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폴라리스> Vol. 180 '안녕, 자존감' 中
칭찬과 훈육이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설이다. 하지만 어떤 칭찬과 훈육은 아이를 키우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아이 마음에 독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칭찬과 훈육의 기술.
글 성소영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참고 도서 기시 히데미쓰 <칭찬이 아이를 망친다>, 장윤경·김윤정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제리 와이코프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최경선 <스칸디식 교육법>, 제인 넬슨 <긍정 훈육법>
의존적 아이를 만드는 나쁜 칭찬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 첫 울음을 터뜨린 순간부터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엄마, 아빠의 눈을 맞추고, 있는 힘껏 한 발을 내디디는 그 모든 성장 과정은 어쩌면 부모의 환호성이 만들어낸 것일지 모른다. ‘칭찬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이라는 말처럼 실제로 좋은 칭찬은 아이의 동기를 자극하고 스스로 사랑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가치감’을 높인다.
하지만 모든 칭찬이 아이에게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칭찬이나 특정한 능력을 꼭 집어 치켜세우는 칭찬은 도전의 기회를 빼앗는다. 이러한 칭찬을 자주 받은 아이들은 칭찬받지 못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 칭찬을 할 때마다 보상을 해준 경우에는, 보상을 받기 위해 행동하고 보상이 없으면 하지 않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칭찬이 아이에게 독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아이에 대한 평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칭찬할 때 흔히 사용하는 “잘했어” “똑똑해” “착한 아이네!” 등의 말에는 아이를 평가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무심코 내뱉게 되는 “착하다”는 말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라고 받아들이게 될 여지가 있어 더욱 위험하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칭찬하는 과잉 칭찬은 위험하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 기준보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자연히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를 배우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의 기준이 모호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띤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상처를 남기는 감정적 훈육
육아에 있어 칭찬만큼 중요한 것이 훈육이다. 영유아기는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고, 감정이 격해질 때 이를 제대로 조절하는 능력을 꼭 배워야 하는 시기다. 영유아기 때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때 이를 바로 잡아주는 것은 부모로서 해야 할 당연한 임무다. 하지만 훈육의 방법을 잘못 알고 실행하면 아이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아이를 위해 했던 행동이 때로는 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아이의 체면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윽박지르거나 체벌을 하는 것은 훈육의 효과가 거의 없을뿐더러 아이를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는 불안하고 무서운 그 잠깐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부모가 보는 앞에서만 잘못된 행동을 잠시 멈출 뿐, 그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는 전혀 깨닫지 못한다.
“왜 그랬니?” “이유가 뭐니?”라고 묻는 것 또한 많은 부모들이 훈육을 할 때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이러한 질문으로 꾸중을 들은 아이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하고, 반성할 기회를 놓치고 그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거나 그럴듯한 핑계를 대기 쉽다. 혼이 나는 이유가 ‘잘못된 행동’이 아닌 ‘그 행동을 한 원인’으로 귀결되기 때문. 과하고 잦은 꾸중, 잘못된 훈육은 아이에게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만 안겨줄 뿐이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칭찬하는 과잉 칭찬은 위험하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타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의존적인 성향을 띤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아이를 칭찬할 때는
Skill 1.
‘막연한 칭찬’이 아닌 ‘구체적 인정’을 해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보여줬을 때, 동생에게 과자를 양보하고 엄마(아빠)를 쳐다볼 때, 그저 “잘했어” “착하다” 같은 기계적인 칭찬을 한 경험이 있는가. 이때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느낀다. 또 어른들이 흔히 하는 “예쁘다” “착하다” 등의 말로 칭찬을 하면, 아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관해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성과를 마음껏 기뻐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원래 그렇게 태어난 아이’여서 잘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칭찬보다는 인정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주는 게 좋다. 이때 칭찬의 주체는 아이가 아니라 ‘나(엄마/아빠)’가 돼야 한다. 만약 아이가 집안일을 도와주었다면 “엄마를 도와주다니 정말 착하구나”라는 말 대신, “OO가 일을 도와준 덕분에 엄마가 조금 더 편해졌어. 정말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자신의 행동(일을 도와주었다)을 엄마(아빠)가 어떻게 생각(더 편해지고 큰 도움이 되었다, 고맙다)하는지를 말함으로써 아이는 엄마(아빠)에게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구체적인 칭찬을 받으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실행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자기통제력은 물론 아이에게 자긍심과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다.
Skill 2.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해요
많은 어른들이 아이를 칭찬할 때 결과적으로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지곤 한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한 뒤 “나 잘했어요?” “내가 1등이에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면 부모가 평소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한 칭찬을 했을 확률이 높다. 아이는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거쳐 온 과정에 대해 칭찬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100점을 맞지 못하거나 1등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경험이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기 때는 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각 과정을 단계별로 칭찬하는 방법을 통해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게 좋다.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림이 완성됐을 때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과정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칭찬을 해주는 것. 마지막으로는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쏟은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특히 잘 표현한 부분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하면 된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설사 결과가 나쁘더라도 이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라는 생각은 아이에게 큰 용기가 된다.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난하며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아이를 훈육할 때는
Skill 1.
