점차 발달하면서 손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고, 만 4세가 넘어가면 비교적 형태를 갖춘 그림을 그린다. 최소한 이 시기가 지나야 그림을 통해 아이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 한 장으로 아이 마음을 단정짓는 것은 금물
그림이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매개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매우 일시적이고 변덕스럽다. 때문에 한 장의 그림으로 아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거나 단정짓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그림 속의 특징이 일회성에 그치는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관찰한 후 그것을 토대로 아이와의 대화를 유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는 과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분석할 그림은 아이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그린 것이어야 한다. 부모가 중간에 개입을 하거나 정답을 유도한 그림은 아이의 심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족 나들이나 친구와 있었던 일 등 경험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사실 관계가 다르더라도 “그때는 비가 내렸잖아”라는 식으로 교정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중간에 질문을 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그리면 된다”며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옆에 있는 형제자매나 또래의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으니, 심리 분석을 위한 그림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그릴 수 있도록 한다.

그리는 과정에도 아이의 마음이 있다
완성한 그림을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주저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신감과 활력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선을 긋는 것을 주저하거나 지웠다 다시 그렸다를 여러 번 반복한다면 자신감 결여나 불안한 심리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때 아이가 어떤 부분을 지우거나 고치는지 잘 살피자.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람의 눈을 그렸다가 지운다면 눈 혹은 눈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 연필이나 크레파스에 힘을 주는 정도, 즉 필압에도 아이의 마음이 녹아 있다. 힘을 주어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상대적으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충동적인 경향이 크다. 반면 필압이 약하고 선을 흐릿하게 그린다면 억압적인 환경에 놓여 있거나 활력이 부족한 상태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 그림에 담긴 아이 심리

아이의 그림 속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아를 상징한다. 그림 속 신체 부위 역시 저마다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부분과 전체의 상징적 의미를 잘 파악한 후 아이의 자아상을 분석해볼 수 있다. 신체의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면 이는 열등감이나 죄의식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게 그린다면 아이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굴(머리)
만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비율에 따라 머리를 몸에 비해 크게 그리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났음에도 머리를 지나치게 크게 그린다면 자아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거나 부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작은 머리는 자신감 부족이나 무기력함을 의미한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풍성하고 섬세하게 그렸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높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아통제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머리카락을 대충 그리거나 숱이 별로 없다면 현재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머리카락이나 눈썹을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내면에 쌓인 분노가 많음을 의미한다.


큰 눈은 외향적인 성격이나 호기심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큰 눈은 아이가 주변 시선에 민감하다는 것을 반영하기도 한다. 큰 눈 속에 조그만 점으로 눈동자를 그리거나,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은 외부 세계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좋다.

팔과 다리
팔은 보통 대인관계와 사회성을, 다리는 자율성과 안정감을 상징한다.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사람을 그렸다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팔이 완전히 수평으로 뻗어  있거나 경직되어 있다면 오히려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크고 긴 팔은 활동적이고 주체적인 성향을, 짧고 작은 팔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을 뜻한다. 다리를 유난히 길고 굵게 그렸다면 이는 주 양육자로부터 독립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일 수 있다. 평소 아이의 행동을 자주 제지하고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자. 가냘프거나 짧은 다리는 아이의 소극적인 기질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서 있는 사람을 그린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드물게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사람을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아이의 마음 상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

나무 그림에 담긴 아이 심리

나무는 아이의 기질과 무의식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다. 나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선을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나무줄기, 수관, 뿌리 등 각각의 요소가 담고 있는 상징에도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단 나무뿌리는 영유아 시기에는 그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다 정확한 심리 분석을 위해서는 그림이 완성된 후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 대화를 유도해보자. “이 나무의 나이는 몇 살이니?” “나무의 소원은 뭘까?” “나중에 이 나무는 어떻게 되니?” 등 질문에 대한 아이의 답이 곧 현재 심리상태라 할 수 있다.

나무줄기
나무줄기 밑동 부분은 외부세계에 대한 심리를 드러낸다. 아래로 갈수록 밑동이 좁아지는 형태는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를 드러낸다. 지면과 밑동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선을 여러 번 긋거나 아예 지면에서 분리시킨 그림은 방어적이고 외로운 마음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드물게는 나무를 아예 지면으로부터 떨어트려 그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아이의 불행한 마음을 의미한다. 한편 만 10세 이전의 아이들은 나무줄기를 굵게 그려 나무 전체와 줄기의 비율이 잘 맞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수관(나무의 잎과 열매가 달리는 부분)
상상력과 바람이 드러나는 영역이다. 보통 나무의 수관 표현은 아이의 지적 능력 발달과 함께 점점 풍성하고 세밀해진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거나 알아볼 수 없게 얽혀 있는 수관은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를 의미한다. 수관의 형태가 열려 있는 것은 아이의 개방적 성향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지 표현이다. 그러나 수관이 과도하게 열려 있다면 자신감 결여나 우유부단함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수관이 완전히 닫혀 있으면서 속이 꽉 차 있다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적 심리가 강하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나뭇가지와 열매
나뭇가지는 아이가 환경으로부터 만족을 얻는 능력으로, 사람 그림에서 손·팔과 비슷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나뭇가지를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거칠지 않게 그렸다면 안정적인 심리 상태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가지 끝이 뾰족하다면 예민한 성향과 충동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지 끝이 아래로 향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로, 보통 우울한 심리를 반영한다. 이때는 아이가 최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는지 대화를 유도해보자. 나무에 옹이 등의 상처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 역시 외부로부터 받은 상처의 표현일 수 있다.
열매는 아이의 발달 단계나 관심사에 따라 그릴 수도 있고 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열매는 보통 엄마를 상징하는데, 풍성하고 화사하게 그려진 나무 열매는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반면 떨어지는 열매나 잎을 그렸다면 엄마를 비롯한 주양육자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 그림에 담긴 아이 심리

집은 가족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아이는 집 그림을 통해서 가족에 대한 생각과 감정 등을 표현한다. 또 집은 넓은 의미로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집 그림은 외부세계에 대한 태도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마음도 반영한다. 집 그림을 분석할 때 문과 창문, 굴뚝 등 세부 요소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의 집이니?”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떠니?” 등 질문을 통해 전반적인 집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붕
여러 번 덧칠하고 빗금을 그리며 지붕을 강조하는 현상은 공상에 몰두하는 아동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우울한 감정에 반한 소망의 표현일 수도 있으므로,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좋다. 지붕의 크기가 너무 큰 것은 대인관계에 대한 좌절감이나 자폐성 공상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을, 지붕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은 억압의 감정이나 회피성을 의미한다. 한편 지붕을 아예 그리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아이가 내적인 공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은 집의 안과 밖으로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러한 문을 그리지 않은 그림은 외부세계에 대한 불안이나 저항감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자리에 문을 그려넣거나 손잡이가 없는 문을 그리는 것 역시 비슷한 심리로 해석된다. 문의 크기에서도 아이의 심리를 유추해볼 수 있다. 집의 크기에 비해 문을 지나치게 크게 그렸다면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고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문을 너무 작게 그렸다면 부모나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창문
창문은 아이가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상징하는 요소다. 창문을 집의 벽면에 빼곡히 그리는 아이가 있는데,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와 의존도가 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는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창문을 그리지 않는 것은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한다. 한편 창문 주변을 커튼이나 화분 등으로 예쁘게 꾸민 그림은 아이의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심리를 반영한다.

참고 도서  신민섭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 실비 쉐르메 캐로이 <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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