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by 스프링버드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또 하게 되었다. 출판계에 종사하시는 분께 들으니, 그림책에 관한(!) 책-그림책이 아니라-은 시중에 너무 많다고 한다. 전문가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너도 나도 그림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서 출판업계에서는 여기에 또 한 권을 보탤 뜻이 없어 보인다. 나 역시도 그런 책들을 읽어봤는데 몇 권을 빼면 재미가 좀 없었다. 그림책이 재미있지 그림책에 관한 책은 재미가 없다. 아무 설명이 없어도 재미있는 게 그림책인데 여기에 무슨 설명을 더 붙일까. 설명을 붙이는 순간 따분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만 설명을 붙이고 싶다는 거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주변 사람들한테 그 영화를 보라고 열성적으로 권하고, 감동할 만큼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사람들한테 거기 음식을 먹이지 못해서 안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빌렸던 그림책을 반납하고 관심 있는 그림책을 찾으러 며칠 전 도서관에 갔다가, 책꽂이에 불쑥 튀어나온 어떤 그림책과, 제목이 흥미로운 어떤 그림책과,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과, 왠지 재밌게 보이는 그림책과, 다 읽고 책수레에 누가 얹어놓은 그림책과, 또 어떤 어떤 그림책들을 욕심 사납게 들여다보고 왔다. 이건 사람들이 꼭 봐야 한다는 조바심을 일으키는 그림책들이 도서관 책꽂이에 꼭꼭 숨어있다.


아무튼 수많은 그림책 이야기들에 아무 표도 나지 않을 내 이야기를 이제부터 얹어보려고 하는데, 그림책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책의 그림들이 이야기를 성큼 뛰어넘을 때면 가슴이 뛴다. 그림책의 그림은 태생적으로 조금 미천할지 모른다. 이야기를 보충하는 그림 정도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그림책의 그림들은 별로다. 이야기는 훌륭한데 그림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나는 괜히 화가 난다. 그림책 작가도 그렇게 그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독자로서 안타깝다. 다 된 죽에 코를 빠뜨린 것처럼 속이 상한다. 혹시나 코만 건져내고 죽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입맛은 이미 떨어졌는 걸.


그림책의 그림 한 장은 사랑과 그리움과 외로움과 기쁨과 순진함과 삶의 통찰과 그 밖의 모든 세상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을 수 있다. 회화도 그런 일을 하지만 그림책의 그림들은 그 이야기들을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흡수해서 회화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다르고, 그림 안에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는 점이 또한 다르다. 그리고 단순 간결한 민담처럼 그림책의 이야기와 그림은 상징적이다.


그림책의 그림을 간단히 정의하라면, 담백과 선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담백과 선의는 동심의 동의어처럼 들린다. 어린이의 마음이 뭘까? 경험상 어린이의 세계가 완벽하게 순수하지는 않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마음은 절대 순수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깊은 숲 속의 잊힌 샘물처럼 말라버린 내 동심을 어린이나 문학을 통해서 다시 발견할 때면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같은 마음이 된다. 그 특별한 느낌 때문에 나는 자꾸만 그림책의 이야기와 그림에 매혹되고 그림책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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