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끊임없이 우주를 꿈꾸는 이유

놀란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by 다흰

나는 어려서부터 밤하늘을 좋아했다. 취미가 별자리 외우기였고 틈만 나면 밤하늘을 쳐다보며 저건 무슨 별자리인지 남들에게 설명해주곤 했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고 끊임없이 펼쳐진 우주가 아득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 당시 내게 가장 멋져 보이던 직업은 NASA의 연구원이었고, 한 때 NASA에 들어가고 싶다던 나의 꿈은 내가 문과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내 기억 뒤로 사라졌다. 항상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천생 문과 머리라 내 머리에는 각종 수학 공식이나 물리학 공식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별에 대한 꿈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물리학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대학에 온 뒤 한 수업을 들으면서 꽤나 충족이 되었다. '과학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한 학기 중의 절반을 물리학을 공부하는 수업이었다. 거의 2개월 내내 나는 암흑물질,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따위를 공부하고 있었다. 나의 전공과는 한참 먼 학문이었지만, 오랫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학문을 접하니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모르는 부분은 교수님을 잡고 늘어지고, <뉴턴>이나 <과학동아> 같은 평소에 보지도 않았던 과학잡지를 읽으며 공부하고, 해외의 잡다한 논문을 읽으며 물리학을 천천히 공부해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 생활 통틀어서 그때 그 과목을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물리학에 대해 전문가나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양 지식은 아노라'까지의 지식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난 이 영화를 만났다.


우리는 모두 '그' 놀란이 우주에 대한 신작을 들고 나온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잘 짜여진 스토리와 완벽한 연출, 게다가 동생인 조나단이 이 영화를 위해서 4년 동안 '그' 킵손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고 하니. 우리는 거의 100점에 가까운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마침내 <인터스텔라>를 보았을 때, 벙 찔 수밖에 없었다.


Love is the one thing we're capable of perceiving that transcends dimensions of time and space. Maybe we should trust that, even if we can't understand it.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길, <인터스텔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이성에 대한 사랑, 전 인류에 대한 구원의 사랑.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되돌려보면서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놀란이 펼쳐놓은 여러 이야기들이 결국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수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Daum 영화
We used to look up at the sky and wonder at our place in the stars. Now we just look down, and worry about our place in the dirt.


쿠퍼는 인류를 구원하는 나사로 프로젝트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은 그 날 저녁, 맥주를 마시며 그의 장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쿠퍼는 농부가 되기 전 우주비행사였고, 한 사건으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우주를 꿈꾸는 것일까?


내가 아는 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째는, <아마겟돈>처럼 지구에 위기가 생겨 그 해결을 지구 밖 넘어 우주에서 해결하려는 것이고 둘 째는, <그래비티>나 <마션>처럼 우주에서 조난을 당하고 주인공이 끝내 지구고 돌아오는 것이다. 장르는 SF 블록버스터지만,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위기가 생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서로를 믿으며 보살피고, 불의의 사고로 조난당한 우주비행사는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만 이성을 되찾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달리 보기로 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모두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두고 다시 볼 수 있다. 첫 째는, 지구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위기의 '집'이고 둘 째는, 지구는 어떻게든 돌아와야 하는 우리의 '집'인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지구를 ''으로 설정하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인터스텔라>는 위기의 지구를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에 속한다. 그리고 이 영화 또한 지구를 '집'으로 설정하고 있다. "Mankind was born on Earth. It was never meant to die here."이라고 쿠퍼가 말했듯, 지구는 우리의 집이다.


ⓒ Daum 영화

여기까지 혼자 해석을 하고 고민을 하면서 나는 또다시 의문점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꾸 지구를 떠나려는 것일까?


이전에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집을 떠나 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집을 떠나 혼자 자취를 하거나 한국을 떠나 홀로 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 문득 깨닫게 된다. 혼자 밥을 차릴 때 그 수많은 귀찮은 일을 다 하면서,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당연히 먹었던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떠올린다. 혼자 청소를 할 때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며, 평소에 당연히 누군가가 치우겠거니 하며 신경을 쓰지 않던 나 자신을 떠올린다. 집을 떠나 밖에 나오게 되면, 집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 집만 한 곳이 없어!"라고 하면서.


나는 지구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우주를 꿈꾸는 이유는 지구라는 ''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우주를 꿈꾸고 지구를 떠나려 한다. 비록 <인터스텔라>에서는 우리가 지구를 떠나 우주의 어느 한 공간을 새로운 '집'이라고 명명했음에도, 새로운 '집'은 지구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결국 우리는 물리적으로 지구를 벗어났음에도 '지구'라는 틀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 Daum 영화

Cooper: We'll find a way, Professor, we always have.
Dr. Brand: Driven by the unshakeable faith, the Earth is ours?
Cooper: Not just ours, no. But it is our home.


오랫동안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STAY' 이 한 단어 때문에 너무나도 흥분해 그 앞의 이야기를 잊어버렸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헷갈렸다. 도대체 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분명히 '사랑'까지는 이해했는데,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주제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차라리 <메멘토>나 <다크 나이트>처럼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열 번이 넘게 다시 봐야 했다.


혼자 이 곳에서 지내면서 얻은 깨달음이 내가 오랫동안 찾고 있던, 숨겨진 또 다른 주제를 찾게 해 주었다. 집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그리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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