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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Feb 02. 2017

안성으로 떠난 안성맞춤 여행

월간<폴라리스>Vol.169 '반가워, 사회성'中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옛 모습을 간직한 ‘안성’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소중한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한 뼘 더 가까워지는 시간. 안성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웃음 또한 밝은 하늘빛으로 물든다. 


에디터 성소영  포토그래퍼 이지예


동물과 어울리며 자라는 마음

                                                                                                                                                     

서울의 이남이자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한 안성은 수도권 및 중부지방과 맞닿아 있는 교통의 요지다. 그래서 적당히 도시화됐으면서 또 적당히 자연과 가깝다.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고장이지만 지금까지 여행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안성에 도착하면 누구나 “경기도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넓게 펼쳐진 호밀밭과 가축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목장, 높은 건물이 없어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탁 트이는 마을 전경 등 따뜻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기 때문이다. 

안성IC를 지나 얼마간 달리다 보면 안성팜랜드로 가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안성시 공도에 위치한 이곳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목장이다. 팜랜드에서는 아이는 물론 엄마, 아빠도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손으로 만지고 함께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살고 있는 체험 목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흑염소와 양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우리 앞에 서 있으면 털이 복슬복슬하게 오른 양들이 동그란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에게 다가오는데, 사육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큰 덕분인지 사람을 경계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 현재 계속 출산이 예정돼 있어 3~4월까지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양과 염소들이 뛰노는 풍경도 볼 수 있다. 호기심이 많은 아기 동물들은 작은 몸으로 우리를 벗어나 관람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 또한 안성팜랜드의 묘미. 일반 동물원에서는 보기 힘든 낯선 광경에 “동물이 우리를 탈출했다”고 신고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단다. 팜랜드가 다른 동물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것.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동물 친구들을 손으로 만지고 함께 달리고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면서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새 모이주기 체험장에서는 앵무새들에게 직접 모이를 주는 경험이 가능하다. 장난기가 많은 앵무새들은 체험장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머리와 어깨에 줄줄이 날아와 앉는다. 부리로 옷 구석구석을 잡아 끄는 통에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곳이다. 모이를 손바닥에 올리면 여러 마리가 날아와 쪼아 먹는데, 부리를 부드럽게 다듬어 전혀 아프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체험 목장 인근에 위치한 승마장에서는 4세 이상의 아이와 어른 누구나 승마 체험(1인 1만원)이 가능하다. 말을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는 포니, 미니 홀스 같은 몸집이 작은 종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말의 목덜미를 톡톡 쳐주면 말은 그 촉감을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니, 승마를 하기 전에 아이에게 말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자.


                                                                                                                                                     

이외에도 돼지, 다람쥐, 토끼, 황소, 산양 등 다양한 동물들이 팜랜드에 살고 있다. 원숭이, 호랑이, 사자와 같은 동물은 없다. 이곳의 동물들은 ‘가축’들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친숙하고 따뜻하다. 오랜 시절부터 늘 사람의 곁에서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전래동화 ‘해님 달님’ 속 호랑이는 남매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콩쥐팥쥐’ 속 황소는 나무 호미가 부러져 울고 있는 콩쥐를 대신해 자갈밭을 갈아주는 친구가 아니던가.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에 우리 안에 갇혀 있을 때가 많지만, 푸릇한 싹이 오르는 봄이 오면 팜랜드에서는 동물들은 가축방목장에 풀어둔다. 이때부터는 자유롭게 초원을 거니는 가축들과 함께 너른 목장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자연에서와 비슷한 환경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덕분에 팜랜드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친근하게 구는 가축들을 보면 누구나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동물 체험이 끝났다면, 트랙터마차를 타고 초지에 올라보길 권한다. 호밀이 가득 심어진 팜랜드의 초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하게 된다. 엄마, 아빠는 그저 <호밀밭의 파수꾼> 속 홀든의 바람처럼 ‘넓은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지려 하면 얼른 잡아주는’ 파수꾼의 역할만 하면 된다. 수평선과 맞닿은 초지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까지 넓고 환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시인의 감성을 키우는 여행


                                                                                                                                                      

안성팜랜드에서 나와 차를 타고 동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다보면 푸른 숲에 둘러싸인 너리굴문화마을에 다다른다. 팜랜드가 동물을 키우는 목장이라면, 너리굴문화마을은 문화를 키우는 목장이다. 20만 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는 10여 가지의 예술공방과 미술관, 수영장, 강당, 공연장 등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너리굴문화마을은 자연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그 품에서 쉬는 동안 아이들까지 자연의 넉넉한 품새를 닮게 되는 곳이다. 

‘너리굴’이라는 이름은 ‘넓은 골짜기’라는 뜻의 안성 사투리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백두대간이 차령산맥의 끝자락인 비봉산 등성이에 이르러 넓은 골짜기를 이룬 것을 두고 ‘너리굴’이라 불렀다고 한다. 

너리굴문화마을의 모토는 ‘어린 시절을 자연 속에서 보내지 않고는 시인이 될 수 없다’이다. 작은 곤충, 풀잎 하나까지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아이야말로 세상을 시인처럼 대하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러한 이유로 이곳의 모든 건축물들은 생명이 살아 있는 것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자연과 어울려 자리하고 있다. 비탈지면 비탈진 대로, 평평하면 평평한 대로 지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산세를 살려 건물을 지었기 때문. 덕분에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건축에 사용된 재료들 또한 건물의 뼈대를 만들기 위한 못과 최소한의 철근을 제외하고는 모두 돌, 나무 등 자연물을 활용했다. 비탈진 산을 깎지 않고 만들어 계단이 많은 것이 특징이지만 숲의 피톤치드를 맡으며 한적하게 걷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있다. 

