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도시, 파리

나에게 라따뚜이는 단순한 요리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by 다흰

지난 2014년 여름, 나는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다.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었다. 얼마나 많은 여행자들이 유럽을 꿈꾸는가. 14일의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날 밤 에펠탑을 보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 아름다운 도시에 다시 돌아오겠다.



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었다. 내가 죽기 전 이루고 싶은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인데, 항상 1순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파리에서 살아보기"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살아보기"였다. 이 꿈을 가지게 된 건 밤마다 자신이 선망하는 작가를 만나거나 밤무대의 여신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가 아닌, 오로지 생쥐 하나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생쥐 레미는 요리 천재이지만 생쥐이다. 반면에 링귀니는 인간이지만 요리에 재능이 없다. 둘은 크고 작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상의 호흡으로 완벽한 요리를 완성하고 "La Ratatouille"라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연다. 이것이 <라따뚜이>의 스토리이다. 하지만 당시 내 눈에 들어온 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아닌, 파리의 풍경이었다.

136F1B10ABA762F4EFF3CB ⓒ "Anyone can cook"은 라따뚜이의 모토이다.

<라따뚜이>를 통해 파리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나는 어떻게 파리에 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갈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파리에서 살아보는 건데. 그럼 무작정 파리로 떠날까? 그럼 얼마나 머물지? 어디에서 지내지?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봉사활동을 하러 간 영화제에서 만난 언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엔 미국보다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게 대세래. 너도 유럽으로 가 봐."


집에 오자마자 국제처에 들어가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 중 파리에 소재한 학교가 있는지 확인을 하니, 단 하나의 학교가 있었다. 토익을 보고 복수전공을 신청한 뒤, 2015년 1월 나는 파리로 떠났다.

애증의 도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파리를 소개할 때 이렇게 소개한다. 적어도 나에겐 "애증의 도시"라고. 파리에 있는 시간 동안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동시에 불행했다.

DSC00451.JPG 에펠탑은 어디에서 보아도 멋있다.

우선 도시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풍요로웠다. 집에서 몇 분만 걸으면 개선문이 있고 지하철만 타면 에펠탑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고갱, 고흐, 세잔, 시슬리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명작들을 만나 볼 수 있고 노트르담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도 있다. 파리는 내가 지금껏 가 본 여러 도시 중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도시 었다.


하지만 불편했던 점이 많았다. 지하철만 타면 터지지 않는 인터넷, 주말이면 한 시에 문을 닫는 마트들, 점심을 한 시부터 세 시까지 먹는(!!) 우체국 직원들.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인종차별. 이 부분에서는 걱정을 하나도 하고 가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분노를 느끼곤 했다.

DSC00372.JPG 퐁네프에서 찍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파리행 비행기를 검색한다. 그곳에서의 시간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고 내가 실제로 꿈을 이룬 순간이기에.


교환학생에 붙고 내가 파견되는 학교가 파리에 있는 학교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기뻤던 이유는, 내가 진짜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리를 마음껏 하고 싶어 했던 생쥐 레미처럼 파리지앵이 되고 싶어 하던 나도 파리에 살 수 있게 되었다고. 그리고 파리에서 나는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평소에 관심 있었던 학문을 공부하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의 배우까지 만나보았다. 단언컨대, 파리에서의 생활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가슴속에 하나의 도시를 품고 살아간다. 자신의 주소지가 있는 도시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대륙의 새로운 도시일 수도 있다. 아마 레미와 나에겐 그 도시가 파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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