현재의 잘못에 초점을 맞춰요
매일 아이를 가까이서 대하는 주 양육자의 경우, 아이가 말썽을 피우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잘못이 매번 반복되는 일 같아 속상함을 느낀다. 그래서 한 번 저지른 실수도 매번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고, 약간의 잘못에도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혼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훈육할 때는 ‘지금 저지른 잘못’만 지적해야 반감을 사지 않고 훈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식사 도중 장난을 치다가 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렸다고 생각해보자. “너는 왜 항상 이러니. 지난번에도 밥 먹다 장난쳐서 엄마한테 혼났지?”라며 과거와 현재의 행동을 연결하면 아이는 ‘나는 늘 그런 사람’이라는 부정적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훈육을 할 때는 지금 한 잘못에 한해서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또 어떤 행동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주의를 줬는데도 자꾸 장난을 치다가 그릇이 깨져버렸지? 아빠는 네가 다칠까봐 걱정되고 화가 나”라는 구체적 훈육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너 때문에 정말 화가 난다”라고 야단치는 것은 ‘네 존재가 나를 화나게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말을 들은 아이는 부모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했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아이에게 행동이 왜 잘못됐고, 부모가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주었다면 마지막으로 “앞으로 그러지 마”라는 막연한 해결책 대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자.
Skill 2.
상처주지 않고 혼내는 규칙을 정해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훈육을 할지 나름의 규칙을 정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화가 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잠깐 동안 스스로의 행동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진정 시간을 주는 것은 좋은 훈육 방법 중 하나다. 생각의자에 앉히거나 조용한 장소로 데려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 언성을 높이기 보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우리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겠다. 여기에서 방금 한 행동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라고 말한다. 진정 시간은 3분 내외가 적당하다. 시간이 더 길어지면 아이가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진정 시간이 끝난 뒤에는 “아까 한 행동이 어떻다고 생각되니?” “앞으로 ○○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과 그 이후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우물쭈물하고 대답을 못한다면, 부모가 생각하는 해결 방법을 차근히 알려주면 된다.
본인이 받아야 할 벌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벌의 규칙은 아이와 논의한 후 정하도록 한다. 잘못을 했을 때 좋아하는 활동(TV 보기, 놀이터 가기, 초콜릿 먹기 등)을 제한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활동(글자 따라 쓰기, 심부름 하기 등)을 하게 하는 식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는 행동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되고, 자신이 정한 규칙 내에서 벌을 받기 때문에 혼이 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Tip 아이 자존감을 지키는 칭찬&훈육의 말
자존감을 높이는 칭찬의 말
1. 구체적으로 말하기
“친구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오늘도 장난감을 잘 정리했네!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이 그림은 색깔이 참 다양해서 더 예쁘게 보이는구나.”
2. 과정을 칭찬하기
“열심히 책을 읽어서 이제 한글을 다 알게 됐구나!”
“넘어져도 울지 않고 일어나 달리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어.”
“우리 OO이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열심히 고민하고 그리는구나.”
3. 아이의 심리를 칭찬하기
“그 생각 참 재미있다!”
“친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마음이 정말 예쁘다.”
“그 일에 미안함을 느끼는 네가 대견해.”
자존감을 낮추는 칭찬의 말
1. 막연하고 일방적으로 칭찬하기
“역시 똑똑해. 너는 천재인가 봐!”
“우리 ○○는 정말 대단하다.”
“○○는 왜 이렇게 예쁘니?”
2. 부모 중심적으로 말하기
“엄마(아빠)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 잘 되지?”
“○○이는 엄마(아빠)를 닮아서 운동을 잘하네.”
“네가 ○○를 잘해서 엄마(아빠)는 너무 기뻐.”
3. 과장하고 비교하기
“○○는 나중에 피카소보다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
“형보다 네가 훨씬 잘한다.”
“정말 잘했네! 친구들은 너보다 못했지?”
자존감을 높이는 훈육의 말
1. 공감과 이해하기
“동생이 장난감을 뺏어서 화가 굉장히 많이 났구나. 화가 날 때는 동생을 때리는 대신 왜 화가 났는지 엄마(아빠)에게 말해줄래?”
“○○이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지만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아빠는 너무 속상해.”
“○○의 말을 들으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하지만 네가 때린 친구의 기분이 어떨까? 만약 ○○가 친구에게 맞았다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2. 바람직한 행동을 알려주기
“꽃이 잘 자라려면 화분에 있는 흙을 퍼내면 안 돼.”
“화가 났을 때는 친구를 때리지 말고,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화가 나’라고 말하는 거야.”
“물건은 함부로 어지르는 게 아니야. 꺼내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아빠)에게 먼저 물어봐야 해.”
3.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리기
“네가 우는 것을 멈춰야 아빠가 네 뜻을 받아줄 수 있어.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게.”
“엄마, 아빠는 너희가 싸우지 않고 출발할 준비가 됐을 때 차를 탈 거야.”
“네가 좀 더 장난감을 부드럽게 가지고 놀고 싶어질 때 말해줘.”
자존감을 낮추는 훈육의 말
1. 비난, 비교하기
“동생 괴롭히지 마. 너 왜 이렇게 못되게 구니?”
“이런 행동을 하면 나쁜 어린이라고 말했지?”
“너는 왜 누나/형처럼 얌전히 있지 못하니?”
2. 겁주기
“아빠 말 안 들으면 장난감 다 갖다 버릴 거야.”
“한 번만 더 그러면 맴매한다!”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갈 거야.”
3.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또 시작이구나. 어쩐지 말을 잘 듣는다 했어.”
“왜 매일 밥 먹을 때마다 말썽을 피우니?”
“너 어제도 그랬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