넓은 자연 속에는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방들도 보물찾기처럼 곳곳에 숨어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공방 작가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광경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공방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금속, 조소, 조각, 과학, 전통문화, 도자기 공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체험공방이 운영되고 있다. 

금속공방에서는 은선, 동선 등의 재료를 원하는 모양대로 구부려 ‘풍경’ ‘열쇠고리’ ‘액세서리’ ‘액자’ 등을 만든다. 잘 구부러지고 만들기가 쉬워 특히 인기가 높다고. 도자기공방에서는 도자기를 직접 빚고 색을 입혀 굽는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다. 자연의 토대인 ‘흙’을 두 손으로 주물러 그릇을 빚는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석고를 이용해 도자 장승 작품을 만드는 ‘장승제작’,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제작하는 ‘코일리 핀칭’, 물레로 도자기를 성형하는 ‘물레성형’ 등을 배울 수 있는데, 손이 덜 야문 어린 아이들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물레를 돌려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과학교실에서는 로켓, 로봇 만들기 등의 수업이 이뤄지고, 전통문화교실에서는 제기차기,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할 수 있다. 다만 공방은 참여 인원이 적으면 문을 열지 않으니 평일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너리굴문화마을에는 자연을 닮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도 자리하고 있다. 조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무공해로 기른 재료를 활용해 만든 한식을 맛볼 수 있으므로 점심은 이곳에서 해결하길 권한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비봉산은 높이가 227.8m인 아담한 산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자연과 전통, 그 조화로운 삶을 배우다


                                                                                                                                                      

숨 가쁘게 이어진 여정은 쉼을 필요로 하는 법. 하루 동안 쌓인 행복한 추억을 실은 발길이 안성 선비마을로 향한다. 너리굴문화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나와 차로 30여 분 걸려 도착한 마을은 포근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마음을 편안하게 안아준다. 선비마을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외할머니 댁 혹은 어딘가에서 익숙하게 보아 왔던 농촌의 풍경들뿐. 마을 안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면 군데군데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기와, 열고 닫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낡은 대문, 창호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 엄마, 아빠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 마을이 아이들의 눈에는 신비한 것 투성이다. 

선비마을은 조선시대의 명문가였던 ‘해주 오(吳)씨’ 정무공파 자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지금도 마을의 95%가 해주 오씨로 집성촌을 이루고 있으며, 매년 제례를 올릴 정도로 가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덕봉리에 위치해 본래 ‘덕봉마을’ 혹은 오씨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의 ‘오촌’ 등으로 불리던 이곳은 2007년 문화역사마을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선비마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마을에는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오두인을 기리는 덕봉서원(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호), 오두인이 나고 자란 집인 정무공오정방고택(경기도 유형문화제 제175호), 조상을 모시던 묘선재, 선비들이 시를 짓고 담소를 나누던 백련정, 큰우물 등 다양한 문화자원이 옛날의 모습을 갖춘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작은 연못 백련지에는 여름이 오면 연꽃이 가득 피고, 이따금씩 오리가 날아와 쉬어가기도 한다. 

백련지 옆에 자리한 큰우물은 옛 마을 아낙들의 빨래터였는데, 지금도 날이 따뜻해지면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나와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비마을에서는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백련지 오른편에 ‘백련재’라는 한옥을 새로 지었는데, 미리 예약하면 가족이 함께 하루를 묵는 것이 가능하다. 한옥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건축했지만 화장실과 내부는 현대적인 시설을 유지해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다. 아파트 같은 규격화된 집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창문을 열면 노랗게 뜬 달이 바라다 보이고, 밤 공기에 차가워진 마루를 걷는 경험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날이 밝으면 숙소에서 나와 마을을 산책하길 추천한다. 소나무의 기개가 어린 마을답게 어디에서든 우뚝 솟은 소나무를 마주할 수 있다. 바람에 불어오는 솔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저만치 뛰어가는 동네 강아지의 뒷모습이 정겹다. 

백련재에서 마을길을 따라 걸으면 후손들이 새로 지은 재실에 도착하는데 매년 제례를 올릴 때를 제외하고는 재실에서 인성과 예절 교육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이 이뤄진다. 그중 가장 특색 있는 시간은 조선시대 선비가 되어 보는 ‘하늘天 땅地’ 체험과 ‘新 선비체험’이다. 마을 훈장님에게 선비 정신과 예절을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우리 집 가훈을 직접 써보고 사자성어를 배우게 된다. 옛 선비들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도포와 유건을 쓰고 조선시대로 돌아가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전통예절 교육을 받으며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마당에서는 국궁 체험과 함께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모든 체험은 계절 및 날씨, 운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문의를 하고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재실의 규모가 크고 대지가 높은 곳에 건축한 덕분에 별다른 체험을 하지 않고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 된다. 마당에 서면 작은 선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물과 교감을 나누고 너른 들판을 마음껏 뛰는 동안 자라난 마음은, 선비마을에 와서 다시 숙연하게 정화된다. 자연과 예술, 전통이 공존하는 마을. 안성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과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Info 

안성팜랜드 

주소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문의  031-8053-7979


너리굴문화마을

주소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너리굴길 100 

문의  031-675-2171


선비마을

주소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덕봉길 45

문의  031-672-6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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